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길 물 튀김도 법 위반입니다.. 행인 맞으면 범칙금 2만원 낼 수도

송복규 기자 2022. 6. 2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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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길 도로 위 물웅덩이.. 자동차 지날 때 행인들 "깜짝"
도로교통법상 빗물 튀게 해 피해 주면 벌금 부과

지난 23일 오후 6시 30분쯤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에 있는 한 3차선 도로. 인도와 인접한 맨 오른쪽 차도 중간에는 빗물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 자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고여 있던 빗물은 “쏴아” 소리를 내며 좌우로 갈라지는 동시에 사방에 물을 튀겼다. 운행 속도가 빠르거나, 버스 등 크기가 큰 차들이 지나갈 때면 물이 더 멀리 튀어 인도 가운데까지 침범하곤 했다. 근처를 시민들은 차가 지나갈 때마다 “어머!” 하는 소리를 내며 몸을 재빨리 피하고 있었다.

이날 만난 최모(47)씨도 벌써 한 차례 지나가던 차에 물벼락을 맞은 뒤였다. 최씨는 입은 바지를 가리키며 “무릎 위까지 물이 튀어서 다 젖었다. 저녁 약속이 있어 기분 좋게 나왔는데 화가 난다”고 했다. 이어 “운전자에게 따지려고 해도 이미 차가 지나가 버린 뒤여서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23일부터 본격적으로 전국에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해마다 이런 장마철이면 도로에 고인 물 위로 자동차가 지나가면서 물이 튀어 근처 행인들이 갑작스레 물벼락을 맞는 일이 잦다. 특히 버스정류장이나 횡단보도 앞은 인근 배수구보다 지대가 낮아 물웅덩이가 만들어진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곳은 운전자가 속도를 줄여 운행하지 않으면, 길게는 2~3미터(m)까지 물이 튀어 시민들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도로 위에 빗물이 고이는 부분이 발생하는 이유는 아스팔트가 연성 포장재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도로에서 자동차 바퀴가 주로 닿는 부분은 다른 곳보다도 마모되는 속도가 빨라 빗물이 고이기 쉽다. 특히 제동과 출발이 잦은 교차로 부근이나, 버스 전용 차로 등에서 이런 현상이 심하게 발생한다. 버스는 주로 인도와 인접한 차로에서 달리기 때문에 인도를 걷던 시민들이 바로 옆 차선을 지나가는 자동차로부터 물벼락을 맞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날 오후 5시쯤 서울시 마포구 공덕역 1번 출구 근처 교차로에 있는 횡단보도 앞에도 약 가로 3미터(m), 세로 1미터(m)의 물웅덩이가 고여 있었다. 깊이를 직접 측정해 보니 2.5센티미터(cm)가 넘는 깊은 웅덩이였다. 물은 먼지를 잔뜩 머금어 시커먼 색깔을 띠고 있었다. 우회전하기 위해 맨 오른쪽 차선을 타고 있던 자동차가 이 웅덩이를 밟을 때면 물이 사방에 튀곤 했다. 횡단보도 앞에서 보행 신호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행여 튀어오른 물에 맞을까 차가 다가올 때마다 뒤로 물러서거나, 아예 처음부터 물에 맞지 않을 위치로 멀찌감치 피해 있었다.

지난 23일 오후 5시쯤 서울시 마포구 공덕역 1번 출구 근처 교차로에 있는 횡단보도 앞에 2.5cm 깊이의 물웅덩이가 고여 있는 모습./정재훤 기자

현행법상 빗길 물 튀김 사고를 내 행인에게 피해를 준 운전자는 2만원의 범칙금을 부과받는다. 도로교통법 제49조 제1항 제1호는 “모든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물이 고인 곳을 운행할 때에는 고인 물을 튀게 하여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제160조 2항 1호에는 “제49조 제1항 제1호를 위반한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에게 2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나와 있다. 현재 도로교통법 시행령은 물 튀김 사고의 범칙금을 승합자동차 2만원, 승용차 2만원, 이륜차 1만원으로 책정하고 있다.

물 튀김 사고의 피해자가 원한다면 차량 운전자에게 세탁비 등 손해 배상도 따로 청구할 수 있다. 피해자가 물을 튀기고 간 차량의 번호와 피해 장소, 시간 등을 기억한 뒤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 이미 차량이 지나가고 난 뒤라면, 당시 피해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 등 증거를 확보해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방법과 절차가 복잡한 데다 실익이 크지 않아 신고를 포기하는 피해자가 많다. 이날 만난 직장인 이승관(32)씨도 작년 물 튀김 사고를 당한 적이 있지만 따로 신고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고 한다. 이씨는 “솔직히 누가 신고까지 하면서 귀찮은 일을 만들려고 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 날 하루만 기분이 더럽고 말 것 같다”며 “운전자들이 비가 오는 날에는 조금만 더 신경 써서 운전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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