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잔류 엘리트들 푸틴 반대는 커녕 오히려 지지..술만 퍼마셔" NYT

강영진 2022. 6. 2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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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러 운명에 영향 미칠 능력 없다며 "술만 퍼마신다"

[런던=AP/뉴시스]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가운데)가 지난 2015년 5월 24일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리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선덜랜드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 후 첼시가 프리미어리그 트로피를 받자 박수를 치고 있다. 2022.3.25.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러시아의 엘리트 계층이 대거 자국을 떠났으나 잔류한 엘리트 계층은 불라디미르 푸틴이 일으킨 전쟁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가보안국(KGB) 간부 출신으로 한때 억만장자였던 알렉산드르 레베데프는 러시아 통치세력과 관계가 깊지만 그의 아들이 영국에 신문사를 소유하고 영국 상원의원이기도 한 등 서방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이다. 서방은 그를 제재함으로써 푸틴에 등을 돌리도록 시도했다. 그러나 레베데프는 푸틴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대응하고 있다.

그는 자신에게는 아무런 힘도 없다면서 "나더러 크렘린 앞에서 시위를 하라는 거냐"고 반문한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받은 화상 통화에서 "반대로 하는 게 더 쉽다"고 답했다.

러시아의 주요 경제인들이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두바이, 이스탄불, 베를린 등지로 떠났다. 그러나 자국내에 기반이 있으면서도 서방과 관련이 깊은 사람들은 어찌해야 할 지 몰라한다. 이에 따라 그들의 대응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이는 러시아 엘리트들이 전쟁을 지지하기로 했으며 반 푸틴 전선을 결성할 가능성은 거의 없음을 보여준다. 국내에 남은 엘리트 중 극히 소수만이 전쟁 반대 목소리를 냈으며 대부분은 머리를 숙이고 있다. 일부는 푸틴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지난 4월까지 미국의 자금을 받아 러시아에서 가장 권위있는 싱크탱크인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를 운영하던 드미트리 트레닌은 "우리의 처지가 그렇다"고 토로했다. 그는 서방을 "적"으로 부르며" "우크라이나에서 전략적 성공을 거두는 일"이 러시아에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한다. 그는 "전쟁 국면이 대화가 가능한 수준에서 불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푸틴이 전쟁을 일으킨 뒤 서방은 러시아의 고위 당국자, 경제인, 언론인, 지식인 등 러시아 엘리트들의 동향을 면밀히 지켜봐 왔다. 그들의 실망감과 경제적, 문화적 고립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푸틴이 생각을 바꾸도록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자신들이 국가의 운명에 개입할 능력이 없다는 분위기로 모아진다. 모스크바에 남은 언론인 예프게니아 알바츠는 이에 대해 "그들이 술만 마신다. 아주 많이 마신다"고 말했다.

러시아 억만장자들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재산이 동결됐음에도 전쟁 반대 목소리를 거의 내지 않는다. 푸틴의 한 고위 보좌관은 전쟁에 반대해 푸틴에게 여러 차례 사임 의사를 밝혔으나 이를 공개한 적이 없으며 제네바 주재 러시아 중간급 외교관 한 사람만이 항의 표시로 공개 사임했다.

오히려 유럽 및 미국과 관계를 접고 푸틴 비판을 자제하는 사람이 더 많다. 푸틴이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대로 서방이 아닌 러시아에 명운을 거는 것이 낫다고 보는 것이다.

푸틴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경제 포럼에서 러시아 국내가 "안전하다"며 러시아 부호들을 향해 서방의 휴가지와 기숙학교에서 러시아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전쟁 전부터 엄격한 통제를 받아온 러시아 정계는 오히려 활기를 띄는 모습이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나치의 옛소련 침공 81주년을 맞아 모스크바의 무명용사 묘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소련이 독일의 공격을 받은 1941년 6월 22일을 '추모와 슬픔의 날'로 기리고 있다. 2022.06.23.

알바츠는 자택에서 유튜브를 통한 방송을 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계속한 모스크바의 메아리라는 라디오 방송은 전쟁 직후 폐쇄됐다. 푸틴을 전쟁범죄자라고 비난한 그는 러시아의 새 언론통제법에 따라 경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가까운 지인들이 대부분 러시아를 떠났지만 러시아에 남아서 거의 유일하게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 알바츠는 "너무나" 외롭다고 말한다. 63살인 알바츠는 "젊은 저항의 목소리 모두 떠났다. 항거를 계속해야만 한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그런 시절은 끝났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한편 레베데프는 최근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노벨 평화상 메달을 경매에 부쳐 1억350만달러(약 1346억원)에 판매한 드리트리 무라토브가 편집국장인 보바야 가제타에 일부 지분을 가지고 있다.

62살인 레베데프는 러시아가 "이란과 북한" 방식을 따라가고 있으며 몇 년을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푸틴의 건강이 나쁘다는 소문을 "말도 안된다"며 그가 건강을 유지하는 한 권좌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 부호들이 푸틴 주변의 비타협적 이너서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건 "완전한 환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호들이 제재로 인해 피해를 당한다고 생각하며 서방과 관계를 끊고 푸틴 주변에 모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개나다의 제재 대상이다. 그는 자신이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독립언론을 지원해왔다며 "푸틴이 터무니없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토록 직접적으로 기여한" 신흥부호라며 캐나다가 제재한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나는 러시아에 살면서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 따라서 내가 잘 아는 분야에서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 고급 포도주 수입이 어려워졌다고 해도 러시아 정부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지난 봄 강제로 자신이 설립한 러시아 은행의 지분을 처분해야 했던 올렉 틴코프 이외에 러시아 주요 기업인 가운데 전쟁 반대 목소리를 낸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게 잘못이라고 비난해도 우리는 계속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카네지 모스크바 센터 책임자 출신 트레닌도 마찬가지다. 그는 수십년 동안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정책 논의를 주도해왔으며 푸틴 반대자들을 센터에 유치했었다. 전쟁 전 트레닌은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된 2월 24일 이후 동료 일부가 러시아를 떠났으나 트레닌은 남았다. 그는 침공이 올바른 결정인지는 더이상 문제가 되지 않으며 자신은 현재 서방과 러시아간 전쟁에서 조국을 지지해야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를 떠나 침공 반대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사람들을 "전시에 조국과 동포에 맞서는 사람"이라고 했다. 또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반대를 존중했더라면 전쟁은 안 일어났을 것이라고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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