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뮤지컬 평론가 "배우의 캐스팅 입김, 굉장히 어려운 일"

김자아 기자 2022. 6. 2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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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김호영(왼쪽) 옥주현. /뉴스1

뮤지컬 ‘엘리자벳’을 둘러싼 친분 캐스팅 논란이 뮤지컬계 고소전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1호 뮤지컬 평론가가 “배우가 다른 배우의 캐스팅에 영향을 주거나 입김을 미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학교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지난 23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을 통해 현재 뮤지컬계에서 벌어진 법정 다툼을 두고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앞서 일부 뮤지컬 팬들 사이에선 엘리자벳 10주년 공연 캐스팅 명단이 공개된 후 주연 배우인 옥주현과 친분 있는 배우들 위주로 캐스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배우 김호영이 “지금은 옥장판 시대”란 게시글을 올려 옥주현을 겨냥했단 해석이 나왔고, 옥주현은 김호영에 대한 고소 방침을 밝혔다. 그러자 뮤지컬 1세대 배우로 꼽히는 최정원, 남경주와 박칼린 음악감독이 “안타깝다”는 입장문을 내면서 논란이 커진 상황이다.

엘리자벳은 오스트리아에서 만들어진 라이선스 뮤지컬로, 원작을 오스트리아 제작진이 만들었다. 원 교수는 “라이선스 뮤지컬은 배우들을 뽑을 때 국내 제작진의 의도는 잘 반영이 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며 “원작자에게 그 모습을 다 보여주고 오디션을 통과해야 배역이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천을 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어느 배우를 좀 주의 깊게 봐 달라 정도의 이야기는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는 없다”며 “글로벌한 수준과 규모의 제작진이 한국에서 올려지는 공연에 특정배우를 쓰기 위해서 캐스팅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앞서 엘리자벳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도 비슷한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MK 측은 “라이선스 뮤지컬 특성상 캐스팅은 주·조연 배우를 포함해 앙상블 배우까지 모두 원작사의 최종 승인이 없이는 불가하다”고 했다.

왼쪽부터 음악감독 박칼린, 뮤지컬 배우 최정원, 남경주./조선DB

1세대 배우들이 입장문을 내고 다수의 뮤지컬 배우들이 이들의 입장에 공감을 표하자, 일각에선 뮤지컬계가 ‘캐스팅 논란’ 비판에 힘을 모으고 있단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원 교수는 1세대 배우들이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원 교수는 “최정원씨 측과 통화를 했다”며 “(캐스팅 관련) 의심이 있어서 입장문을 발표한 게 아니라 ‘배우들이 서로 아끼고 도와줘야지 배우끼리 고소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란 취지로 입장문을 발표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입장문을 보면 사실은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각각 위치에서 서로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친분 캐스팅’ 논란의 원인으론 지나친 팬덤 주의로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 뮤지컬계가 팬덤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다 보니까 ‘내가 지지하는 배우, 내가 응원하는 배우가 혹시라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을까’라는 마음을 가진 네티즌들에 의해서 이야기가 과장되거나 부풀려진 면이 없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팬덤은 국내 뮤지컬 산업의) 빠른 팽창을 가져왔기 때문에 좋은 면도 있다”면서도 “부정적인 면으로 보자면 내가 좋아하는 배우, 내가 미워하는 배우, 이렇게 너무 선을 긋고 팬덤이 극렬하게 반응을 하는 경향도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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