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철도노조 30년 만에 대규모 파업..'불만의 여름' 이어지나

김예슬 기자,김민수 기자 2022. 6. 24.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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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노조 반발 불러 "마거릿 대처조차 하지 않았던 접근"
항공·교육·보건·우체국 등 전 부문에서 파업 예고
지난 21일(현지시간) 철도 노조가 30년 만에 최대 규모 파업에 돌입한 런던 워털루 역에 텅 빈 플랫폼과 멈춘 열차가 보인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김민수 기자 = 영국 철도노조가 임금 인상 등을 놓고 사측과 협상이 결렬되자 30년 만에 최대 규모 파업에 나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파업 동안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노사정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이라 파업이 더 길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4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전날 파업 기간 인력 부족을 메울 수 있도록 철도 회사가 임시 직원을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영국 철도해운노조(RMT)가 사측과 협상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21·23·25일 사흘간 파업에 돌입하자 이에 따른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조처다.

◇"노-사 협의 중재할 정부가 갈등 부추겨"…사흘간 파업에 시민들 혼란

그러나 노조 측에서는 존슨 총리의 방안을 두고 "마거릿 대처조차 하지 않았던 접근"이라며 "재앙을 더 심각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파업이 일어날 때마다 협상 대신 사용이 쉬운 노동자로 대체하면 제대로 된 협상에 도달할 수 없다는 취지다.

특히 노사의 협상을 중재해야 할 정부는 오히려 사측에 서서 노조의 입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존슨 총리는 "노조가 너무 높은 임금을 요구하고 있다"며 "공공부무 사업자들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임금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 철도시설공단인 네트워크레일을 비롯해 철도회사 13개 소속 노조원 약 4만 명은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열차의 20%를 대폭 단축된 시간에 운영할 것이라 예고한 바 있다.

시민들은 21일과 23일 진행된 파업으로 인해 출퇴근길 큰 혼란에 빠졌다. 특히 22~26일은 세계 최대 음악 축제인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이 열리는데, 페스티벌이 열리는 서머싯 지역으로 가는 철도 노선도 크게 줄어 음악 팬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기록적 인플레이션에 임금 인상 요구…대규모 파업, 마거릿 대처 총리 이후 30년 만

지난 21일(현지시간) 철도 노조가 30년 만에 최대 규모 파업에 돌입한 런던 워털루 역에서 승객들이 열차를 내리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RMT는 현재 임금이 약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인플레이션율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파업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의 소매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월 11.1%를 기록했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락다운(봉쇄) 조처가 해제됐지만, 여전히 승객 교통량 회복이 더뎌 일자리도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철도시설공단인 네트워크레일의 앤드루 헤인즈 최고경영자(CEO)는 노조의 파업이 "불필요한" 것이라며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믹 린치 RMT 사무총장은 양측의 입장차가 큰 데다 영국 정부가 협상 테이블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어 여름 내내 추가 파업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영국 정부가 국영 철도와 런던 지하철에 대한 예산을 삭감한 게 이번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네트워크레일 측이 다음 달 1일부터 정리해고를 시행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영국에서 이번처럼 대규모 파업이 일어나는 건 마거릿 대처 총리 집권 시절 이후 30년 만이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급등)을 노조 탓으로 몰아붙였던 대처 총리는 1984년 파업 탄광노조원 9500여 명을 구속 또는 연행했다.

이러한 대처 총리의 대응은 이른바 '영국병'(영국의 과도한 사회복지와 노조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인한 만성적인 임금 상승, 생산성 저하)을 고쳤다는 평도 받지만, 영국 노조조직률을 반토막 나게 했다는 비판도 피하지 못했다.

◇英철도노조, 파업 '불만의 여름'으로 명명…전 산업 분야에 확산할 가능성 커

영국 항공의 항공기가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이륙 대기 중이다. 2020.03.16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한편 런던 히드로 공항의 영국항공 직원들도 이날 임금 협상이 결렬돼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파업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파업은 성수기인 여름휴가와 겹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유럽 각 공항과 항공사는 인력 부족과 파업으로 인해 혼란을 겪는 상태다.

영국 전국교육노조(NEU)와 국민보건서비스(NHS), 우체국 노조 역시 물가상승률에 가까운 수준으로 임금이 인상되지 않으면 파업 여부를 결정할 투표를 진행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임금 동결로 촉발된 1978~1979년 영국의 대규모 파업 시기였던 '불만의 겨울'을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RMT는 이번 파업의 이름을 '불만의 여름(Summere of discontent)'로 명명했다. '불만의 겨울'처럼 파업을 전 산업 분야에 걸쳐 대대적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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