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는 거북이, 인간 노화 방지 실마리 될까
(지디넷코리아=한세희 과학전문기자)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거북이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나이 들어 노화를 겪는 것은 생물에게 필연적인 일로 여겨진다. 특히 사람 등 포유류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거북과 악어, 도마뱀 등 일부 냉혈동물에게는 노화가 더디게 일어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람의 노화를 늦출 방법을 찾는데 도움이 되리란 기대다.
미국 펜스테이트대학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다양한 파충류 및 양서류 종들에 대한 비교 연구를 실시, 노화 속도와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분석했다. 거북을 포함해 파충류, 양서류 등 장수하는 것으로 알려진 동물에 대한 포괄적 비교 연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또 서던덴마크대학 연구진은 동물원에 사는 거북이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거북류의 동물은 환경이 좋아짐에 따라 노화를 늦추는 능력을 가졌음을 발견했다.
이 두 연구는 23일(현지시간) 학술지 '사이언스'에 함께 실렸다.
■ 장수의 상징 거북이
'노화'란 생물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장기의 기능이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노화의 원인은 생물이 손상된 세포와 조직의 재생에 쓰일 에너지를 줄여 번식에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다. 개체가 성적으로 성숙해지면 성장은 멈추고 노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 등 포유류에 잘 들어맞는다.
반면 거북목에 속하는 동물은 노화를 거의 겪지 않고 장수하는 모습을 보인다. 거북 등 냉혈동물이 장수 경향을 보이는 이유에 대한 설명 중 하나로 '체온 조절 가설'이 있다. 이들은 외부 기온에 맞춰 체온을 조절하기 때문에 스스로 체온을 유지할 열을 몸 안에서 만들어야 하는 항온동물에 비해 대사 활동에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따라서 노화도 늦어진다는 것이다.
또 딱딱한 등껍질이나 독 등 자신을 보호할 신체적 또는 화학적 보호 수단을 가진 동물이 노화가 늦다는 설명도 있다.
■ 냉혈동물이 수명 긴 것은 체온 조절 안 하기 때문?
펜스테이트대학 등 공동연구팀은 세계 각지의 파충류 및 양서류 77종, 107마리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 이들의 노화와 수명을 연구했다.
그 결과 일부 거북과 악어, 도마뱀 등은노화가 늦고 수명이 길다는 것을 확인했다. 보통 체격이 작은 동물은 수명이 짧고 큰 동물은 수명이 긴데, 이들은 체격에 비해 수명이 긴 편이었다.
하지만 체온 조절 가설은 수명과 관련을 찾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생애 첫 번식을 한 후 수명이 냉혈동물은 1년에서 137년 사이, 온혈동물은 4년에서 84년 사이였다. 냉혈동물의 수명이 보다 편차가 컸다.
반면 딱딱한 등껍질이나 갑옷, 껍데기 등의 보호 기구는 노화를 늦추고 수명을 늘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제1저자인 베스 레인키 노스이스턴일리노이대학 교수는 "몸에 보호 기구가 있으면 잡아먹힐 확률이 줄어 수명이 늘어난다"라며 "이는 다시 나이를 천천히 먹도록 압력을 가하는 요소가 된다"라고 말했다.
■ 환경 좋아지면 노화 늦추는 거북이
또 서던덴마크대 연구진이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사는 거북류 동물을 조사한 결과, 52개 종 중 75%는 노화가 매우 더디게 나타났다. 이중 80%는 현대 인류보다 노화가 늦었다.
특히 거북이는 주변 환경이 나아질 경우, 노화를 더욱 늦추거나 노화를 멈추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으로 성숙한 후 성장이 멈추는 다른 동물과 달리 거북이는 성체가 된 이후에도 계속 자란다. 이는 번식 외에 세포 손상 치료에 쓸 자원이 있다는 의미라, 향후 노화의 부정적 효과를 막는 연구에 유용할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한편, 노화를 안 한다는 것은 나이를 안 먹는다거나 죽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시간이 흘러도 사망 확률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동물이 10세 되는 해 사망 확률이 1%이고 100세까지 살아남았다면, 그 해에도 사망 확률이 1%라는 뜻이다. 참고로 미국 여성의 경우 10살 때는 연간 2천 500명 중 1명이 죽지만, 80살 때엔 24명 중 1명이 사망한다.
한세희 과학전문기자(hah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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