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주산업, 궤도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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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21일 오후 3시59분 59.9초에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가 15분45초 만에 목표 궤도인 고도 700㎞에 성능검증위성과 위성모사체(가짜위성)를 진입시켰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한국은 1t 이상 실용급 위성 발사 능력으로는 러시아, 미국, 유럽연합,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일곱 번째 나라로 발돋움했다.
1993년 충남 태안군 안흥시험장에서 과학로켓1호를 처음 쏘아 올린 뒤 온갖 악전고투 끝에 29년 만에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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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2022년 6월21일 오후 3시59분 59.9초에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가 15분45초 만에 목표 궤도인 고도 700㎞에 성능검증위성과 위성모사체(가짜위성)를 진입시켰다. 이어 남극 세종기지와 대전 지상국에서 성능검증위성과의 초기 교신에 성공하고 위치를 확인했다. 1조9572억원이 투자된 대형사업이 12년3개월 만에 성공한 순간이다.
순수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한 한국형 우주발사체인 누리호의 성공은 한국이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2013년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의 경우 1단 엔진은 러시아에서 산 것이었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한국은 1t 이상 실용급 위성 발사 능력으로는 러시아, 미국, 유럽연합,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일곱 번째 나라로 발돋움했다.
한국의 독자 우주 개발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우주 기술은 국가 간 기술이전이 엄격히 제한된다. 발사체에 위성을 실으면 우주발사체가 되지만 탄두를 실으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돼 군사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93년 충남 태안군 안흥시험장에서 과학로켓1호를 처음 쏘아 올린 뒤 온갖 악전고투 끝에 29년 만에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이어졌다. 37만여 개의 부품이 조립된 누리호 성공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국내 기업 300여 곳, 연구진 1천여 명이 똘똘 뭉친 결과다.
이제 누리호에서 분리돼 궤도에 올라 초속 7.9㎞로 매일 지구를 14.6바퀴 도는 180㎏의 성능검증위성이 향후 2년 동안 임무를 수행할 차례다. 성능검증위성은 내부에 탑재된, 국내 대학에서 개발한 3.2~9.6㎏의 큐브위성 넉 대를 6월29일부터 이틀에 한 번씩 우주에 띄워야 한다. 조선대, 카이스트, 서울대, 연세대 위성 순으로 사출한다. 이 ‘꼬마위성’들은 농작물 작황과 바다 상태 관측, 한반도 서해 상공 미세먼지 관측 등의 역할을 맡는다.
이번 누리호 발사 성공은 엄밀히 볼 때 ‘모의고사’에 해당한다. 운송 수단으로서 발사체 기능을 점검하는 단계라, 현장에서는 ‘시험발사’라고 불렀다. 2021년 10월 1차 발사 때는 위성모사체만 실었고, 이번 2차 발사에는 180㎏의 성능검증위성과 1.3t의 위성모사체를 탑재했다. 실제 누리호가 우주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본시험’은 2023년 시작된다. 항우연은 2027년까지 6874억원을 들여 누리호를 네 차례 더 발사한다. 2023년 3차 발사되는 누리호에는 처음으로 실제 운용할 차세대 소형위성이 실린다. 이어 2024년 4차, 2025년 5차, 2027년 6차 발사 등이 계획돼 있다.
이처럼 누리호 발사의 성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인 만큼 과제도 많이 있다. 2021년 기준 전세계 우주산업은 530조원 규모다. 한국의 관련 산업 규모는 3조2천억원 정도로 세계 시장의 1%를 밑돈다. 발사체 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도 갖춰야 한다. 적재물 1㎏당 7천만원이 드는 누리호 비용을 세계 평균인 2천만원 정도까지 낮춰야 한다. 미국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비행 중 떨어져나가는 추진체를 회수하고 엔진 재점화 기술 등을 통해 열 번 넘게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발사 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8월3일에는 우리 기술로 만든 달 탐사선 ‘다누리’도 발사 비용이 저렴한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에 실려 달로 향한다.
김규남 <한겨레> 스페셜콘텐츠부 기후변화팀장 3strings@hani.co.kr
*뉴노멀: 이주의 주요 뉴스 맥락을 주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코너로 <한겨레> 김규남, 이승준, 장수경 기자가 돌아가면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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