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상대로 장사만 잘한 도로공사.. 금품·골프 접대 받아도 'A등급'

김노향 기자 2022. 6. 24.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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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마피아도 울고 갈 '도피아' (1) - 실적 'A등급' 이면에 숨은 방만경영 도마위

[편집자주]윤석열 대통령이 특별 지시한 '공공기관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며 관가 안팎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도로공사는 3년 연속 경영평가에서 종합 '우수(A)등급'을 받았지만 올 초 내부 직원의 뇌물 수수 등 향응 사실이 드러나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고 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차 이용 확산에 따른 통행료 수입 증가, 정부의 인프라 투자로 홀로 매출 성장을 이루며 고액 성과급 파티를 벌인 도로공사는 2020~2021년 경영실적 A와 윤리경영 D를 받았다. 도로공사 매출에 기여하는 휴게소, 청년창업 매장 등과는 상생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수년째 이어진 가운데 퇴직자 단체가 세운 계열사는 적자에도 수십억원을 배당해 올해도 국감에서 재조명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로공사 김천 사옥 /사진제공=도로공사


◆기사 게재 순서
(1) 국민 상대로 장사만 잘한 도로공사… 금품·골프 접대 받아도 'A등급'
(2) 도로공사, 고속도로 휴게소·청년매장 붕괴해도 '상생 외면'
(3) 도로공사 사장 출신 '도성회', 6.8억 적자 내고 16.8억 배당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이 윤석열 정부 취임 후 첫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앞두고 뇌물 수수와 골프 접대 등 향응을 받은 사실이 내부감사에서 드러났다. 하지만 도로공사 경영실적은 3년 연속 '우수(A)등급'으로 평가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윤리경영' 지표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도 불과 수개월 전 내부 비리가 적발된 공기업이 단순히 실적이 좋다는 이유로 임직원에게 많은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어서 유명무실한 평가제도라는 비판이 재차 제기되고 있다. 2년 연속 윤리경영 부문 낙제점인 '미흡(D)등급'을 받은 도로공사는 글로벌 경영 트렌드에 부합하기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계획까지 내놓았다.



경영평가 A등급, 코로나19 매출 기여


기획재정부가 지난 6월 20일 공개한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종합 'A등급'을 받아 130개 공공기관 가운데 상위 24개(18.5%) 안에 들었다. 국토부 산하 주요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이 각각 D와 E등급을 받은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경영평가 등급은 공공기관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성과급 산정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도로공사 임직원들은 올해 높은 성과급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도로공사 일반 정규직의 경영평가 성과급은 ▲2019년 807만원 ▲2020년 1040만원 ▲2021년 890만원 등이다. 같은 기간 상임이사의 경영평가 성과급은 ▲6059만원 ▲7558만원 ▲6453만원 등이고 기관장인 김진숙 도로공사 사장은 ▲9089만원 ▲1억1337만원 ▲9680만원 등을 수령했다.

올해 경영평가에서 E등급을 받은 코레일 직원의 경영평가 성과급은 ▲2019년 510만원 ▲2020년 0원 ▲2021년 248만원 등이다. 같은 기간 코레일의 상임이사 성과급은 ▲5230만원 ▲0원 ▲2434만원 등에 그쳤다.

도로공사의 경영실적이 이처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2020년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자차 이용이 늘면서 고속도로 통행료 수입이 증가했고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목적으로 도로 등 건설투자를 늘려 자체 발주한 프로젝트 공사비가 매출에 반영됐다고 도로공사는 설명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공사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통행료와 정부의 건설투자에 따른 공사비가 매출에 반영됐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휴게소 임대료 수입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도로공사 매출은 2019년 8조7219억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됐던 2020년 9조5575억원으로 9.6%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도로공사 매출은 10조5351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10.2% 늘었다.


5년 동안 금품·접대 받은 직원 몰랐다


3년 연속 경영평가가 좋은 성적을 냈음에도 도로공사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윤리경영 부문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LH 직원의 3기 신도시 불법 투기 사태 등 비위 행위를 계기로 윤리경영 지표 비중을 3점에서 5점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관련 평가의 중요성을 강화했다. 정부는 윤리경영 세부평가 내용에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노력과 성과'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 6년째를 맞는 올 초에 도로공사 내부감사에선 직원의 비위 행위가 터져 나왔다. 도로공사가 지난 4월 공시한 바에 따르면 차장급 직원 A씨는 2015~2020년 5년 동안 7회에 걸쳐 업무와 관련된 외부 관리업체로부터 수백만원 가량의 기프트카드를 받았다.

또 다른 차장급 직원 B씨도 2016~2018년 총 7차례에 걸쳐 외부 관리업체 대표이사 등과 골프를 쳤다. B씨는 본인이 직접 골프 비용을 부담했다고 해명했으나 감사실은 직무 관련자와의 부적절한 사적 접촉으로 임직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고 명시했다. 이 같은 사실은 경찰 수사에서 덜미를 잡혔고 올 2월 검찰의 통보에 이르렀다.

도로공사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윤리경영 부문 등급이 D등급을 받은 상황이어서 올해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직원 개인의 일탈을 방지하고 윤리의식을 강화하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면서 "내부감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발견된 것은 공사의 발전적인 면모"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비위 행위는 늘어나는 추세다. 도로공사에서 징계나 경고, 주의 등 조치를 받은 직원은 지난해 274명으로 1년 만에 70명 가까이 늘었다. 올해 윤리경영 평가에서 또다시 낙제점을 받을 경우 도로공사는 3년 연속 경영실적 'A' 윤리경영 'D'라는 이상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 전망이다.

도로공사는 올해 제4차 이사회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교육과 홍보 계획을 수립했지만 이사회는 공사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ESG 경영이 기존 사회적 책임경영(CSR), 윤리경영, 환경경영 등과는 차별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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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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