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일 "봉준호 사회적 사건에서 출발, 박찬욱 이야기 속에 철학적 질문" [인터뷰M]

김경희 2022. 6. 2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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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공식 초청에 감독상 수상까지 겹경사의 주인공인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용의자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는 형사 '해준'을 연기한 박해일을 만났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씨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해일은 "이제 장마 시작이라는데, 이런 습한 날씨랑 어울리는 영화죠?"라며 영화 말미의 '해준' 같은 표정을 지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요즘 만나는 배우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촬영만 계속하다가 이렇게 작품을 공개하게 되니까 이제야 일하는 것 같다"라는 말이다. 팬데믹으로 진작 개봉했어야 할 영화들은 무한정 개봉이 미뤄지고, 그 와중에도 제작은 계속되기에 일은 하는데 보이는 건 없는 2~3년이 이어지는 것이다. 박해일도 마찬가지였다. "3년 동안 내리 촬영을 했다. 늘 해 오던 대로 1년에 한 편씩 꾸준히 촬영을 했는데 작년 3월에 촬영을 마치고는 1년 동안 공백기를 가졌다. 다음 작품을 할지 말지 고민이 되더라. 20여 년 동안 제가 작업해온 방식을 생각해 보면 3개의 작품을 아직 보여주지도 못한 상태에서 또 새로운 작품을 시작한다는 게 심적인 부담이 되더라. 그래서 오랜만에 시간을 가져보고자 공백이 있었고 틈틈이 찍어 놓은 작품의 후반작업에 참여하며 시간을 보냈다"라며 '헤어질 결심'의 칸 일정과 개봉을 맞이하기 전까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를 이야기했다.

박해일은 "팬데믹이 끝나면 제 의지와 상관없이 그동안 찍은 작품들이 기다렸다는 듯 물밀듯 관객을 만날 거라는 예상은 했었고, 이렇게 한 작품씩 관객을 만나게 되니 이제야 저도 제 일을 하는 느낌이 든다. '헤어질 결심'을 맨 마지막에 찍었는데 이걸 먼저 개봉하게 되었다. 그 첫 시작이 배우 인생 처음으로 칸에도 가보게 되고, 박찬욱 감독과 사석에서의 만남이 아닌 일로서 한 작품을 소중하게 경험했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는 탕웨이라는 배우와 짙은 호흡으로 작업해 본 작품이라 좋다. 관객과의 만남이 설레고 긴장도 된다"라며 '헤어질 결심'으로 엔데믹을 시작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헤어질 결심'으로 칸 영화제에 참석한 박해일이기에 칸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해외에서 박해일을 어떻게 알아보더냐는 질문에 그는 "저라는 배우가 칸에서 직접 소개된 적은 없는데 봉준호 감독의 작품 '살인의 추억'이 많이 알려져 있었고 그때 용의자의 이미지로 저를 대하시더라. 영화가 상영되기 전까지는 '용의자였는데 이번에는 친절하고 청결한 형사를 어떻게 잘 할지 기대하겠다'라는 반응이 많았고 상영 후에는 칭찬이 많았다. 박찬욱식의 형사를 이렇게 변주해서 제가 잘 받아먹은 것 같다는 표현도 해주더라. 처음 간 칸에서 좋은 이야기도 들어서 뜻깊은 선물 같았다"라며 칸의 첫 방문을 통해 좋은 추억을 남겼음을 이야기했다

국내에서는 칸 영화제 시상식 현장에서 송강호의 남우주연상 수상 당시 진심으로 축하해 주던 박해일의 모습이 크게 화제가 되었었다. 그때의 상황에 대해 박해일은 "전혀 예상하기 못했던 상황이었다. 외국 심사위원이 '송굉호'라고 말했는데 1초가 지나서야 '아 이게 송강호지?'이라면서 박찬욱 감독과 제가 벌떡 일어났다. 의식한 건 아니고 마치 두더지 게임할 때 툭툭 일어나는 그런 느낌이었고 어느새 저희가 박수를 막 치고 있더라. 받을만한 사람이 받는 걸 정말 축하해 주고 싶었고 박찬욱 감독님이 지체 없이 걸어가서 안아주시던데 저도 체통을 지켜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나가서 하게 된 포옹이었다"라고 설명해 웃음을 안겼다.

많은 배우들이 박찬욱 감독과의 작품을 고대하고 있을 것이고 박해일도 마찬가지였다고. 그렇게 기대했던 박찬욱 감독과의 작업을 해보니 어떻더냐는 질문에 박해일은 "사석에서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 사석과 현장이 다르지 않아서 더 예민한 배우의 입장에서는 간극이 크지 않아서 일할 때 부담이 적었던 편이다."라고 답했다.

그러며 "첫 촬영 때 현장 공기를 느끼려고 일찍 나갔었다. 박찬욱 감독과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울지 곤혹스럽고 긴장도 많이 되었는데 그때 갑자기 생겨난 묘수가 봉준호 감독에게 물어보자는 것이었다. 두 분이 서로 영화적 동료이자 동지이고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해 주는 관계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봉준호 감독에게 박 감독이 어떤 스타일이고 어떻게 제가 다가가면 좋을지 물어보려고 "박 감독에게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지 팁 좀 주세요"라고 문자를 드렸더니 담백하게 답이 왔다. "진정한 마스터시지. 니가 무슨 연기를 하든 다 받아주실 거야. 걱정하지 말고 재미있게 찍어"라고 해주시더라."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거장과 작업해 본 배우이기에 경험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두 거장과의 작업을 통해 느낀 차별점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그는 "봉준호 감독은 사회적인 사건에서 출발하는 거 같다. 거기서 사회적 시선을 놓지 않고 그 안에서 드라마가 생성된다. 인물은 관객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와 유머를 통해서 연출의 변을 콕 짚어내며 보여주는 편. 박찬욱 감독은 이야기 속에서 보이지 않게 철학적 질문을 대중적으로 던지는 방식을 쓰신다. 같은 종류의 스타일일 수도 있고 너무 다른 스타일일 수도 있다."라며 경험을 통해 얻은 생각을 밝혔다.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헤어질 결심'은 6월 29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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