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앎의 등고선을 높이는 법

한겨레 2022. 6. 2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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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아차, 싶을 때가 있다.

웬만한 책은 다 읽어내겠다 싶었다가 앞부분에서 탁, 막혀 책 읽기를 중단할 때다.

설마 그런 책이 있을까 싶었는데, 놀랍게도 이미 나와 있었다.

앞의 책은 독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독서가, 뒤의 책은 저자의 관점을 수용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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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우의 인문산책]이권우의 인문산책

어려운 책을 읽는 기술
다카다 아키노리 지음, 안천 옮김 l 바다출판사(2017)

책을 읽다 아차, 싶을 때가 있다. 웬만한 책은 다 읽어내겠다 싶었다가 앞부분에서 탁, 막혀 책 읽기를 중단할 때다. 연초에 사토 요시유키의 <권력과 저항>을 읽었다. 맨 앞에 나온 프로이트 부분을 잘 이해한지라 수월하게 읽어낼 줄 알았다. 하지만 곧바로 나온 칸트 대목에서 발목이 잡혔다. 건너뛰고 읽으려다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여름쯤에 칸트 공부를 하고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서였다. 이런 경험을 할 적마다 어려운 책을 읽어내는 법을 일러준 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더랬다. 설마 그런 책이 있을까 싶었는데, 놀랍게도 이미 나와 있었다. 다카다 아키노리가 쓴 <어려운 책을 읽는 기술>.

가토 슈이치는 <독서 만능>에서 어려운 책을 잘 이해하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어려운 책은 없다. 내가 읽기에 어렵더라도 어떤 사람은 수월하게 읽어낸다. 문제는 책이 아니라 독자에게 있으니, 그 책에 담긴 내용을 알고자 하는, 지적으로 갈구하는 마음이 없어서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필요한 모든 책을 잘 이해하는 방법만”이 있을 뿐이란다. 일리 있는 말이나, 많은 독자는 “나는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10년 이상 읽어왔지만 아직 30%밖에 이해하지 못했다고 느낀다”는 다카다 아키노리의 말에 큰 위로를 받을 법하다.

지은이는 책의 유형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귀띔해준다. ‘열린 책’은 저자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자신의 주장을 드러내지 않고 독자가 결정하도록 이끈다. ‘닫힌 책’은 결론을 뚜렷하게 내세우면서 그 결론을 향해 논리를 구축해나간다. 앞의 책은 독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독서가, 뒤의 책은 저자의 관점을 수용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하이킹형’ 책은 다양한 새로운 개념과 논리를 연이어 서술해 가는 유형으로, 저자가 쓴 문장에 촉발되어 독자가 스스로 사유를 펼치도록 이끈다. 데리다의 책이 주로 이 유형에 해당한다. ‘등산형’ 책은 여러 난해한 개념을 설명하고, 그다음에 다른 개념을 그 위에 쌓아 올리며 논리를 전개하는 형식을 펼쳐나간다. 스피노자의 <에티카>가 대표적인 사례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책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를 찾아내고 그 대처법을 익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저자가 쓴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어렵게 느낀다. 저자의 의도에 맞게 용어를 이해하고, 바깥-안, 근접-원격 같은 ‘짝’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아보는 것이 대처법이다. 논리관계의 이해가 부족해 어렵기도 하다. 문장의 전후를 잘 읽어 그 주장을 이끌어내는 논리관계를 파악하고, 이미 알고 있으리라 여겨 설명을 생략할 수도 있으니 관련 도서를 참조해야 한다. 특정 대목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모든 저자는 반드시 중요한 문제를 설정하고 이를 해결해가는 글을 쓰게 마련이다. 주의 깊게 거듭 읽어 지은이가 내세운 문제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들뢰즈처럼 ‘도형적 이미지의 비유’를 활용하기도 하니, 저자의 말을 도식화해 보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이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하겠다며 투덜대지는 말기를. 실전편에 독서노트 작성 사례와 난해하기로 호가 난 10종의 철학책을 독파해낼 수 있는 도움말을 주니, 앎의 등고선을 높일 수 있는 지도를 손에 쥐게 되리라.

이권우/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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