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 창 대신 책을 출간한 조선 최정예부대

2022. 6. 24.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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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역사이야기 발굴자인 역사커뮤니케이터 장수찬씨의 '조선의 머니로드'(김영사)는 조선에 처음으로 돈이라는 개념이 생겨난 때로부터 '돈 냄새'를 예민하게 포착한 인간들의 욕망과 흥망성쇠를 흥미롭게 그려낸다.

조선시대에 화폐경제가 출현한 건 임진왜란 이후로, 조선으로 출병한 명나라 군사들을 따라들어온 요동상인들에서였다.

명나라 조정은 재빨리 인근의 요동 상인을 조선에 보냈는데, 이들이 종로통에 눌러앉아 상점을 열면서 은화가 조선 전역에서 통용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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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5000명 정예부대인 훈련도감은 어떻게 군비를 마련했을까? 한강 나루터 주막집이 금융 플랫폼으로 탈바꿈한 사연과 서울의 록펠러가 되고 싶었던 ‘땔감왕’의 최후는?

흥미로운 역사이야기 발굴자인 역사커뮤니케이터 장수찬씨의 ‘조선의 머니로드’(김영사)는 조선에 처음으로 돈이라는 개념이 생겨난 때로부터 ‘돈 냄새’를 예민하게 포착한 인간들의 욕망과 흥망성쇠를 흥미롭게 그려낸다.

조선시대에 화폐경제가 출현한 건 임진왜란 이후로, 조선으로 출병한 명나라 군사들을 따라들어온 요동상인들에서였다.

당시 명군은 은화를 가지고 다녔지만 조선에는 화폐가 통용되지 않아 군인이 입고 마시는 군량 조달이 시급했다. 명나라 조정은 재빨리 인근의 요동 상인을 조선에 보냈는데, 이들이 종로통에 눌러앉아 상점을 열면서 은화가 조선 전역에서 통용되기 시작한다.

물물교환을 하던 데서 화폐의 편의성을 몸소 체험하게 된 조선은 전쟁 막바지에는 술과 고기, 두부, 땔감을 사고팔 때도 은만 주고 받는 게 뉴노멀이 된다. 세종이 여러 번 시도하다 실패한 화폐 보급이 전쟁의 ‘뜻밖의 선물’로 주어진 것이다.

당시 명나라 지휘부가 조선에 요구한 자강책 가운데 대부분은 흐지부지 됐지만 예상치 못하게 성공한 사례도 있다. 바로 상비군인 훈련도감이다. 창설 초기의 우려를 비웃듯 이들은 1년 만에 명나라 최정예 군병과 실력이 비슷할 정도가 됐다. 문제는 군비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였다. 금융이 발달하지 않은 조선에서 훈련도감이 찾아낸 비즈니스는 서적출판이었다. 전쟁으로 출판기관인 교서관이 기능을 상실하자 왕이 부대로 하여금 책을 만들어 팔 게 한 것이다.

전쟁 후 책 수요는 넘쳤다. 사서삼경처럼 공부에 필요한 교과서는 물론 시집과 문집도 수요가 폭발했다.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에 오를 만한 책 선별,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비용은 최소화, 이익은 극대화 등 당시 훈국의 출판 가이드을 보면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마침 훈련도감 군관들 손에 명나라에까지 소문이 자자했던 안평대군의 서첩이 들어오게 된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안평대군 글씨체를 목활자로 만들어 대문호 한유의 문집 ‘한창려집’을 간행, 대박이 난다. 군량 창고를 넉넉히 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조폐공사가 따로 없었다. 관청들이 저마다 화폐를 주조했지만 늘 부족했다. 여유있는 관청만 독립적· 비규칙적으로 돈을 찍어냈는데 그중 가장 적극적인 곳이 군대였다. 주전 차익이 군비증강에 도움을 주고, 군수공장과 전문 대장장이들이 있어 금속 화폐를 제조하기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훈련도감, 어영청, 금위영 같은 군대가 화폐사업에 특화돼 간 이유다.

전국 물산이 모이는 한강 포구에 모인 도매업, 물류업, 대부업자들에게 장소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챙긴 객주,인삼으로 동아시아를 지배한 개성상인 이야기까지 조선시대 돈의 흐름을 유쾌하게 서술,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조선의 머니로드/장수찬 지음/김영사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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