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 떴지만.. '계파 밭갈이' 우려감 확산

한기호 2022. 6. 2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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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사조직 논란' 희석됐으나 혁신 방향 불투명
서로 "팬덤" 개혁론..주창자 李 '당심' 겨눴나
경선 당원투표 배제·축소 주장 잦은 새보수계
책임당원 위 으뜸당원 꺼낸 李..활동따라 차등화
2030팬덤 과대대표 이어질수도..崔 동의하나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월17일 유튜브로 생중계된 보수 인터넷언론사 펜앤드마이크 정규재 고문(전 대표 겸 주필)과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가 임기 중 정 고문과 1대1 대담 형식 인터뷰를 가진 것은 지난 2021년 8월30일 이후로 두번째다.<유튜브 채널 '펜앤드마이크TV' 방송 화면 갈무리>
지난 2021년 8월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당 대선 경선준비위원회의 1차 예비경선 룰에 대한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변경 검토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유 전 의원은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는 순간 공정한 경선은 끝장난다. 그런 식으로 경선판을 깨겠다면 그냥 선관위원장에서 사퇴하시라"고 정홍원 선관위원장을 겨냥했다.<유튜브 채널 '유승민TV' 영상 갈무리>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은 최재형 의원이 지난 6월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 운영에 대한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출범 선언한 지 3주 만에 최재형(사진) 의원을 필두로 한 당 혁신위원회가 정식 발족했다. 총 15명으로 구성된 위원 면면을 보면 다양하다. '안철수계' 인사부터, 자유한국당 혁신위 참여 경력이 있는 보수 시민단체 활동가, 범진보성향 시민단체 출신 인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대리인이었고 헌법재판소의 심리 과정에 문제가 적지 않았다는 취지의 저서를 남긴 법률가, 최재형 혁신위원장의 옛 대선 캠프에 함께 했던 인물들까지 눈에 띈다. 초기 '1호 내정자' 천하람 혁신위원(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만 임명이 확실시됐을 때 거론된 '이준석 사조직' 논란 소지는 거의 사라졌다고 평가해도 무방할 듯하다.

그러나 아직 정작 혁신위가 무엇을 할 것이냐는 중요 논제가 남아 있다. 일단 약 2년 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와 공천 제도를 겨냥했다는 것 만큼은 분명하다. 국회의원 공천은 두말 할 것 없이 민감한 의제로, 이 대표가 최고위에서 혁신위 출범안을 의결한 뒤에야 공천 제도 개혁을 거론했다며 배현진 최고위원이 문제 삼은 일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공천 제도를 '어떻게' 만들겠다는 구상은 아직 불투명하다. '정당 개혁'이란 명분도 얹혀졌는데 최 위원장은 "국민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당 시스템을 개혁하고 당원들의 역량을 높이고 예측가능한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혁신위 부위원장인 3선 조해진 의원은 혁신위 출범 당일(23일) YTN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공천이 닥쳐와서 제대로 된 룰, 예측 가능성, 합리성 없이 당권을 가진 사람들의 일방적인 추천이 이뤄지거나 계파·밀실·보복·줄세우기 공천이 벌어지며 당이 추락하는 것을 우리 소속 당원이나 당 구성원들이 계속 봐 왔기 때문에 안전장치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했으나, 기존 공천 제도 비판의 '클리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혁신위 주창자인 이 대표의 '입'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최고위에서 혁신위 안건 의결을 마친 지난 2일 이 대표는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PPAT(국민의힘 공직후보자 기초자격시험) 도입을 통해 정당 쇄신에 있어 민주당 보다 진일보한 행보를 보인 것처럼 경선 구조에서도 '팬덤 정치'나 '조직 정치'를 넘어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서 총선 승리를 이끌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팬덤'은 공교롭게도 친윤(親윤석열)계 조수진 최고위원이 23일 최고위에서 혁신위 노선 관련 "'조국 수호'로 상징되는 '팬덤 정치'와 내로남불, 각종 성범죄에 대한 무분별한 용인이 민주당의 패착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 역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돌려주듯 언급한 것이기도 하다. 일견 똑같이 팬덤 정치를 문제 삼았지만 이 대표는 지난 대선을 전후로 윤석열 대통령을 중심으로 여기는 기성 당원과 지지층 등 소위 당심(黨心)을, 조 최고위원은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남성층이 중심이 된 이 대표 극성지지층을 겨눈 것으로 풀이된다.

관심이 가는 부분은 '당심'이 칼질 대상이 될 가능성이다. 이 대표를 비롯한 옛 새로운보수당계는 '민심'이란 표현을 무기로 '당심'과 거리를 두고, 정치적 반대세력의 의사결정 집단 개입으로 만들어지는 '역선택'에는 관대한 태도를 보인 사례가 잦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을 앞두고 하태경 의원은 "당원투표를 빼고 100% 시민경선을 채택하라"는 요구를 했고, 본경선에 이런 룰이 관철됐다. 지난해 6·11 당대표 경선 직전에도 일반국민 여론조사 반영률을 최소 50%, 최대 100%로까지 높이라는 주장에 일부 초선의원들이 동조하고 역선택 우려를 '구태'로 치부하는 등 '민심 대 당심' 프레임이 작용했다. 중진 4명을 상대한 '0선' 청년으로 이 대표는 본경선에서 당원투표 2위에 여론조사 몰표를 받아 당선됐다. 이후 이 대표와 서병수 의원이 주도한 대선 경선준비위는 대선 1차 컷오프(예비경선)를 여론조사 100%로 치르는 안을 만들었다가 윤석열·최재형 캠프 등의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문제제기가 격화한 끝에 당 선거관리위에서 '일반국민 80% 당원 20%' 여론조사로 변경한 일이 있다. 이후 "본인이 불리하다 싶으면 '역선택'을 외치는 문화"가 있다며 "보수의 악성종양"으로 지목한 당사자가 이 대표다.

이 대표의 최근 언급도 주목할 만하다. "제대로 자기정치 해보겠다"고 선언한 지난 13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는 "이제는 밭을 갈아야할 때"라며 남은 임기 1년간 '농사'가 고민이라고 했다. 혁신위 조기 출범과 연결된 이야기다. 책임당원이 지난 1년간 27만여명에서 약 80만명으로 늘면서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힘을 얻게 될 거란 관측에는 "아무리 물을 타도 소금의 '짠맛'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고 선 그으며 "저를 탄핵하겠다고 서명하는 당원도 10만명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분들은 (보수) '유튜브' 많이 보시는 분들"이라고 꼬집었다. 대선 경선을 전후해 급증한 당원들의 당심에 대한 이 대표의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前)대선주자 유승민 전 의원을 경기도지사 경선 당원투표에서 크게 이긴 김은혜 전 대통령당선인 대변인이 본선에서 0.15%포인트(p)차 석패한 것을 두고 '당심과 민심이 괴리되는 사례'라고 표현한 언론 질문에도 "그것이 결국 당원에 대한 교육 등 과정이 추가로 부여돼야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라며 부인하지 않았다.

그 나흘 뒤(17일) 이 대표는 임기 중 두번째로 보수 유튜브 언론 '펜앤드마이크'의 정규재 고문과 대담 인터뷰를 가졌다. 이 대표의 혁신위 출범 선언 당일 언론에 첫 보도된 '으뜸당원'에 대한 비교적 상세한 구상이 나왔다. 줄곧 '당심'과 거리를 두던 그가 기존 책임당원 위에 우대받는 새 당원 계층을 키우겠다고 밝힌 내막이 궁금증을 유발했다. 이 대표는 현행 당협조직들이 '순혈주의'로 인해 '인재발굴'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 상황이라며 "중앙당에서 찍어내린 조직위원장이 임의로 구성하는 대의원들에 의해 운영되는 방식을 탈피하려면 자연적으로 권한이 부여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월 1000원 당비를 정기 납부하면 책임당원 자격을 얻듯 '당원교육'과 '당 주관 행사 참여', '당 온라인 공간 참여' 등 실적을 계량화해 가칭 으뜸당원이 될 수 있게 하겠단 것이다.

현행 정당법 때문에 주소지가 완전히 확인되지 않은 당원들이 조직적으로 타 지역 경선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개혁 명분으로 들었지만 방점은 활동 실적에 따른 당원 대우 '차등화'에 찍혔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는 (선거) 투표권도 그냥 부여한다.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누구든 투표할 수 있지 않냐"며 "미국은 투표자 등록을 하고 열의를 보이는 사람에게 가중하는 체계도 있다"고 빗댔다. 나아가 "일반당원, 1000원 내는 책임당원 위에 다른 실제 활동을 인증하는 당원이 있어야지만 당원민주주의 체계가 확립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으뜸당원 투표권은) 2표가 되냐'는 정 고문의 물음에는 "그건 전혀 아니다"면서도 "우리가 이 제도를 시행해봐야 공천에 반영될지를 (본다)"이라며 "잘 정립된 제도라면 한 5년 뒤 이걸로 공천을 해보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으뜸당원 시스템이 앞으로 실제 경선투표에서 청년당원 의사 반영비중을 대폭 높이는 결과를 유도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어제(당시 16일)자로 확인했는데 79만 당원 중 20·30대가 14만 정도, 40대까지 합쳐 한 35만명까지 될 거다. 이미 20대가 70대보다 많다"며 "그리고 20·30대는 다른 세대보다 투표 경향이 높다. 모바일투표가 기반이 되니까 모바일로 봤을 때 (20·30) 투표율이 훨씬 높다"고 주목했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60세 이상 노년층 투표율이 홀로 60%를 상회하며 가장 높았고, 20·30대 남성은 그 '반토막'에 그쳤다는 통계청 집계와는 거리가 있는 분석이지만, 이미 정당참여를 결심한 청년층으로 한정하면 들어 맞는다고 볼 수 있다.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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