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 권총 휴대 허가제 위헌" ..'총기 자유' 날개 달아준 미 대법원

이본영 2022. 6. 24.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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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 권총 휴대 허가제 뉴욕주법 위헌 선언
"헌법은 집 밖서도 자위용 권총 휴대 보장"
소수의견 "연간 4만여명 총기로 숨지는데.."
초등학교 총기난사 직후 판결에 반발 여론도
바이든 "끔찍한 사건 보고서도..매우 실망"
23일 철조망이 설치된 미국 연방대법원 청사 주변을 경찰이 순찰하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임신중지 권리를 보장한 기존 판례를 뒤집을 것이라는 전망에 찬반 시위가 이어지자 철조망을 설치하는 등 경비를 강화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허가 없이는 집 밖에서 권총을 휴대하지 못하도록 한 뉴욕주 법률이 위헌이라며 이를 무효화시켰다. 잇단 대형 총기 참사로 고조된 규제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은 판결로, 비슷한 법률을 지닌 다른 주들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연방대법원은 23일(현지시각) 공공장소에서 권총 휴대를 금지한 뉴욕주 법률은 총기 소유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제2조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뉴욕주는 자위를 위한 필요성이 입증돼야 집 밖에서 권총을 휴대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다. 총기 휴대가 자유롭다면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총기 범죄가 만연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제도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한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이 모두 위헌 판단에 가담했다.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은 이에 반대했다. 다수의견을 대표 집필한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수정헌법 제2조는 “집 밖에서도 자위를 위해 권총을 휴대할 개인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해석을 핵심 논리로 제시했다. 이는 대법원이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고 한 수정헌법 제2조 조문을 개인의 총기 소유를 보장하는 것으로 해석한 2008년 판결 이후 총기에 대한 가장 중요한 판단이다.

연방대법원은 권총 휴대 허가를 받지 못한 2명이 “뉴욕주는 법을 준수하는 일반 시민의 총기 휴대를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며 낸 소송에 대한 이번 판단을 통해 ‘총기 자유’의 범위를 넓혔다. 뉴욕주 관리들은 재판에서 이들에게 사격훈련장이나 사냥용 총기 휴대가 허용됐고, 그 중 1명은 총기를 휴대하고 출퇴근할 수 있는 허가까지 받았다며 지나친 ‘총기 자유’ 허용은 위험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토머스 대법관은 “개인이 정부 관리들에게 특별한 필요를 설명한 후에야 헌법적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다른 경우에는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또 다수의견은 “정부는 규제가 역사적인 총기 규제의 전통과 일치하는지를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 주정부들이 학교, 정부 청사, 의사당, 투표소, 법원 등 ‘민감한 장소’에서 총기 휴대를 금지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뉴욕주가 맨해튼섬을 사람이 붐비고 뉴욕 경찰의 보호를 받는 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민감한 장소’로 지정하는 것은 역사적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진보 성향 대법관들은 수많은 희생자 발생을 직시해야 한다며 다수의견을 비판했다.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은 “2020년에 미국인 4만5222명이 총기로 살해당했다. 올 들어 하루 한 번꼴 이상인 277건의 대규모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며 더는 총기 규제를 풀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총기 폭력은 이제 아동과 청소년 목숨을 자동차 사고보다 많이 앗아간다”며 “다수의견은 지하철, 나이트클럽, 극장, 스포츠 스타디움은 어떻게 하자는 건지 말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 청사 등만 보호하고, 다른 다중 밀집 장소는 총기 폭력에 노출돼도 괜찮냐고 지적한 것이다.

이번 판결로 캘리포니아·메릴랜드·매사추세츠·뉴저지·하와이 등 뉴욕주와 비슷한 법률을 지닌 주들의 총기 규제도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특히 대법원이 지난달 뉴욕주 버펄로 식료품점에서 10명,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에서 21명이 총기 난사로 사망한 사건 직후 이런 판결을 내놓은 것에 대한 반발도 크다. 두 사건을 겪은 후 상원은 21살 이하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조회 강화 등을 담은 입법을 추진해 이날 통과시켰다. 상원이 총기 규제 법안을 가결한 것은 28년 만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버펄로와 유밸디에서 끔찍한 일이 발생한 와중에” 나온 판결에 “매우 실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민들의 “목숨이 위태롭다”며 각 주들은 총기 폭력을 줄이기 위한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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