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브릭스' 발판 미 중심 질서 균열내기..회원국 확대 추진

정의길 2022. 6. 2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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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서 브릭스 화상 정상회의
'탈미 다극 국제질서' 구축 모색
교역확장·독자 결제체제 논의
시진핑 '제재는 부메랑' 미 직격
푸틴 "러-브릭스 교역 더 늘리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개국) 국가 비즈니스포럼 개막식에서 화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가 ‘신흥 대국’들의 모임인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를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쿼드(Quad) 강화 등을 통해 자신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미국에 맞선 독자 세력을 확대해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회원국 확대 등 의미 있는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브릭스 5개국 정상은 23일 오후 화상 정상회의를 열어 △회원국 확대 △회원국 간 교역 확장 △국제금융결제망 스위프트(SWIFT)를 대체하는 독자 결제체제 확립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회담을 주도한 것은 의장국 중국과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구의 전방위적 경제 제재에 노출된 러시아였다.

중·러는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 중심의 ‘일극 질서’를 무너뜨리고 자신들이 국제 질서 형성에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다극 체제’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립’ 전통을 공유하는 브릭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대러 경제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특히, 중국·인도는 러시아로부터 석유 등 에너지 수입을 늘려, 대러 제재에 구멍을 내는 중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5월 브릭스 외교장관 회담에서 제안한 회원국 확대 문제였다. 왕이 부장은 이 회의에 기존 회원국 외에 아르헨티나·인도네시아·사우디아라비아 등 9개국 외교장관을 초청했었다. 확대 대상국에는 지난해 브릭스가 만든 신개발은행 회원국인 방글라데시·이집트·아랍에미리트(UAE) 등도 거론된다. 초청국도 참석하는 화상 회의는 24일 열리지만, 쿼드에도 속한 인도가 회원국 확대엔 미온적인 입장이어서 의미 있는 결정이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브릭스를 미국에 대항하는 축으로 만들겠다는 중·러의 속내는 22일 열린 비즈니스포럼 개막 기조연설에서 가감 없이 드러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 자리에서 “군사동맹을 확대하고 다른 나라의 안보를 희생시키면서 자신의 안보를 추구하면 반드시 안보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명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나토·쿼드·오커스 등을 통해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시 주석은 또 미국의 대러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해 “제재는 부메랑이자 양날의 검이라는 점이 다시 입증됐다”며 “세계 경제를 정치화·도구화·무기화하고 국제 금융·화폐 시스템의 주도적 지위를 이용하는 자의적인 제재는 자신을 해칠 뿐 아니라 세계인에게 재앙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초미의 관심사인 브릭스 확대에 대해선 “브릭스 협력 체계는 신흥 시장국가와 개발도상국 사이의 협력을 위한 중요한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브릭스 동반자들과 함께 신뢰할 만한 대안적인 국제결제 메커니즘(Russian Financial Messaging)을 개발 중”이라며 “러시아 은행 결제시스템 ‘미르’(MIR)는 존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브릭스 국가들의 통화 바스켓을 기반으로 한 국제준비통화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도 탐구 중”이라고 밝혔다. 미르는 러시아 화폐인 루블을 통해 이뤄지는 전자결제시스템으로 2014년 3월 크림반도 합병 뒤인 2015년 만들어졌다. 푸틴 대통령은 나아가 “올해 첫 석달 동안 러시아와 브릭스 국가 사이의 교역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나 늘어서 450억달러(약 58조5600억원)에 이른다”면서 지속적인 교역 확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브릭스는 2001년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조어에서 출발했다. 2009년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첫 정상회의를 열었고, 2011년 남아공이 공식 합류하며 지금의 5개국 체제가 됐다.

정의길 선임기자,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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