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정상, 서방 견제 담은 '베이징 선언' 발표..대러 제재 반대 명문화는 실패

박은하 기자 2022. 6. 24. 11: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브릭스 화상회담/신화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 등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들이 회담을 열고 개발도상국의 대표성 강화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개혁 요구 등을 담은 선언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대러시아 제재 반대 입장을 선언문에 담는데는 실패했다.

브릭스 5개국 정상들은 23일 제14차 정상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했다. 중국 관영 CCTV와 이타르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정상회의를 주재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우리는 냉전적 사고와 집단 대결을 지양하고 독자 제재와 제재 남용에 반대하며 인류운명공동체의 대가족으로 패권주의 소그룹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와 대중국 포위망 구축 시도를 비판한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가간 관계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국제법 규칙과 유엔 헌장의 핵심에 기반한 진정한 다극 시스템 구축을 향해 통일되고 긍정적인 경로를 형성하는 데 있어 브릭스 국가들의 리더십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상들은 회의 후 75개 항목의 ‘베이징 선언’을 발표했다. 정상들은 선언에서 “우리는 유엔 안보리 개혁 관련 논의에 새로운 활력을 주입하는데 진력할 것”이라며 “개도국의 대표성을 늘림으로써 전지구적 도전에 대응해야 함을 재차 언급한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에서 더 큰 역할을 하려는 브라질, 인도, 남아공의 희망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브릭스를 강화해 반미 플랫폼으로 활용하려는 중·러의 이해와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는 브라질, 인도, 남아공의 이해가 절충된 결과다.

선언문에는 국제 현안에 대한 입장이 골고루 담겼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회담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양자·다자 담판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관련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또 주권, 독립, 영토보전, 국가통합 및 내정불간섭 원칙을 강조하며 “평화롭고 안정적인 아프가니스탄을 지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어 “선진국이 글로벌 기후 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있으며 완화 조치를 확대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녹색 무역 장벽에 반대한다”며 유럽 중심으로 논의되는 글로벌 탄소세 논의에 반대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한 대러 제재 반대 문구는 선언문에 명시되지 않았다. 중·러와 입장을 달리해온 인도 등 나머지 국가들이 대러 제재 반대에 동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회의 시작 전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는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 회의를 미국과 그 동맹국에 대한 승리 선전용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를 막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견제 목적의 미국 주도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에도 참여 중인 인도는 국경을 맞댄 중국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서방의 대러 제재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동참하지도 않으면서 실익을 챙기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4일에는 브릭스 회원국에 다른 신흥국과 개도국을 참여시킨 ‘브릭스 플러스(+)’ 성격의 ‘글로벌발전 고위급 대담회’가 열린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