친기업 정부 발맞춰 커지는 대기업 목소리 "내부거래, 자율규제로 완화"
새 정부가 경제 정책 기조로 규제완화와 민간 주도 성장을 전면에 내세운 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재계를 대변하는 단체들의 요구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재계는 법인세 인하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노동시간 유연화에 이어 기업의 내부거래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고 운을 띄웠다. 기업이 내부통제시스템을 통해 관리하도록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인데, 그간 쌓아온 공정 경제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공정거래 포럼에서는 “모든 기업에 대한 획일적인 내부거래 규제가 정상적인 기업 성장을 저해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곽관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는 모회사의 자회사 지원이나 계열회사 간 협조적 행위에 대해 경쟁법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경쟁법을 통한 규제에서 벗어나 기업의 특성에 맞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한 자율적 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내부거래는 대규모 기업집단에 소속된 계열회사 간의 거래행위를 뜻한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지원행위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다. 공정거래법상 사익 편취는 회사가 총수 개인 또는 총수 일가(특수관계인)가 일정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와 비계열사에 비해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 자산, 상품·용역, 인력 등을 거래하고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행위를 뜻한다. 국내에서는 총수일가에 부를 안겨주거나 부당 승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하고 있다.
찬·반 토론 형식을 갖추기는 했지만 이날 포럼은 정부에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성격이 짙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도 “내부거래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경영 방식의 하나”라며 “규제 도입 당시와 시대적 상황이 달라졌으니 경제력 집중 억제라는 규제 차원으로 접근하기보다 정상적인 내부 거래를 폭넓게 허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부거래규제는 한국 특유의 지배구조와 거래관행을 규율해 온 독자적 제도로 이해해야 한다”며 “부당한 내부거래로 인한 폐단이 회사법의 수단으로 적절히 통제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공정거래법의 개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정부는 지난 16일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내부거래 관련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규제를 적용하는 기준, 예외를 인정해주는 요건 등을 심사지침에 명확히 담겠다는 것이다. 경제계는 여기에 더해 기업의 ‘자율 규제’까지 수준을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고려대 교수)는 “공정거래법이 기업 성장을 저해한다는 실증적 증거는 없다”며 “구체적인 대안 없이 내부거래 규제를 섣불리 허물었다가는 경제력 집중이 가속화돼 경제 역동성마저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경련은 기획재정부와 국내 15대 기업을 초청해 윤석열 정부의 조세정책 방향과 관련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는 최근 발표된 법인세 인하 방침 등과 관련해 정부와 기업 간 자유로운 의견들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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