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처럼 '진실의 방' 했다간 형사도 교도소行"[人터뷰-이대우 서울 동대문경찰서 수사1과장]

2022. 6. 2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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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도시'? 마석도 형사처럼 '진실의 방' 했다간 교도소로 끌려갑니다." 최근 만난 이대우 서울 동대문경찰서 수사1과장(경정)은 최근 인기 몰이 중인 영화 '범죄도시'에 대해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극중 형사인 마석도(마동석)가 압도적인 힘으로 범인을 통쾌하게 제압하는 모습은 실제 2000년 전에나 볼 법한 장면이고, 실제로는 이 같은 수사 방식은 없다고 했다.

이 과장의 인생에서 형사와 수사는 그의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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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걸어온 33년 형사의 길
경찰 권한강화로 수사 업무 많아져
일만큼 처우 개선돼야 지원자 늘어
국민에 질 높은 치안서비스 가능
범죄 피해자 아픔 해결하는 업무
일반 공무원과 다른 마음가짐 필요
가족의 일이라 생각하고 임해야
통합수사팀 전국확대 방안 추진엔
여러 수사기법 접목 효율적이라 생각
이대우 서울 동대문경찰서 수사1과장이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 도중 주먹을 불끈 쥐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 ‘범죄도시’? 마석도 형사처럼 ‘진실의 방’ 했다간 교도소로 끌려갑니다.” 최근 만난 이대우 서울 동대문경찰서 수사1과장(경정)은 최근 인기 몰이 중인 영화 ‘범죄도시’에 대해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극중 형사인 마석도(마동석)가 압도적인 힘으로 범인을 통쾌하게 제압하는 모습은 실제 2000년 전에나 볼 법한 장면이고, 실제로는 이 같은 수사 방식은 없다고 했다.

지난 5월 18일 개봉한 '범죄도시2'에서 마석도 형사가 범인을 검거하는 장면. [영화 범죄도시2 스틸컷]

이 과장의 인생에서 형사와 수사는 그의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다. 2000년부터 그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범죄 사냥꾼’을 개설, 대중에게 형사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범죄 상담부터 수사 과정 전반을 보여주는 ‘형사 일일 체험’을 진행하는 등 대한민국 경찰의 이미지 개선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 과장도 얼마 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국회 통과 등으로 경찰 권한이 강화되면서 수사 업무도 많아진 것을 의식하고 있다. 그는 “경찰 내부에서 사기 진작이 돼야 형사·수사에 지원하는 동기가 생기고, 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질적인 치안 서비스를 제공 할 수 있게 된다”며 경찰 대원들의 처우 개선을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이 과장과 일문일답.

-동대문서로 온 지 반년이 다 돼간다. 서울의 경찰서에서 과장급으로 일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알고 있다.

▶매일매일 재미있다. 서울에 재입성하고 수사 부서로 배치가 안 되고 (수서경찰서 산하)도곡지구대장으로 있다 올해 수사과장이 됐다. 다시 오니 새롭기도 하고, 전문 분야다 보니 하루하루가 즐겁다.

-(경찰청) 본청에 두 자리밖에 없는 수사팀장에 지원했던 만큼 쉰을 넘은 나이에도 아직 현장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있어 보인다.

지난 5월 18일 개봉한 '범죄도시2' [네이버TV]

▶어느덧 중간 관리자의 자리에 올랐지만 마음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 재작년 경찰청 수사 부서에 자리가 나서 지원했지만 당시 경정 3년차인 만큼 경력이 짧아서 잘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도 수사·형사과에 팀장(계장) 자리가 있다면 언제라도 지원할 의향이 있다.

-여러 방송 매체에 출연하는 등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다. 실제 ‘범죄 사냥꾼’ 카페를 개설하기도 했다. 해당 카페를 운영하면서 실제 검거하게 된 사건도 있나.

▶2001년 카페를 통해 처음 접수했던 ‘여대생 피해 사건’이 기억난다. 여대생을 대상으로 조건 만남을 시도한 범인이 알고 보니 강도였다. 성폭행을 당한 뒤 돈도 빼앗겼다고 하더라. 이후 지속적으로 약점을 잡고 지속적으로 돈을 달라고 협박한다고 카페를 통해 피해 상담이 들어왔다. 피해자에게 범인에게 마치 돈을 줄 것처럼 연기를 시켜 (범인과) 접선지까지 유인하도록 했다. 그 결과 접선지에서 범인을 붙잡을 수 있었다.

-주로 형사·수사과에서 근무하면서, 기억에 남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다.

▶2000년대 중반, 서울 서대문경찰서에서 강력팀장으로 일하던 시절이다. 어떤 분이 ‘자신의 지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유서를 건네 주더라. 알고 보니 돌아가신 피해자가 남성이고 ‘범죄 사냥꾼’ 회원이더라. 이 분이 음악 관련 채팅 사이트에서 안 한 여성에게 피해를 입은 사실을 제보한 게 있었다. 피해자가 해당 여성과 동거 중 우연히 여성의 휴대전화에서 울리던 통화를 받았는데, 알고 보니 다른 남성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동거하던 여성이 이 사실을 알고는 통화 속 남성으로부터 돈을 못 받게 됐다며 피해자에게 돈을 대신 갚아달라고 수차례 협박했다더라. 그래서 피해자가 협박을 견디다 못해 카페에 ‘상담하고 싶다’는 글을 남겼는데, 하필 그때 서대문서에서 살인사건 수사 본부팀이 꾸려져 해당 내용을 볼 여력이 없었다. 그 사이 피해자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나중에 내게 보낸 유서를 보니 가해자(동거 여성)가 피해자를 협박한 음성 메시지와 채팅 내역 등이 상세히 정리돼 있더라. 그걸 보고 ‘하아’ 하는 탄식만 했다. 충격적이더라. 결국 그 가해자 여성을 잡아 구속하긴 했지만 아직도 그 사건이 마음속에 옹이처럼 남아있다.

- 최근 경찰이 인천·경기북부경찰청에서 시범 운영해온 ‘통합수사팀’ 체제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죄명을 기준으로 구분된 부서 내부의 칸막이를 없애 수사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인데 수사 인력과 예산 확대 없이는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통합수사팀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은 괜찮다고 본다. 각 팀의 노하우를 접목, 수사할 수 있어 사건 처리에 있어서도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건이 특정 부서랑 딱 떨어지지 않고 연결고리가 엮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때 그 고리에서 각 팀의 수사기법을 동원하면 한 팀에서 수사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던 어려움을 함께 풀어나갈 수 있고, 미처 알지 못했던 수사 노하우를 배울 수도 있다. 지금까지 형사·사이버·지능·경제팀에 있어본 경험에 비춰 어디를 가든 강력수사에 대입해서 수사를 진행하더라. 가령 경제팀에서는 피의자가 도주하면 수배령을 때리고 검거됐을 때 수사를 재개했다. 이에 반해 강력수사는 피의자를 추적해 범인을 직접 잡았다. 이처럼 경제팀에서 피의자를 수배하고 기다리기보다, 잡을 단서가 있다면 끝까지 추적하다 죗값을 받게 하는 식으로 움직이면 당연히 피해자들부터 만족감도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수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수뇌부에서도 이렇다 할 대책이 없어 보인다. 아쉬운 점이나 제언할 점이 있다면.

▶물론 제가 중간 관리자 입장에서 윗사람들의 생각까지 짚을 순 없지만 수사·형사는 사실 사기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사기 진작이 많이 좌우하지 않을까 싶다. 일한 만큼의 처우가 필요하단 뜻이다. 동대문서장님도 늘 ‘행복치안’을 얘기하는데, 조직에 대한 만족이 있어야 국민에게도 더 질 높은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걸 보면 수사·형사 인력 확충이 잘 뒷받침되는 것은 물론 처우 개선더 이뤄지면 좋겠다.

- 오롯이 수사의 길만 걸어왔다. 자부심을 가질만한 점이나 혹은 아쉬운 점이 있나.

▶(다른 경찰들이)수사·형사과를 찾아온 피해자의 일을 나의 부모과 형제자매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수사에 임해줬으면 한다. 이게 내 가족이라고 하면 나 몰라라 하지 않을 것 아닌가. 물론 당장 쌓여가는 사건에 치이긴 하지만, 피해자를 역지사지로 생각하는 자세를 갖추고 일해야 한다. 그래야만 자연스럽게 내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수사의 길을 걷고 싶어하는 경찰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지금의 추세는 ‘워라밸(일과 개인의 삶 사이 균형)’의 추구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현재 경찰 조직에 들어오는 젊은 세대도 옛날 기성 세대처럼 일에만 집중하고 가정을 등한시하지 않더라. 다만 수사·형사 경찰은 다른 공무원과 다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범죄 피해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해결하는 업무를 한다. 그런데 이익만을 위해 복지부동하고, 월급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경찰은 당연히 수사·형사과를 선호하지 않을 것이다. 수사·형사 경찰은 불의에 맞서 법의 정의를 지향하고, 피해자의 아픔을 해결해주는, 즉 적성에 맞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 모든 경찰이 마찬가지다. 단순히 경찰 업무를 일반 공무원처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 경찰이 나의 적성에 맞는지 보고, 근성과 열정을 가져줬으면 한다.

김영철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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