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광 사진으로 포착한 한국 사회의 초상
[앵커]
해가 비치는 방향을 보며 역광으로 사진을 찍으면 사물이나 풍경이 실루엣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게 되죠.
이런 방식으로 한국 사회가 놓인 복잡다단한 현실을 조금은 다른 각도로 포착한 노순택 작가의 사진전이 열립니다.
김석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커다란 검은 삼각형 위로 자그마하게 보이는 사람의 형상.
2017년 서울 세종문화회관 옥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반대 시위대의 동태를 살피는 경찰의 모습입니다.
남과 북의 합의로 비무장지대 GP가 철거되는 현장.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게 아니라고 했던 시인 김남주의 외침처럼, 어디선가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는 분단 한국의 풍경입니다.
2009년 서울 대학로에서 찍은 당시 야당 당수들의 뒷모습.
지금, 그들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13년 전 사진을 전시장으로 불러낸 작가는 그렇게 묻습니다.
[노순택/사진작가 : "삶이란 참 알 수 없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분단체제로부터 파생된 정치적 폭력과 갈등의 문제를 사진에 담아온 노순택 작가.
작가의 시선은 뻔하게 보이는 상황의 전형이 아니라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한 다른 각도, 다른 면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무채색으로 포착한 사진 속 세계는 흑과 백의 이분법에 갇힌 우리 사회의 초상이기도 합니다.
[노순택/사진작가 : "우리의 삶이나 사회는 어떤 껍데기 윤곽만 갖고 이렇게 구성되어 있지 않고 사실은 그 안의 세부로 구성돼 있다는 거죠. 그것에 대한 약간은 은유라고 해야 될까요?"]
작가가 '검은 깃털'이라 이름 붙인 연작을 포함해 역광으로 찍은 사진 19점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강승혁/영상편집:김은주
김석 기자 (stone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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