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나치 탄압에 'SOS' 보낸 유대인 서한 온라인 공개

제260대 교황 비오 12세 때 기록 공개
프란치스코 교황 "모든 사람이 기록물에 접근할 수 있어야"
교황청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기록물 pdf로 확인 가능

프란치스코 교황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탄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황에게 도움을 구한 유대인들의 서한 등의 기록물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기록물은 모두 제260대 교황 비오 12세(1876∼1958) 시절에 접수됐으며, 교황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유대인 단체와 가족 등의 서한 등 2700건의 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 비오 12세가 바티칸의 세인트 피터 대성당 앞 광장에서 ‘우르비 에트 오르비(온 세계에 축복을)’ 강복을 진행하고 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AFP]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탄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황에게 도움을 구한 유대인들의 서한 등의 기록물을 온라인에 공개할 것을 지시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공개를 지시한 자료는 제260대 교황 비오 12세(1876∼1958) 시절에 접수된 기록이다.

독일 나치 정권과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정권이 유대인들을 박해하던 시기에 교황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유대인 단체와 가족 등의 서한 등 2700건의 자료가 포함돼 있다.

나치 정권의 강제이송 및 수용소 감금을 피할 수 있도록 외교적 개입을 해 달라거나 가족을 찾아달라는 요청 등이 담긴 기록도 많다.

교황청은 이날 성명을 내고 모든 사람이 기록물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요청에 따라 이번 온라인 공개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당시 도움을 요청했던 사람들의 후손은 사랑하는 이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청 사도문서고에 보관돼 있는 문서들. [AFP]

앞서 2020년 3월부터 연구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학자들에게는 공개가 됐었다.

AFP통신은 이번 조치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톨릭 교회 투명성 강화’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1939년부터 1958년까지 교황을 맡은 비오 12세는 재위 당시 나치의 집단 학살이 자행되는데도 침묵을 지킨 게 아니냐는 의혹도 받는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역사학자 데이비드 커처는 기록 보관소에 있는 자료를 분석해 낸 책에서 “비오 12세는 유대인을 위해 사안에 개입하거나 나치의 잔학한 행위를 비난하는 것을 꺼렸다”고 썼다.

그러나 교황청은 비오 12세가 생명을 구하기 위해 ‘조용한 외교’를 했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yooh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