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후 민족'에게 이모티콘·이모지는 만국공용어

기자 2022. 6. 2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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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인터넷 때문에│그레천 매컬러 지음│강동혁 옮김│어크로스

10대들 인터넷 글에 주목

사회언어학 관점에서 조명

“표정·몸짓 표현하는 이모지

단어와 경쟁하려 들기보단

완전히 새로운 체계 만들어

인터넷, 언어 나타내는 은유”

세상에 드러난 글은 대개 정제된 형태일 때가 있었다. 신문 기사가 그랬고 책은 더욱 그러하며 방송, 그중 뉴스의 말은 사실상 정교한 편집을 거친 글이다. 언젠가부터 이 과정이 사라졌다. ‘인터넷 때문에’의 저자인 언어학자 그레천 매컬러에 따르면 위에 언급한 “격식적인 글”은 이제 “오직 구어에만 쓰였던 편집되지 않고 걸러지지 않은 단어의 거대한 바다”에 포위됐다. 이 모든 것이 책 제목처럼 ‘인터넷 때문’이다. 저자는 언어학의 관점에서 인터넷이 이끈 “언어의 지속적인 진화”에 천착하면서 “인터넷 시대의 사회언어학”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저자가 인터넷 글들을 언어학 관점에서 고찰하는 이유는 “글로 쓰인 인터넷 언어의 숨겨진 패턴을 분석하면 우리가 쓰는 일반적 언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터넷에서 생산된 비격식 문어의 양은 격식 문어의 양에 비해 몇 배나 많다”면서, 언어를 변화시키는 대표 격인 10대들의 인터넷 글에 주목한다. 대개의 기성세대는 10대들의 언어 사용에 우려를 표한다. 10대들의 줄임말이나 이모티콘 등이 난무하는 인터넷 글이 말과 글의 본래 의미를 훼손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10대들이 글을 쓸 때 격식·비격식 스타일을 섞어서 사용한다는 사실은 그들이 하는 일이 일상 구어를 불완전하게 받아 적는 것도 아니고, 격식 문어를 쓰려다가 실패한 것도 아님”을 강조한다. “인터넷 문어는 그 자체의 목표가 있는 별도의 분야”인데, 청소년들은 자신들만의 문법을 통해, 왕따 등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한 의사소통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터넷에서 생산된 비격식 문어가 세대의 흐름에 따라 적잖은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오래된 인터넷 민족’은 “네트워크 컴퓨터가 ‘쿨한’ 것이 되기 전에 접속”했던 사람들, 즉 기술에 능통한 사람들이었다. 이후 “인터넷을 사회생활의 매개체로 완전히 받아들”인 ‘온전한 인터넷 민족’, “사회생활은 대부분 예전대로 유지하면서 나중에야 인터넷을 매개로 하는 우정에 비교적 점진적으로” 흘러들어온 ‘준인터넷 민족’, 어쩔 수 없이 인터넷 세계로 이주한 ‘인터넷 이전 민족’, 인터넷이 삶의 완전한 일부인 ‘인터넷 이후 민족’ 순으로 진화했다.

‘인터넷 이후 민족’은 문장부호와 이모지, 이모티콘, 밈만으로도 자신들의 감정과 상태를 충분히 표현한다. 특히 사람이 취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표정과 몸짓을 표현할 수 있는 이모지는 “언어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지역에서 두루 쓰이는”, 일종의 만국 공용어다. 젊은 세대는 이모지 하나를 단순 반복하거나 여러 이모지를 복합적으로 반복하면서 자신만의 감정과 상태를, 그것을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저자는 이모지가 “단어의 앞마당에서 단어와 경쟁하려 들기보다, 완전히 다른 층위의 의미를 나타내는 완전히 새로운 체계”여서 성공했다고 분석한다. 말 이상의 것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모지는 확실히 신세계나 다름없었다.

인터넷에 얽힌 다양한 기술은 인사법과 대화의 양식을 바꾸었다. 대면하지 않고 실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최초의 장치는 전화였는데, 이로 인해 ‘Hello’로 시작하는 대화가 보편화됐다. 거기서 진화해 “문어와 비격식어의 완벽한 교차”를 이뤄낸 스트리밍 방식의 채팅은 흔한 안부 인사 없이 곧장 대화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누군가 곁에 있어도 “문자메시지에 답장을 보내는 것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강해졌다. “대화가 잠깐 끊긴 틈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때문에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책의 부제는 ‘우리의 언어를 어떻게 바꿨을까?’라고 묻지만, 실제로는 언어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의 양식마저 바꿔놓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저자는 책 말미에 “인터넷은 언어를 나타내는 새로운 은유”라고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터넷 언어 연구의 미래는 당신, 독자에게 달려 있다. 언어 그 자체의 미래가 당신, 발화자에게 달려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448쪽, 1만9000원.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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