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원전 SMR]⑨ "원전 수출은 대통령의 비즈니스"

김민성 기자 2022. 6. 2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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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수주 당시 MB 지휘봉 잡고 전방위 외교전..약세 뚫고 47兆 '잭팟'
尹대통령 "백방으로 뛰겠다" 원전 세일즈 의지..체코 등과 정상회담 계획

[편집자주]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백지화, 원전 최강국 건설'을 내걸고 한국과 미국의 '경제 안보 기술' 동맹 주요 분야에 원전이 포함되면서 원전업계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특히 원전산업 부활의 중심엔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이 있다. 국내 대기업들도 줄줄이 투자에 나서면서 SMR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2030년은 돼야 SMR 상용화가 가능할 정도로 관련 기술은 '걸음마' 단계다. SMR의 경제성, 안정성 등 현 주소와 미래를 '新원전 SMR' 기획을 통해 점검해본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 성산구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을 방문해 김종두 전무의 설명을 들으며 한국형 원자로 APR1400 축소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6.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2009년 12월 27일. 우리나라는 아랍에미리트(UAE)가 발주한 400억 달러(약 47조원) 규모의 원전 건설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했다.

건국 이후 최대 규모의 수주일 뿐만 아니라 1978년 미국 기술로 고리 원전을 가동한지 30여 년 만에 한국형 원전 수출에 성공해 세계 원전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한 순간이었다.

당시 UAE 원전사업 수주 경쟁은 우리나라, 미국, 프랑스 3파전이었다. 세계 원전업계에선 프랑스가 낙점될 것으로 예상했다. 프랑스가 세계 원전시장의 50%를 점유한 원전 선진국인데다 UAE의 '절친관계'가 그 이유였다. 당시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미 UAE를 방문해 '굳히기' 작업까지 들어간 상태였다.

◇UAE 원전 수주 韓-美-佛 3파전…지휘봉 잡은 MB·실무자는 야전침대 놓고 '올인'

당시 이명박정부 외교부 장관, 지식경제부 장관이 줄이어 UAE를 찾았지만 프랑스쪽으로 기운 채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이 때부터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원전 입찰 지휘봉을 쥐고 본격적인 '원전 세일즈'를 시작했다.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보이자 청와대 정책실 책임자는 그때부터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놓고 몇 달간 집에도 가지 못했다고 한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당시 수주전을 떠올리며 "이 대통령이 공사기간 단축, 가격경쟁력 등 하나하나 보고받고 다시 지시하는 것을 보며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CEO로 되돌아간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UAE에 정부차원의 협력을 제안하는 친서를 보내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입찰의 결정권을 갖고 있는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와 6차례 전화통화하고, 당시 할리파 빈 자이드 알나하얀 대통령과 입찰 결과 발표 전날 최종 담판을 벌이는 전방위 외교전을 펼쳤다.

적게는 수조원에서 많게는 수십조원 규모인 원전 수주 경쟁은 국가대항전에 가깝다. 체코의 8조원 규모의 신규 1기, 폴란드의 40조~50조원 규모의 신규 6기 입찰 경쟁이 막이 오른 만큼 10여년 전 'MB 원전 외교'를 떠올리며 윤석열 대통령의 역할론도 덩달아 부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나 원전 기업이 단독으로 뛸 게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교' 채널과 더불어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치열한 수주 경쟁전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원전 수주가 '대통령의 비즈니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당시 프랑스 정부는 원전 보안을 위한 병력 파견과 제2의 루브르 박물관 건설을 제안하기도 했다"며 "간과 쓸개를 다 빼줄 수 있을 것처럼 대통령이 나서 체코, 폴란드 정부에 당근책을 던지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찬반 양론이 있지만 지금 상황에선 MB(이명박 대통령)의 원전 외교를 본보기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원전은 대통령 비즈니스"…'역할론' 부상하자 尹 "백방으로 뛰겠다" 화답

원전업계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외친 '원전 세일즈' 의지에 기대감이 크다. 그간 '친(親)원전' 구호만 나온 반면 원전 수출 관련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움직임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원자로기, 전기 발생기 등을 생산하는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본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원전 세일즈를 위해 백방으로 뛰겠다"며 '원전 세일즈'를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유럽 국가에 대한 원전 수출을 적극 타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원전 수출 대상국인 폴란드, 체코, 네덜란드 등과는 양자 정상회담도 계획하고 있다.

원자력 학계 관계자는 "대형원전 수출이든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 주도권 경쟁에서도 국가지도자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며 "탈원전 국가라는 낙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이 이미지 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을 방문해 김종두 전무의 설명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6.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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