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가파르게 오른 동네는 민주당에서 표심 이탈
● 서대문·종로·마포까지 모두 뒤집힐라
● 3.3㎡당 4000만 원 넘는 서대문의 변심
● 북아현뉴타운에 주목하는 이유
● 구의3동, 교남동, 염리동 공통점
● 3.3㎡당 2000만 원 이하일 때 민주당 유리
이 중 서대문구에서 이 전 후보가 간발의 차(0.86%포인트)로 윤석열 대통령(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을 제쳤다. 한국리서치가 3월 23일 내놓은 주간리포트 '20대 대선 특집: 세대와 부동산, 그리고 득표율'에 따르면 이 전 후보는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가 평당 4000만 원이 넘는 수도권 기초자치단체 19곳 중 3곳에서만 이겼다. 서울 서대문구와 경기 하남시, 경기 성남시 수정구다. 서대문구는 집값이 비싼 서울 자치구 중 유일하게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곳이다.
구의원 2명 모두 與 당선 북아현동
"서대문구 북아현동 표심의 변화를 살펴봐라. 향후 강북에 신규 아파트 단지가 생겨 부동산값이 오를 경우 양당 득표 전략에 미칠 파장을 미리 가늠해볼 만한 동네다."강북권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의 한 인사는 "서울에서 가장 흥미로운 표심 변화가 나타나는 동네가 어디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현직인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송영길 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 서울시내 총 25개 자치구, 425개 행정동에서 모두 승리했다. 서대문구에서 오 시장이 송 전 후보를 가장 큰 격차로 이긴 동네가 북아현동이다. 오 시장은 이곳에서 4276표(57.9%)를 얻어 2863표(38.8%)에 그친 송 전 후보를 20%포인트 가까운 격차로 앞섰다. 북아현동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도 윤 대통령이 5164표(49.8%)를 득표해 4730표(45.6%)를 받은 이 전 후보를 전체 득표율 차이보다 큰 격차로 이긴 곳이다.
시곗바늘을 뒤로 돌려보자. 2016년 4월 제20대 총선만 해도 북아현동에서 우상호 민주당 후보는 3164표(52.0%)를 받아 2523표(41.4%)에 그친 이성헌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를 크게 앞섰다. 민주당이 대승한 2018년 6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야권 서울시장 후보(김문수·안철수)가 얻은 표의 합계는 3548표(39.7%)에 그쳤다. 2020년 4월 제21대 총선에서도 우 후보가 5125표(51.9%)를 얻어 4153표(42.1%)에 그친 이 후보를 이겼다.
그러다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 시장이 4820표(55.6%)를 얻어 3392표(39.1%)를 얻은 박영선 전 민주당 후보를 앞서가더니 두 차례 전국단위 선거에서 연이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북아현동 지역구 서울시의원 선거에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비교적 여유 있게 당선됐다.
눈길을 끄는 건 북아현동 구의원 선거 결과다. 구의원 등 지역구 기초의원 선거의 경우 중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어 각 정당은 선거구별로 2~4명 내에서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 같은 정당 후보를 구분하기 위해 표기하는 기호가 '가'와 '나'다. 대체로 '가'후보는 당선 안정권, '나'후보는 당선 불안정권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서울 서대문구 가선거구(충현동, 천연동, 북아현동, 신촌동)에서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고 출마한 후보 두 명이 당선됐다. 기호 2-나를 받은 주이삭 국민의힘 서대문구 구의원 후보는 8883표를 득표해 2-가 이진삼 국민의힘 후보(8475표), 1-가 이동화 민주당 후보(8212표)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주 당선인은 북아현동에서 2257표(30.6%)를 얻었다.
e편한세상신촌과 힐스테이트신촌
이쯤 되면 북아현동은 오롯이 보수 강세 지역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2016년과 2022년 사이에 동네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북아현뉴타운 사업을 통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2017년 3월부터 e편한세상신촌(1-3구역·1910가구), 2020년 8월부터 힐스테이트신촌(1-1구역·1226가구)이 입주했다.여기다 각각 2320가구, 4776가구 규모인 북아현2구역과 북아현3구역 개발도 가시화됐다. 북아현2구역과 북아현3구역은 서울 지하철 2·5호선인 충정로역과 5호선 서대문역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지역이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보수정당에 유리한 구도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지역은 많다. 광진구 구의3동의 경우 같은 구의동 이름을 쓰는 구의1동, 구의2동과 달리 한강변을 중심으로 대단지 아파트촌과 학원가가 밀집해 있다. 또 대형마트와 멀티플렉스 극장 등 쇼핑 및 엔터테인먼트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이렇다 보니 이곳이 속한 광진구을 국회의원 지역구는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데도 유독 구의3동만 보수 지지세가 높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은 구의3동에서 8179표(63.5%)를 얻어 4420표(34.3%)에 그친 송영길 전 후보를 더블스코어 가까운 차로 따돌렸다.
표본이 적은 편이지만 종로구 교남동도 주목할 만하다. 오 시장은 이곳에서 2808표(60.6%)를 얻어 1678표(36.2%)에 그친 송 전 후보에 압승했다. 교남동에는 흔히 '종로 대장주' 또는 '강북 대장주'라고 불리는 경희궁 자이가 자리해 있다. 마포구 염리동도 주목된다. 염리동에서 오 시장은 4084표(59.2%)를 얻어 2634표(38.2%)에 그친 송 전 후보를 크게 앞섰다. 염리동에는 마포구에서는 처음으로 매매 가격이 20억 원(전용 84㎡)을 넘은 마포프레스티지자이가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아파트 실거래가가 높으면 보수, 낮으면 진보'라고 갈음해 버리기엔 무언가 석연치 않다. 그런 기준대로라면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주요 신도시는 과거부터 늘 보수만 지지해야 했다. 어떤 특정한 단절선이 있을지 모른다. 한국리서치는 2000만 원이라는 숫자에 주목했다. 앞선 리포트에 나오는 대목이다.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가 평당(3.3㎡) 2000만 원 이하인 기초지자체만 놓고 보면, 실거래가가 높아질수록 이재명 후보 득표율도 같이 올라가는 것이 확인된다. 반대로 평당 2000만 원 이상인 기초지자체만을 놓고 보면 실거래가가 높아질수록 이재명 후보 득표율이 떨어지는 것이 확인된다."
한국리서치는 지방선거 일주일 후인 6월 8일에 '[8회 지선 특집] 결과 분석 – 대선, 분할투표 그리고 부동산'이라는 자료를 내놨는데, 골자는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득표율에서도 같은 패턴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표심에 나타난 정책 실패 부메랑
민주당은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내리 3연패를 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에 따른 집값 폭등으로 민심이 이반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동향 통계를 기준으로 서울의 평균 아파트값은 문재인 정부 출범(2017년 5월) 당시 6억708만 원에서 지난해 10월에 딱 2배(12억1639만 원)가 됐다. 정작 서울의 아파트 가치가 높아질수록 민주당으로부터 표심이 이탈하는 현상이 감지된다.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문제다.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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