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검색 스트레스' 해법 제안한 '제2의 두뇌 만들기'[전희상의 런던 책갈피]

전희상 경제학 박사 2022. 6. 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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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두뇌 만들기>
티아고 포르테

티아고 포르테의 <제2의 두뇌 만들기>에 따르면 사무직 노동자는 업무시간의 25%를 정보 검색과 수집에 쓴다고 한다. 생각보다 꽤 높지만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수치다.

이 25%라는 숫자에는 현대인의 갈증과 불안이 담겨 있다. 회사 업무든 학술 연구든 창작활동이든 성과를 높이려면 고급 정보가 필요하니 자료 확보에 많은 노력을 쏟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검색에 투자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아직 꼭 필요한 자료가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커진다. 검색이 스트레스로 스트레스가 다시 검색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지면서 생산성도 현격히 떨어진다. 자료 수집은 궁극적으로 지식이나 작품의 생산을 위한 것이지만 정작 이 중요한 창조적 단계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게 된다.

포르테가 제시하는 해법은 일종의 개인 지식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제2의 두뇌’로 활용하는 것이다. 자료를 수집하고 분류하고 요약하는 방식을 체계화하고 이를 활용해 제2의 두뇌에 중요한 정보를 효율

적으로 ‘기억’해놓자는 것이다.

두뇌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중요한 정보를 담아 두었다가 이를 적시에 기억해내는 것이다. 그런데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된 현대사회에서는 매일매일 수집하고 처리해야 하는 정보의 양이 두뇌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이것은 단순히 양의 문제가 아니다.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처리해야 할 것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두뇌는 기억한다. 그리고 이 나쁜 기억은 두뇌의 창조적 활동을 방해한다.

수많은 정보와 일정과 아이디어를 외부 시스템에 입력하는 것은 우선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여기에 더해 정보의 외부화는 두뇌로부터 기억해야 할 것과 후회되는 것을 계속해서 곱씹어야 하는 부담을 덜어준다. 글쓰기가 치유의 한 방식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제2의 두뇌는 새로운 공간을 열어준다. 저장과 기록과 기억은 제2의 두뇌에 맡겨놓고 제1의 두뇌는 경험과 지식과 정보와 통찰을 여러 방식으로 조합해보고 이들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창조적 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

포르테는 이 책에서 제2의 두뇌 구축과 관련한 여러 가지 노하우를 소개한다. 그는 특히 두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완벽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조그맣게나마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해야 한다. 제2의 두뇌가 하나의 큰 프로젝트로 인식되는 순간 그것은 제1의 두뇌에 또 다른 부담을 더할 뿐이며 반드시 실패하고 말 것이다. 매일의 일상에서 제2의 두뇌가 가져다주는 장점을 조금씩 체득하면서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것이 최선이다.

둘째, 이름은 거창하지만 제2의 두뇌는 사실 별것이 아니다. 흔히 사용하는 메모앱을 활용하면 충분히 훌륭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그는 웹사이트(www.buildingasecondbrain.com/resources)에 유용한 앱 리스트를 올려놓았다.

포르테는 자신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제2의 두뇌 온라인 강좌를 수년 전 시작했다. 강의료가 수백만원에 달하지만 상당한 인기를 끌었고 호평을 받았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운동(movement)으로 발전하는 단계에 이른 것 같다.

전희상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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