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홈런 MVP가 완성형 투수로' 오타니, 구속-제구-완급조절 안되는 게 없다[스한 이슈人]

허행운 기자 2022. 6. 24.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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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전력분석이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 다양한 구종을 완벽한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매 경기 패턴을 바꾸는 게 가능하다. 거기에 더해 어느새 빅리그 5년차가 된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는 제구, 완급조절까지도 완벽해지고 있다. 약점이 뭘까.

ⓒAFPBBNews = News1

오타니는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홈경기에 선발투수 겸 2번 타자로 나서 마운드에서 8이닝 108구 2피안타 1볼넷 13탈삼진 무실점, 타석에선 3타수 1안타 2볼넷 2삼진을 기록해 팀의 5-0 승리를 견인했다.

올시즌 처음으로 8이닝을 소화했고 100구를 넘게 뿌린 오타니다. 그러면서 '13K'를 찍었다. 메이저리그에 발을 들인 지난 2018년 이후 한 경기에서 거둔 최다 탈삼진 기록이다. 삼진 퍼레이드에 더해 캔자스시티 타선은 오타니가 잠시 흔들렸던 1회초 위트 메리필드-앤드류 베닌텐디의 연속 안타 이후 단 한 개의 안타도 얻어내지 못했다.

지난 22일 열렸던 직전 경기에서 팀 장단 14안타(3홈런)로 12점을 얻어내며 에인절스 마운드를 맹폭했던 캔자스시티다. 하지만 오타니를 만난 캔자스시티 타선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그만큼 오타니의 피칭은 완벽했다.

이날 가장 눈에 띈 점은 바로 오타니의 커브 활용이다. 오타니가 이날 던진 16개의 커브에 스윙을 낸 상대 타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오타니의 '13K' 중 루킹 삼진이 총 5개였는데 그 중 세 번의 삼진 결정구가 바로 커브였다. 왜 캔자스시티 타자들은 커브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을까.

ⓒAFPBBNews = News1

그 이유는 오타니의 팔색조 매력에 있다. 이날 오타니는 커브 외에 최고구속 99.9마일의 패스트볼과 커터(최고 90.1마일), 스플리터(89.6마일), 슬라이더(88.3마일)를 함께 구사했다. 가장 느린 커브를 제외한 나머지 변화구들과 패스트볼의 구속 차이가 최대 10마일까지도 나는데, 여기다가 71.4~81.8마일 사이에 형성되는 커브까지 뿌렸다. 타자 입장에서는 어떤 공에 초점을 맞춰야할지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오타니의 투구 패턴이 정형화 돼있다면 그나마 확률 높은 공을 노릴 수라도 있다. 하지만 어느새 메이저리그 5년차를 맞이한 투수 오타니는 언제든지 패스트볼-변화구 구사 비율과 그 패턴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여유있는 선수가 됐다.

이날 오타니는 슬라이더(46구)를 가장 많이 던졌다. 이어 패스트볼(27개), 커브(16개), 스플리터(15개), 커터(4개) 순으로 사용했다. 패스트볼 구사 비율이 25%에 불과했다. 직전 8경기에서 오타니의 패스트볼 구사 비율은 30%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100마일을 가볍게 뿌릴 수 있는 오타니의 주무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이날 과감하게 그 빈도를 줄였다.

대신 슬라이더와 커브의 비중을 쭉 끌어올렸다. 열심히 전력 분석을 하고 나름대로 공략 방법을 가지고 타석에 임했을 캔자스시티 타선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돼 지붕만 쳐다보고 만 것이다. 문제는 그 슬라이더와 커브 안에서도 연륜이 느껴지는 완급조절을 통해 다채로운 변조를 가져간다는 것이다.

이날 오타니의 빛나는 투구에 무릎을 꿇은 적장 마이크 맨시니 감독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굉장히 독특한 투구 레퍼토리였다. 오타니처럼 많은 무기를 가지고 있는 투수를 찾기는 힘들다"며 힘겨운 싸움의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맨시니 감독은 "그는 3개의 각기 다른 슬라이더에 커터와 커브까지 던진다. 그리고 그것을 모두 스트라이크로 꽂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거기에 스플리터까지 통하기 시작하면 탈삼진이 쌓일 수밖에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오타니는 이날 주무기인 100마일의 패스트볼은 잘 보여주지도 않았다"고 덧붙이며 수싸움에서 완전히 패했음을 시인했다.

ⓒAFPBBNews = News1

실제로 오타니는 이번 시즌 패스트볼 활용을 많이 줄였다. 팬그래프닷컴이 제공하는 오타니의 시즌 구종 구사비율을 살펴보면 패스트볼 비율은 올해가 39.2%로 가장 낮다. 대신 슬라이더와 커브 모두 그 빈도가 대폭 상승해 각각 30.4%, 10.9%를 찍었다. 두 변화구를 합치면 40%를 넘는다.

더 큰 문제는 오타니가 변화구 사용을 늘렸음에도 제구가 더욱 정교해졌다는 것이다. 오타니의 올시즌 9이닝당 볼넷은 2.11개로 지난해 3.04개보다 더 나은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단 1개의 볼넷을 내준 게 전부였다.

상대하는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만나면 만날수록 투수에 적응이 돼야하는데 매번 다른 투수를 상대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다. 그만큼 완벽한 투수가 돼가고 있는 오타니다.

지난해 만장일치 아메리칸리그 MVP를 거머쥐었던 오타니다. 마운드에서도 수준급 투수였지만 무엇보다 46홈런을 쏘아올리며 폭발했던 방망이의 임팩트가 컸다. 하지만 올해는 투수로서도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지난 시즌 실패했던 빅리그 첫 두 자릿수 승수를 무난히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한 이슈人 : 바로 이 사람이 이슈메이커. 잘하거나 혹은 못하거나, 때로는 너무 튀어서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을 집중 조명합니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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