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취급 귀중본도 그 시대엔 평범한 책

나윤석 기자 2022. 6. 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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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에는 약 30만 권의 고서(古書)가 있습니다.

귀중본이라면 문자 그대로 '귀하고 소중한 책'이라는 뜻일 텐데, 어떤 요건을 갖춰야 '1% 리스트'에 포함되는 걸까요.

국립중앙도서관이 보유한 귀중본 26개에 관한 '아무나 볼 수 없는 책'(파이돈)은 이 궁금증을 풀어주며 시작합니다.

그밖에 '소장자가 널리 알려진 경우' 혹은 '유명인이 책에 서명 등을 남긴 경우'도 귀중본 요건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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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팀장의 북레터

국립중앙도서관에는 약 30만 권의 고서(古書)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귀중본(貴重本)’으로 대접받는 책은 1%가 조금 넘는 3684권이라고 합니다. 귀중본이라면 문자 그대로 ‘귀하고 소중한 책’이라는 뜻일 텐데, 어떤 요건을 갖춰야 ‘1% 리스트’에 포함되는 걸까요.

국립중앙도서관이 보유한 귀중본 26개에 관한 ‘아무나 볼 수 없는 책’(파이돈)은 이 궁금증을 풀어주며 시작합니다. 저자인 장유승 단국대 연구교수에 따르면 귀중본을 결정하는 기준은 10개가 넘습니다. 고서라면 조선 17대 임금인 효종 재위 기간 이전에, 근현대 도서라면 1950년 이전에 발간된 자료가 귀중본으로 분류됩니다. 이만큼 오래되지 않아도 단 하나뿐이거나 몇 없는 책은 귀중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밖에 ‘소장자가 널리 알려진 경우’ 혹은 ‘유명인이 책에 서명 등을 남긴 경우’도 귀중본 요건에 속합니다. 기준이 복잡한 듯하지만 한마디로 귀중본은 ‘드문 책’입니다. 내용보다는 물리적 특징, 즉 물성(物性)이 중요하다는 얘기지요. 그런데 왜 제목이 ‘아무나 볼 수 없는 책’일까요. 연구자도, 일반인도 이 귀중한 책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고작해야 책을 촬영한 사진이나 유리 진열장에 갇힌 모습만 확인할 수 있을 뿐입니다. 저자는 “책을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책을 손상 없이 보관해 후세에 전하는 것 역시 도서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설명합니다.

내용은 귀중본의 결정적 요건이 아니지만, 저자가 소개하는 책과 그 속에 담긴 사연은 충분히 흥미롭습니다. 과거 합격자 명단을 기록한 ‘사마방목’은 일종의 동기 수첩인데, 187명의 인생행로를 추적해보니 크게 출세한 이도 있었고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으로 활약한 이도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가문을 말아먹을 만큼 몰락했고요. 또 ‘조선판 동네 역사책’이라 할 만한 ‘훈도방주자동지’, 조선 시대 관보를 엮은 ‘난여’ 등도 눈길을 끕니다.

3년간 이들 자료를 연구한 저자는 지금 ‘보물’ 취급을 받는 귀중본도 원래는 ‘평범한 책’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오늘 우리가 가볍게 읽는 책도 수백 년 뒤엔 귀중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따지고 보면 후대의 평가보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의 느낌 아니겠습니까. 우리에게 재미와 감동을 안겨준다면 이미 그 책은 귀중본일 테니까요. 이번 주 북리뷰 지면에 실은 책들과 함께 소중하고 귀한 주말 되시길.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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