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재개발구역 '고양이 이사작전'.."까망아 이젠 떠나야 해"

이승욱 2022. 6. 2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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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은 없네요. 포획틀을 놓을 때 눈이 마주쳤는데 눈치를 챘나 봐요."

민운기 간사는 "재개발구역에 머무르다 철거 잔해물에 깔려 죽는 고양이들이 많다"고 했다.

동물권 단체 카라는 "조례에 정비구역 내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문구를 넣으면 길고양이를 구조하는 분들이 재개발조합에 관련 요구를 하기 편하다"며 "정비구역 내 동물 보호 조례 제·개정이 전체 지자체로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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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도시공공성네트워크
철거 들어간 텅 빈 동네에서
포획틀 놓아 길고양이 구조
"잔해물에 깔려 죽기 십상
재개발지 동물보호 조례 필요"
21일 인천 미추홀구 전도관 재개발구역에 남은 길고양이를 구하기 위해 설치한 포획틀에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와 있다. 민운기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간사 제공

“아, 오늘은 없네요. 포획틀을 놓을 때 눈이 마주쳤는데… 눈치를 챘나 봐요.”

21일 오전 9시 인천 미추홀구 전도관 재개발구역. 민운기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간사는 전날 오후 설치한 포획틀을 확인하기 위해 재개발구역에 들어가는 중이었다. 언덕길은 오래 방치된 듯 창틀과 유리 조각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고, 길 주변은 허리 높이까지 자란 잡풀들로 무성했다.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인 곳에선 뿌연 먼지와 함께 굴착기 기계음이 요란했다. 2020년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전도관 재개발구역은 지난해부터 보상과 이주가 시작됐다.

사람이 대부분 떠나간 이곳에는 새 보금자리를 찾지 못한 길고양이 수십마리가 살고 있다. 민운기 간사는 “재개발구역에 머무르다 철거 잔해물에 깔려 죽는 고양이들이 많다”고 했다. 민 간사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고양이를 구조해 안전지대로 이주시키기 위해서다. 올해 말 철거가 마무리될 때까지 최대한 많은 고양이를 이주시키려고 한다.

구조 작업은 포획틀에 고양이가 좋아하는 먹이를 넣고 고양이가 그 안에 들어오길 기다려 붙잡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먹이로는 주로 캔참치가 사용된다. 먹이를 둔 장소를 조금씩 옮겨가며 고양이가 자연스럽게 서식지를 바꾸도록 유도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구조법이지만, 철거 작업이 이뤄지는 급한 상황에선 그럴 여유가 없다. 민 간사는 “1시간도 안 돼 고양이를 구조할 때도 있고 하루를 꼬박 기다렸는데도 구조에 실패하기도 한다. 대중이 없다”고 했다.

21일 오전 9시께 인천 미추홀구 전도관 재개발구역에 남은 동네 길고양이를 구하기 위해 민운기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간사가 포획틀을 옮기고 있다. 이승욱 기자

구조된 길고양이는 동물병원에서 중성화 수술을 받은 뒤 계양구 효성동에 있는 쉼터로 옮겨진다. 그곳에서 양호한 건강 상태가 확인되면 동네를 정해 일정 기간 창고 등에서 적응시킨 뒤 방사한다. 쉼터와 창고는 모두 고양이를 아끼는 시민들이 마련한 사설 공간이다. 연태성 복순이네보호소 대표는 “일주일 가량의 적응 기간을 두지 않고 곧바로 방사했다간 원래 동네에 있는 길고양이한테 죽임을 당할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라도 구조되는 운 좋은 길고양이는 소수다. 더 체계적으로 고양이들의 생명을 지켜주고 싶어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문제다. 일부에선 ‘주인 없는 고양이를 왜 지켜줘야 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하지만, 이미 주인 없는 동물 보호를 제도화한 지역도 있다. 서울시가 그렇다. 2020년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동물보호 조례’에 ‘정비구역 내 동물의 구조와 보호를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하며, 원활한 수행을 위해 동물 보호 단체에 예산의 범위에서 필요한 경비를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서울 외에도 정비구역 내 동물 보호를 위한 조례를 둔 곳은 부산시와 경기도다. 동물권 단체 카라는 “조례에 정비구역 내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문구를 넣으면 길고양이를 구조하는 분들이 재개발조합에 관련 요구를 하기 편하다”며 “정비구역 내 동물 보호 조례 제·개정이 전체 지자체로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21일 인천 미추홀구 전도관 재개발구역에 설치한 동네 길고양이 포획틀. 이승욱기자

인천시 농축산유통과 담당자는 <한겨레>에 “지난해 관련 민원이 있었지만 동물 보호 조례를 개정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반영하지 못했다”며 “다음 조례 개정 때 반영이 가능하도록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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