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소회(所懷)

류청 대전예술의전당 기획운영팀장 2022. 6. 2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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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대전예술의전당 기획운영팀장

지난 1월, 6개월간 13편의 원고를 써야 한단 압박감으로 '한밭춘추'에 글을 싣기 시작했다. 처음 몇 편은 주제를 정해놨기에 편안했지만, 횟수가 늘어날수록 아이디어 고갈, 필력의 한계, 원고 마감 시간 등이 큰 부담으로 밀려들었다. 그럴 즈음 오랜 시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듣고 느꼈던 실제 경험을 솔직하게 들려줘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필자의 부족한 글을 읽은 누군가는 읽기 편하다는 응원을 보내주기도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소재가 재미있다는 격려의 말씀을, 누군가는 글에 등장하는 사람 또는 그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다는 분도 계셨다. 감사하게도 대부분 솔직한 경험담이 인상적이라는 말씀이었다. 필자 또한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이 글들을 쓰면서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모습,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 심사(深思)할 수 있었단 소회를 밝힌다.

대학교 3학년 여름, 필자는 선배의 권유로 당시 출판된 음악이론 서적을 구입해 음악학 공부를 시작했다. '예술경영'이란 생소한 단어를 그때 처음 알게 된 것 같다. 이듬해인 대학교 4학년 봄, '교생실습'중이던 필자에게 대전시립합창단 측에서 일을 도와달라는 연락이 왔다. '93 대전엑스포' 개막을 앞둔 시점, 많은 수의 공연이 계획돼 합창단에 일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신기하게도 그 일을 계기로 30여 년의 세월을 공연기획 분야에 몸담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선배의 권유, 93 엑스포, 합창단의 요청… 주위의 이런 필연적 우연들이 없었다면, 과연 필자는 '공연기획자'의 길을 걷게 됐을까?

지난 12편의 원고를 다시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다. 긴 세월 동안 필자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던 선배들과 희로애락을 나누었던 많은 직장 동료들이 기억에 가득하다. '기획'의 '기'자도 모르던 시절, '음악수용자'란 단어를 통해 '기획자'의 사명을 알았으며, 함께 일해 온 동료들을 통해 '사람의 소중함'을 느꼈다.

마감의 압박에 시달리기는 했어도 '한밭춘추'라는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깨닫지 못했을 소중한 시간들에게, 기억에 가득한 30여 년의 많은 분들에게, 그리고 지면의 기회를 주신 관계자들께 이 글을 통해 사뭇 감사의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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