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대책도 없이 무단 폐교한 은혜학원, 대법원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 위자료 지급해야"
학교법인에 의해 일방적으로 폐교된 초등학교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서울 은혜초등학교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학교법인 은혜학원과 이사장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원심(2심)에서는 학교법인과 이사장이 학생 1인당 300만원, 학부모는 1인당 50만원을 각각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은혜학원은 2017년 12월 이사회를 통해 서울 은평구 은혜초등학교를 폐교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학교법인은 서울 서부교육지원청에 폐교인가신청서를 냈고, 학부모들에게는 “재정적자 누적과 서울시교육청의 폐교 권고 등으로 학교운영이 어렵다”며 “2018년 2월부로 학교를 폐교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폐교인가신청을 반려했다. 재학생 졸업 계획과 교직원 고용 대책 등을 제출하지 않아 “새 학기 교육과정의 정상적인 운영에 심각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이유였다. 학부모들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학교 측에 신학기 학사 일정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은혜학원은 개학할 때까지 담임교사조차 배정하지 않았다. 결국 재학생 전원이 전학을 결정하면서 은혜초등학교는 2018년 3월 사실상 폐교됐다.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학교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은혜학원 측은 “적자를 해소할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고 맞섰다.
1심 재판부는 학부모와 학생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관할 교육청 및 학교 구성원들과의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폐교를 통보하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학습권과 교육권을 고려한 적절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학원 측의 재정난 주장에 대해서도 “이사장의 친인척을 산하 유치원에 고용하는 등 배임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을 고려하면 학생 수 감소 등 외부 요인만 재정난의 원인이라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겐 한 명당 300만원씩, 학보무들에겐 한 명당 50만원씩을 은혜학원이 배상해야한다고 판결했다.
2심도 이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미성년 학생의 학습권은 헌법 제31조 제1항, 교육기본법 제3조, 제8조, 제11조, 제12조를 근거로 하여 인정되는 구체적인 권리”라며 부모의 교육권과 별개의 독자적 권리라고 판단해 학부모와 학생들 모두에게 위자료 지급을 명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별개로 A씨는 교육청의 인가 없이 학교를 임의 폐교한 혐의(초중등교육법 위반)로 형사재판에도 넘겨졌다. A씨는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받았으며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형사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선고는 오는 30일에 내려질 예정이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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