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가 오래 사는 건 체온 유지에 에너지 안쓰기 때문

강영진 2022. 6. 2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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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단단한 껍질로 채식동물이지만 포식자와 질병에 강해
거북도 백내장 걸리고 심장 약해지는 등 노화 피할 순 없어

【갈라파고스 국립공원( 에콰도르) = AP/뉴시스】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국립공원이 발견한 멸종위기 큰 거북. 이 거북은 20일 100여년만에 다시 조사단에 의해 발견되었다. 2019.02.21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인간과 같은 포유동물은 노화가 필연적이다. 비타민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피부가 늘어지고 뼈가 물러지며 관절이 굳는다. 그러나 거북은 사람보다 훨씬 우아하게 늙는다. 피부에 주름이 많고 이빨은 없이 잇몸만 있는 모습이지만 갈라파고스 자이언트 거북은 나이가 먹어도 변하지 않는다. 100살 정도가 되면 이동 속도가 느려지는 경우가 일부 있을 뿐이다.

이처럼 거북 등 냉혈동물이 노화하지 않는 이유를 연구해온 연구자들이 사이언스 저널에 2편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존의 노화 연구는 주로 포유류나 조류 등 온혈동물에 대한 연구에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물고기와, 파충류, 양서류와 같은 냉혈동물이 훨씬 수명이 길다. 예컨대 유럽 남부 지중해연안 동굴에 서식하는 도룡뇽은 100년 가까이 산다. 자이언트 거북은 200년을 산다. 올해 초 셰이셸 군도의 조나산이라는 이름의 자이언트 거북은 190회 생일을 맞았다.

코모도 도마뱀, 가터뱀, 청개구리 등 파충류와 양서류 77종을 연구한 논문은 이들의 대사 특성이 노화와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수십년 동안 자료를 수집해 분석했다.

연구자인 노스이스턴 일리노이 대학교 진화생물학 교수 베스 레인케는 "광범위한 분류학적 방법으로 노화 진행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수하려면 노화곡선이 완만해야 한다. 대부분의 동물은 성적으로 성숙해지면 에너지 대부분을 노화 세포의 치유가 아닌 번식에 사용한다. 신체적으로 노쇠해짐에 따라 나이든 동물들은 포식자나 질병에 취약해 쉽게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그러나 일부 냉혈동물들은 나이가 먹어도 노쇠해지지 않는다.

냉혈동물들이 노화를 잘 이겨내는 이유를 설명하는 한가지 가설은 이들이 주변환경에 의존해 체온을 조절하기 때문에 흡열대사를 하는 온혈동물과 달리 에너지 소모가 많은 대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레인케 박사와 동료들은 보다 복잡하다고 설명한다. 그들은 냉혈동물 중에서도 크기가 비슷한 온혈동물보다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종이 있음을 지적했다. 도마뱀과 뱀의 노화 속도는 편차가 크지만 일부 악어와 도룡룡, (뉴질랜드 서식) 수수께끼 큰 도마뱁은 극단적으로 노화속도가 느리다. 그러나 모든 품종의 노화속도가 느린 것이 거북과 장수거북이다.

다른 논문은 거북의 노화가 느린 점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연구자들은 동물원과 아쿠아리움에 사는 거북 52종의 노화현상을 추적했다. 그 결과 알다브라 자이언트 거북과 팬케이크 거북 등 조사대상의 75%가 노화가 거의 진행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스 거북과 검은늪거북은 거꾸로 젊어지기도 했다. 나이가 들수록 잔존 수명이 길어진 것이다. 80% 가량이 현대 인간보다 노화 속도가 느렸다.

거북이들을 대사 속도가 느린 점에서 항노화 동물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또 거북의 단단한 껍질 덕분에 거북이들이 오래살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거의 채식동물인 거북이지만 단단한 껍질의 보호를 톡톡이 받는다는 것이다.

조사대상 거북들이 포획된 상태에서 잘 보호받으며 산다는 것을 감안할 때 노화속도가 느리다는 건 이례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극저온 보존 상태에서도 노화가 진행되는 인간과 달리 포획돼 생활하는 거북이는 동물원의 환경이 노화를 느리게 만드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안락한 외기 온도 속에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으며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논문 저자인 서던 덴마크 대학교 인구생물학자 리타 다 실바는 "동물원에 있는 거북들과 야생 거북을 모두 조사한 끝에 보호받는 거북이의 노화가 느려진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경우 환경이 갈수록 개선되고 있지만 노화 속도는 늦춰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수 거북의 멸종 위기가 수십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거북이들도 영원히 젊지는 않다고 서던 캘리포니아대 노인학자 칼렙 핀치가 밝혔다. 노인들과 마찬가지로 늙은 거북은 눈이 나빠지고 심장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백내장에 걸려서 손으로 먹이를 먹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눈이 먼 거북은 야생에서 생존할 수 없다. 따라서 거북도 나이를 먹는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굼뜨게 움직이는 거북이들도 세월을 이길 수는 없지만 수명을 연장하고 나이가 먹으면서 노쇠해지는 것을 막는데 필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다 실바 박사는 "거북이의 노화 진화 과정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면 거북이와 사람의 노화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낼 수 있을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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