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인증 날개 단 'K-푸드'..세계가 후루룩후루룩

2022. 6. 2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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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푸드 찾는 한류 팬들
건강하고 위생적인 음식 인식 높아져
팬데믹 이후 비무슬림국가에서도 선호
세계 시장 2024년 1796조원 규모 추산
할랄인증 라면·떡류 등 인기로 수출 증가
국내 업계 제품개발·전용 브랜드로 공략

“한류 열풍과 ‘파이어 누들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 매운 한국 라면의 도전 영상)’의 인기 등으로 마트에서 할랄인증 K-푸드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지만, 해당 식품은 아직 부족한 편이에요.”

코트라(KOTRA) 무역관을 통해 전해진 아시안 마트 관계자의 말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곳이 무슬림 국가가 아닌 캐나다라는 것이다. 무슬림 시장이 확대되고, 할랄푸드가 북미나 유럽 등 비(非)무슬림 지역에서도 관심을 받으면서 해외에서는 갈수록 할랄인증을 단 K-푸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최근 삼양식품은 아예 미국 시장을 겨냥한 ‘하바네로 라임 불닭볶음면’을 내놓았다. 할랄푸드 인증을 받은 동시에 현지인에게 익숙한 하바네로 고추와 라임으로 맛을 개발, 무슬림 뿐 아니라 할랄푸드에 관심있는 미국 소비자들도 즐기도록 한 것이다.

할랄푸드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살·처리·가공된 식품에 부여한 인증으로, 철저한 검증을 거쳤다는 일종의 ‘안심 마크’ 기능을 가진다. 주목할 것은 할랄푸드가 전반적으로 건강하고 위생적이라는 이유로 팬데믹(전염병의 전 세계적 대 유행)이후 비무슬림 사이에서도 선호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그만큼 할랄 기준이 까다롭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채식은 동물성 식품을 제외하면 되지만, 할랄푸드는 더욱 복잡하다. 한국할랄인증원에 따르면 돼지고기 금지는 물론, 소고기나 닭, 채소 등의 재료 또한 조리와 보관, 유통에서도 하람(haram, 금지된 식품)과 철저히 분리하는 등 엄격한 기준을 따라야한다. 돼지고기가 거쳐간 식기에서 조리됐어도 인정받을 수 없다. 또한 ‘할랄적격 식품’ 일지라도 공식 인증이 없다면 무슬림에게는 ‘할랄인증 식품’과 엄연히 구분된다는 점도 중요한 사항이다.

할랄푸드의 인식 확대와 무슬림 인구의 빠른 증가로 관련 시장은 몸집을 불리고 있다. 다이나 스탠다드 리서치의 ‘2020,2021글로벌 이슬람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할랄푸드 시장은 오는 2024년 1조 3800억 달러(한화 약 1796조 원)으로 추산되며, 이는 중국이나 미국의 식품 시장보다 큰 규모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할랄푸드가 주요 품목 외에 제과·제빵 분야에서도 연평균 9% 이상 지속 성장할 것이며, 현재 온라인 판매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슬림 국가들은 관련 정책도 강화하는 중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오는 2024년 10월부터 할랄 인증이 없는 제품의 유통이 전면 금지된다.

신세계푸드 ‘대박라면’을 먹고 있는 외국인들

한국 식품 역시 관련 시장에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할랄푸드 최대 소비국인 말레이시아(1위)와 인도네시아(2위, 2022년 SGIE 보고서 기준)에 대한 식품 수출 실적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수출 판매액은 전년 대비 각각 38.6%, 36% 상승했다. aT 수출기업육성부 관계자는 “할랄인증의 한국 라면이나 떡류 등이 수출 증가세를 기록중이며, 비무슬림 소비자에게도 할랄푸드가 안전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소비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확대되는 할랄 시장에서 한국 식품의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국내 업계들도 할랄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오리온은 초코파이 속 하얀 크림(마시멜로우)에 들어가는 젤라틴을 식물성으로 교체했으며, 영풍은 알코올을 넣지 않아도 떡을 상온보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 2011년부터 김이나 김치, 고추장 등의 할랄 제품을 수출해 온 대상 청정원은 인도네시아 전용 마마수카(MAMASUKA)브랜드를 통해 시장을 공략 중이다.

무슬림인에게 가장 인기있는 식품은 라면이다. 신세계푸드의 할랄라면인 ‘대박라면’의 경우, 현지 제품보다 3배 가량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명칭처럼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8년 출시 후 현재 17개국에서 누적판매량이 2600만 개에 달하며, 미국, 뉴질랜드 등 비무슬림 국가로 수출을 늘리는 중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한국식 매운 라면에 대한 호평이 온라인을 통해 타 국가로 확산되며 매출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성호 할랄협회 본부장은 “할랄푸드는 상당히 크고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할랄푸드 중에서도 인기가 높은 한국 치킨이나 떡볶이 등은 할랄 시장 진출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을 방문한 무슬림 관광객수가 100만 명(2019년 기준, 한국할랄산업연구원)을 돌파한 시점에서 관광객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K-푸드의 할랄 인증은 강조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육성연 기자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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