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버튼 하나만 눌렀다면..7분 사이에 갈린 미 아파트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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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아파트 붕괴 사고 당시 첫 징후 발생부터 붕괴 시작까지 약 7분의 틈이 있었는데도 건물 전체에 아무런 '긴급 대피 경고 방송'이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모든 세대에 경보방송을 울릴 수 있었는데도 이 장비를 다룰 경비원은 사용법을 한 번도 교육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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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작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아파트 붕괴 사고 당시 첫 징후 발생부터 붕괴 시작까지 약 7분의 틈이 있었는데도 건물 전체에 아무런 '긴급 대피 경고 방송'이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모든 세대에 경보방송을 울릴 수 있었는데도 이 장비를 다룰 경비원은 사용법을 한 번도 교육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당시 사고 생존자와 유족, 관계자 인터뷰와 관련 문건 등에서 이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망자가 98명에 달했던 마이애미 비치 서프사이드의 12층짜리 아파트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 붕괴사고가 발생한 시각은 작년 6월24일 오전 1시22분께였다.
붕괴의 첫 징후는 이보다 7분 전인 오전 1시15분께였다. 당시 지상층 '수영장 데크'가 굉음을 내며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생존자들은 이 소리에 대해 "천둥소리", "금속이 부자연스럽게 찌그러지는 소리"와 같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대다수가 잠든 심야였지만, 일부 주민은 이 소리만으로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 대피해 목숨을 건졌다.
토목 엔지니어인 사고 생존자 파올로 롱고바르디 씨도 수영장의 물이 갑자기 사라지는 장면을 보고는 아이들과 아내를 깨워 긴급히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6층에서 본능적으로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는 64세 여성, 1층 111호에서 대피했다는 가족들도 수영장에서 발생한 굉음을 듣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이들은 그러나 대피하던 당시 건물에 아무런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생존자는 아파트가 '고요할 정도'였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이 건물에는 비상시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방마다 연결된 스피커로 주민에게 직접 '전 세대 알림' 경보 방송을 전할 수 있는 장비가 설치돼 있었다.
2017년 이 장비를 설치한 업자는 법원 제출용 진술서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고 건물 전체 스피커를 켤 수 있었다"며 "장비가 제대로 사용됐다면 솔직히 말해 사람을 더 많이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근무한 지 4개월 된 경비원이 당시 이 장비 사용법을 전혀 교육받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그는 NYT에 "교육훈련은 최소한만 받았다. '전 세대 알림' 버튼은 들어본 적도 없다"며 "방법만 알았다면 눌렀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 7분으로 운명이 갈린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
수영장 붕괴 소리에 이상 징후를 포착해 살아남은 일부 주민과 달리 1002호 주민인 15살 조나와 그의 엄마는 베란다에서 수영장을 내려다본 뒤 별일이 없다는 듯 침대로 들어가 다시 잠을 청했다.
아파트는 무너졌고 둘은 콘크리트 더미에 깔렸다. 조나는 콘크리트 잔해가 A자형 공간을 만든 덕에 목숨을 부지했지만, 바로 옆에 있던 엄마는 조나의 손을 잡은 채 숨지고 말았다. 척추 12개가 부러진 조나는 구조대원이 도착한 후에도 엄마의 손을 좀처럼 놓지 못했다.
조나의 아버지인 닐 핸들러는 "7분 전에 경고해줬다면 조나나 그 엄마는 물론이고 다른 주민도 얼마든지 살아서 대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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