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누리호 앞에 놓인 과제는..신뢰성·가격경쟁력·활용도

김민수 기자 2022. 6. 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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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발사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하늘로 솟구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21일 우주로 가는 길을 처음으로 연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 발사 성공은 한국을 단숨에 세계에서 7번째 우주강국 대열에 올려놓았다. 사업이 착수된 지 12년 만에 각고의 노력과 좌절, 피와 땀이 맺은 성과로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누리호가 우주 발사체로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발사 실패 확률을 낮추는 신뢰성을 확보하고 발사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종암 한국항공우주학회장(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은 “누리호 발사를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스페이스X를 떠올리겠지만 누리호는 이제 시작이며 아직 가야 할 길이 험하고 멀다”며 “신뢰성을 높이고 민간기업 기술 이전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험난한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 세계 발사체 발사 성공 확률 90% 넘겨...고도화 사업으로 신뢰성 확보해야

우주 발사체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최우선 기준은 신뢰성이다. 발사 실패 확률이 높은 발사체에 수천억원의 비용을 들인 위성이나 우주선, 탐사선 등을 싣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먼저 발사체를 개발한 우주개발 선도국들의 발사체 발사 성공 확률은 대부분 90%를 넘는다. 10번 발사하면 1번 실패한다는 산술적인 해석이 가능하지만 실패 사례는 대다수 상업 발사가 개시된 초창기에 집중돼 있다. 발사를 거듭할수록 실패 확률은 확 떨어진다는 의미다.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대표하는 발사체 ‘팰컨9’은 2021년 기준 2010년 첫 발사 이후 총 103회 발사해 두 차례 실패, 성공률은 98%다. 2010년 이전 팰컨9의 뿌리가 되는 팰컨1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총 5번 발사해 3번 실패했다. 초창기 실패를 극복하고 상업 발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04년 첫 발사한 러시아의 ‘소유즈-2’는 2021년 기준 112회 발사해 105회 성공으로 성공률은 94%다. 유럽우주국(ESA)의 ‘아리안5’는 109회 발사해 104회 성공, 성공률이 95%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27년까지 실제 위성을 실은 누리호를 4차례 더 발사하는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을 진행중이다. 총사업비 6873억원이 투입된다. 지난해 10월 1차 발사를 임무 수행 실패로 보고 이번 2차 발사를 성공으로 볼 경우 성공률은 50%다. 고도화 사업을 통해 4회 발사에서 모두 성공할 경우 6회 발사 5회 성공으로 성공률은 약 83%다. 전체 발사 횟수가 부족하지만 남은 발사에서 모두 성공해 신뢰도를 대내외에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안재명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앞으로 고도화 사업에서 이뤄지는 4차례 발사의 성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결국 우리 위성을 안정적으로 쏘아올릴 수 있다는 점을 세계 발사체 시장에 보여주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 우주 발사체 시장도 ‘값싸고 안전해야’...가격 경쟁력 확보도 과제

2013년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KSVL-Ⅰ) 발사추진단장을 맡았던 조광래 전 항우연 원장은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안주해서는 안된다”며 “발사 비용을 줄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누리호 개발 사업에는 12년 동안 1조9572억원이 투입됐다. 일각에서는 누리호 개발 기간에 투입된 예산을 발사 비용으로 거론하고 있지만 자력 개발 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 투입된 비용을 발사 비용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또 엔진 개발, 체계 개발, 시험설비 개발, 발사대 구축을 비롯해 참여한 300여개 기업까지 감안하면 이번 누리호 발사에 소요된 순수 비용을 산정하기는 불가능하다.

항우연 관계자는 “상용 발사체처럼 생산과 발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산정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고도화 사업을 통해 민간 기업에 이전돼 양산 체제를 갖춰야 발사 비용 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발사 비용을 줄이지 않고서는 세계 발사체 시장과 경쟁할 수 없다.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 발사를 진행하면서 노하우가 쌓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안재명 교수는 “여러번 발사하면서 운영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작업부터 시작해 3차원(3D) 프린팅이나 재활용 엔진 기술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며 “결국 지금까지 들인 노력만큼 또는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간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김종암 교수는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으로 민간 기업이 적극 참여하면 이윤을 남기려는 기업의 특성상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딱 들어맞는 비교는 아니지만 미항공우주국(NASA)의 기술을 바탕으로 스페이스X가 경쟁력을 갖춘 사례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활용도 개선도 필요...예비타당성조사 중인 ‘차세대발사체개발사업’ 주목

누리호는 고도 600~800km의 태양동기궤도에 1.5t 중량의 탑재체를 투입하는 발사체다. 성공·실패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상용 발사체로는 아쉬운 체급이다. 2020년 2월 발사돼 고도 3만6000km의 정지궤도에 안착한 해양·환경관측 위성 천리안2B호의 무게는 3.4t에 달한다. 유럽의 아리안5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누리호로는 발사할 수 없는 제원이다. 

결국 상용 발사체로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활용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 2031년까지 총 1조9330억원을 투입하는 ‘차세대발사체개발사업’이 현재 사업성을 검토하는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중이다. 100t 엔진 5기를 묶은 1단 엔진과 10t 엔진 2기로 구성된 2단 발사체로 지구저궤도에 10t 중량의 탑재체를 실어보낼 수 있는 발사체 개발이 목표다. 75t 엔진 4기로 이뤄진 1단 엔진과 75t 엔진 1기의 2단, 7t 엔진 1기의 3단으로 구성된 누리호보다는 성능이 훨씬 앞선다.  

이복직 한국연구재단 우주기술단장(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은 “누리호는 현재 지구저궤도 상업 위성 발사 수요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으며 국내 개발 위성을 누리호를 통해 자주 발사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우주산업 선순환 구조를 가져가야 한다”며 “다만 국가적인 장기 프로젝트인 우주탐사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로 체급을 키워 진행하고 경제성까지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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