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캠핑장서 연습하는 '골프족' 민폐.. 경찰 "위협 아닌 운동 단속 어려워"
전문가 "골프 에티켓 부족·그린피 상승이 원인"
경찰 관계자 "시설이나 공원 훼손시키면 단속 가능"
“밤에 반려견과 산책을 하던 중 갑자기 ‘딱’ 소리와 함께 무엇인가 날아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놀라서 옆을 보니 한 중년 남성이 골프공을 놓고 골프채를 휘두르고 있었습니다.”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에 거주하는 문모(29)씨는 지난 3일 자택 인근 공원을 산책하다 한 남성을 발견했다. 이 남성은 골프 가방까지 챙겨와 클럽(골프채)을 바꿔가면서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남성이 골프공을 날린 주변에는 골프공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문씨는 “아무리 인적이 드문 야간시간대에 연습을 한다고 해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원에서 골프연습을 하는 것은 엄연한 위협 행위다. 골프를 치려면 스크린골프장이나 필드에 나가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해당 공원은 영종국제도시 아파트 단지 인근에 위치해 평소 주민들이 산책을 하거나 휴식을 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지역 공원이나 캠핑장 등에서 골프연습을 하는 사람이 늘면서 시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인천시 중구청 관계자는 “3월부터 민원이 많아져 순찰 횟수를 늘리고 골프연습을 하는 사람들에게 계도조치를 하고 있다”면서 “매달 2~5건 정도 ‘공원에서 골프연습 행위를 단속해달라’는 내용의 민원이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지역 카페 등에도 공원 내 골프연습에 대한 불만이 섞인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판교 지역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누리꾼이 공원에서 골프연습을 하는 중년 여성의 사진을 올리면서 “실제 골프채를 휘둘러 골프공을 날리는 사람이 있다. 이 공원에는 아이들도 많이 지나다녀 위험한 것 같은데 누가 말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기 고양시 내곡동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공원에서 부부로 보이는 두 명이 골프공을 두고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근처에 산책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골프 삼매경이더라”는 목격담이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공원 내 골프연습이 많아진 이유로 ‘에티켓 부족’과 ‘그린피 상승’을 지목했다. 안창식 호서대 골프산업학과 교수는 “공원에서 골프를 쳐도 벌금을 낸다거나 단속을 하지 않기 때문에 골프연습을 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라며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골프 에티켓을 바탕으로 하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면서 전국 대중제 골프장의 그린피가 폭등해 부담감을 느낀 일부 골프족이 공원으로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 대중제 골프장 그린피는 최근 2년 동안 29.3% 올랐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간한 ‘레저백서 2022′에 따르면 전국 대중제 골프장의 주중 그린피는 5월 기준 평균 17만3500원이다. 토요일 그린피는 22만1100원으로 2년 전에 비해 22% 상승했다.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주중 그린피는 20만1100원으로 2년 전에 비해 15.1% 상승했다.

코로나19 이후 취미생활 공간으로 자리잡은 캠핑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7일 가족과 함께 충남 부여의 한 캠핑장을 방문했다는 이모(35)씨는 캠핑장 산책로 인근에서 오전 8시에 한 팀, 오후 2시에 한 팀이 각각 1시간가량 골프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고 사진을 찍어 군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씨에 따르면 이들 중 오전에 연습한 팀은 공을 회수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문제는 이렇게 공원이나 캠핑장에서 골프연습을 하더라도 실제 단속으로 이어질 수가 없다는 것이다. 부여군청 측은 “하천구역 내 골프연습은 금지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계도조치만 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골프연습이 다른 공원이나 캠핑장 이용자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행위에 해당되면 형법이나 질서유지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공원 등에서의 골프연습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아 지자체 차원에서 행정지도나 계도만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시설이나 공원을 훼손시키는 정도면 단속이 가능하지만 골프연습 행위는 위협 목적이 아닌 운동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단속하기가 어렵다”면서 “타인이나 사물에 물리적 피해를 입힌다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의 대표변호사는 “골프공이 사람에게 위협이 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는데, 공공시설인 공원에서 골프를 치다 타인을 다치게 한다면 과실치상에 해당해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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