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전금법 개정 서두르겠다"..비금융 네트워크도 금융에 오픈[헤럴드 금융포럼 2022]
데이터 개방, 궁극적 도달 목표는 '고객가치'
"금산분리 개선돼야" 금융권 한목소리
[헤럴드경제=김성훈·서정은·박자연 기자] 금융당국이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을 다시 추진한다. 전금법은 고객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추진됐으나 국회에 계류된 지 오래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금융산업을 반영해 오픈뱅킹을 넘어 오픈파이낸스로의 변화를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이 가운데 각 금융사와 빅테크들도 업권간 밥그릇 싸움보다는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형주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23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헤럴드 금융포럼 2022’에 참석, 주제발표를 통해 멈춰있는 전금법 개정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전금법 개정을 처음 추진할 때는 다른 나라에 뒤쳐지지 않았었는데, 유럽연합(EU)이나 영국에서 치고 나가는 동안 법 개정이 지연되면서 애로를 겪고 있다”라며 “이번 정부에서 조금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금법은 2006년 제정된 이래 15년간 근본적인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후 스마트폰,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가 등장해 우리 삶이 많이 바뀌었음에도 그로 인한 변화를 규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2020년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을 비롯해 최근 3년여 사이에만 20여건의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그러나 내부거래의 외부청산 문제로 금융위와 한국은행이 갈등을 겪고, 종합지급결제업자 문제로 은행과 핀테크가 갈등하면서 꼬여버렸다. 금융위는 현재 갈등 요소를 수정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국장은 전금법 등 디지털금융혁신의 기본방향을 “D(데이터)·N(네트워크)·A(액티비티) 선순환 구조”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개방·융합을 강화하고, 네트워크를 개방해 현재 조회·이체에 한정된 오픈뱅킹의 서비스를 확장한 오픈파이낸스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이같은 인프라를 통해 결국 액티비티, 뭘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라며 “사용자가 많이 쓰도록 해야 하는데 금융서비스 중에 사용자가 자주 사용하는 지급결제 분야에서 혁신이 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국장의 발표 직후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는 데이터 개방 범위, 네트워크 개방, 동일규제 적용, 규제이행 등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금융권과 빅테크 업체들을 둘러싼 플랫폼 개방 논의가 업권간 밥그릇 싸움이 아닌 궁극적으로는 이용자들을 향해야 한다는 뼈아픈 반성도 나왔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정보제공주체가 데이터를 어떤 순서로 어떤 규칙을 통해 제공하는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뤄졌다”면서도 “사용자를 대변하는 제 입장에서 보면 행위 자체보다 제공됐을 때 어떤 가치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희 신한금융지주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또한 “소비자 효익 등을 생각한다면 헬스, 유통 등 여러 측면에서 데이터가 열려야 한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합의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알지만, 소비자들을 생각해 전체적인 허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탰다.
참석자들은 데이터 개방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그 범위에 대해서는 ‘컨센서스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래호 네이버 파이낸셜 금융사업총괄은 “모두가 공유해야할 데이터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들 간 컨센서스를 마련하고 강화해서 개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떤 데이터까지 모두 공유하고, 또 어떤 데이터는 제휴나 연합을 통해서 공유할 것인가 등을 정해 합리적인 범위나 기준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 개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적정한 과금체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영서 KB금융 디지털플랫폼총괄(CDPO)은 “예컨데 마이데이터를 보면 금융사업자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자와 정보 제공자 포지션을 다 갖고 있고, 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며 “운영이나 비용 부담에 맞는 과금체계가 내년에는 잡혀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산분리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금산분리 원칙 하에서는 기업이 은행의 주식을 일정 한도 이상 보유하거나, 은행 등 금융회사가 기업의 주식을 일정 한도 이상 보유하는 것이 금지된다. 최근 몇 년 간 빅테크 기업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현 규제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조영서 CDPO는 “금융이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는 것을 5년 전에 말했다면 힘들었을 테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금융의 디지털·비대면화가 가속화되면서 플랫폼에서 모든 금융생활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과 보험사가 비금융 자회사 지분을 15% 이상 소유하지 못하는 제도를 완화할 필요가 있고, 은행에 적용된 포지티브 규제(법률·정책상 허용된 것 외에 불허)를 개선해 플랫폼에 다양한 업무를 탑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조 CDPO는 “우리나라 법체계에서 전업주의가 금과옥조로 여겨졌지만 적어도 플랫폼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일 플랫폼에서 모든 금융생활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명희 신한금융 CDO 역시 “사실 저희도 플랫폼이 되고 싶어서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 기술·AI·데이터 회사를 소유할 수 없는 게 아쉽다”면서 “지주회사가 이런 연구기관을 가져가 금융·비금융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함으로써 고객에게 가치를 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빅테크들도 금산분리 완화에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동의했다. 서래호 총괄은 “금융회사에서 20년간 신사업을 기획했지만 산업자본은 카드사 등 금융업을 영위할 수있는 반면, 반면 금융사는 자회사가 철저히 금지돼 연관된 사업 확장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금산분리도 시대적 맥락에 따라 재해석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민택 대표는 “제도적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우선적으로 전통 금융사도 플랫폼도 빅테크 금융산업이라는 부분에 대해 서로 학습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제도적 개선이 이뤄진다고 했을 때 가치적인 부분에서 유효한 경쟁이 일어날지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그러면서 “금융사가 플랫폼을, 플랫폼이 금융사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에 많은 논의와 사업적 교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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