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성적표는?
이런 이유로 여러 부처 장관이 부동산 정책을 숙의하는 회의체를 정부 상설기구처럼 여기는 이가 적잖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부동산 문제는 주택 관련 규제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세제와 금융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를 풀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관계 장관들이 소집됐을 뿐이다.
실제로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관계장관회의를 상시 가동하는 경우는 역대 정권을 통틀어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정도다. 이전에도 부동산 문제 처리를 위한 정부 부처 합동 회의체는 있었다. 하지만 '주택 200만 채 공급계획'(노태우 정부)과 '부동산실명제'(김영삼 정부), '8·31 부동산종합대책'(노무현 정부)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위한 태스크포스(TF)에 불과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관계장관회의가 외형은 비슷하지만 목표와 운영 형태에서 적잖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앞으로 부동산 정책이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한 시사점을 주는 대목이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엄포'로 시작해 '사과'로 끝난 文 정부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출범 직후부터 부동산 가격 하락을 정책 핵심 과제로 삼았고, 규제 방안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문 전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습니다"(2019년 11월 국민과 대화)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이 컸다.하지만 시장 반응은 정부 기대와 반대로 나타났고, 급격한 전세금 상승과 집값 폭등으로 이어졌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2020년 7월 16일 21대 국회 개원연설을 통해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선포했다. 그리고 20일 뒤인 8월 5일 경제부총리가 주도하는 '1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가 소집됐다.
이날 오전 7시 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홍남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현재 부동산시장 상황을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게 인식해 기재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장관급 부동산시장 점검회의를 신설했다"며 소집 배경을 밝혔다.
홍 전 부총리는 이어 "주택 공급이 아무리 늘어나도 불법 거래나 다주택자들의 투기 등을 근절시키지 않는다면 부동산시장 안정 달성은 어려운 만큼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는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날 9억 원 이상 주택 거래 감시 강화, 주요 개발 예정지의 시장 과열 우려 시 기획조사 착수 같은 조치도 발표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올해 4월 13일까지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모두 41차례 열었다. 당초에는 매주 개최할 계획이었다. 초기에는 이를 지켰지만 이후 월 1회로 줄면서 결국 평균적으로 월 2회가량이 됐다.
이를 통해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8·4대책)이나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 방안'(2·4대책) 같은 대책들이 공개됐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아는 바처럼 실패로 끝났고, 대선 패배와 정권 연장 실패로 이어졌다. 홍 전 부총리는 4월 13일 마지막 회의에서 "결과적으로 부동산시장 안정을 이루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사과'로 마무리했다.
규제 완화에 무게 싣는 尹 정부
우선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목표가 '부동산시장 정상화 추진'이다. 이를 위해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6월 16일 윤 대통령 주재로 진행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보고'에서 정부는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별도로 소개한 뒤 "규제 중심의 운영을 지양하고, 분과별 시장 소통, 민관 협력을 통한 정상화 방향 도출과 정책 수단 간 시너지 효과 제고에 집중한다"고 못을 박았다.
6월 21일 열린 첫 회의에서 발표된 '6·21 부동산대책'에는 이런 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대책이 다수 포함됐다. 임대차시장 안정을 위해 임대료를 5% 이내로 올리는 집주인(‘상생임대인')에게 양도소득세 특례를 확대 적용하는 조치가 대표적이다.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분양가상한제 거주 의무를 완화하거나, 민간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확대하는 조치도 마찬가지다.
운영 방식에도 큰 차이가 있다. 개최 시기를 정례화하지 않고, 현안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소집하기로 했다. 그 대신 부동산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것은 동일하다.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공급분과(주무 국토교통부) △세제분과(기재부·행정안전부) △금융분과(금융위원회) △규제·공정시장 분과(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운영하기로 한 것도 큰 차별점이다. 분과별 회의에는 정부 부처 관계자뿐 아니라 시장과 전문가 그룹 등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민관과 부처 협력을 통해 정책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관계장관회의가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당분간 부동산 관계장관회의가 자주 소집될 가능성이 크다. 6월 21일 발표에서 '3분기 추진 부동산 정상화 과제'로 △올해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 및 근본적 개편안 마련 △공시가격 제도 개편 △주택 '250만 채+α' 공급 로드랩 마련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황재성 동아일보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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