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다른 조각을 골랐다면 그 맛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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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부터 절친이었던 성지와 민주는 은하의 결혼식에서 만난다.
음악 관련한 일을 하고 싶었던 은하는 딱한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친구들이 말리는 결혼을 감행한다.
워킹맘으로 하와이언 셔츠를 꿈꿨던 민주의 이야기처럼 은하는 엄마와 함께 탈출을 감행하기도 하고, 성지는 스타가 되기도 했다가 배우생활을 접고 캐나다로 떠나기도 한다.
작가는 민주와 성지와 은하가, 그리고 책장을 넘기는 독자들이 "자신에게 최적인 우주를 향해 나아가기를 희망"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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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일곱 조각
은모든 지음 l 문학과지성사 l 1만4000원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이었던 성지와 민주는 은하의 결혼식에서 만난다. 음악 관련한 일을 하고 싶었던 은하는 딱한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친구들이 말리는 결혼을 감행한다. 배우를 꿈꾼 성지는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표독스러운 악녀”와 “파격적인 노출” 사이의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조연배우가 됐다. 쌍둥이를 키우는 워킹맘인 민주는 성지에게 “어떻게 살지 내 맘대로 막 고를 수 있으면 하와이언 셔츠 같은 거 걸치고 칵테일이나 말면서 살”고 싶다고 말한다.(‘미래에서 왔습니다’) 두번째 수록작인 ‘첩보원 시절’에서 민주는 제주도에서 하와이언 셔츠를 입고 칵테일을 말면서 사는 바 주인이다. ‘여자친구’를 따라 직장까지 그만두고 제주도로 내려왔지만 금방 헤어지고 남은 건 아슬아슬한 재정상태뿐이다. 배우인 성지는 배우생활 은퇴를 고민하고, 은하는 비혼을 선언하고도 착한 딸 역할을 감내하며 고단하게 산다.
은모든 작가의 연작소설집 <우주의 일곱 조각>은 이처럼 세 친구 이야기지만 일곱개의 이야기에서 이들은 각각 다른 삶을 살며 뒷이야기가 앞 이야기의 ‘스핀오프’(파생작품)처럼 이어진다. 워킹맘으로 하와이언 셔츠를 꿈꿨던 민주의 이야기처럼 은하는 엄마와 함께 탈출을 감행하기도 하고, 성지는 스타가 되기도 했다가 배우생활을 접고 캐나다로 떠나기도 한다. 작가는 일곱개의 평행우주를 만들어 우리가 그때 다른 선택을 했으면 삶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떠올리는 상상에 현실을 입힌다. 작가는 작품집에도 소품으로 등장하는 우에노 지즈코-미나시타 기류 대담집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의 한 문장 “평행 우주가 100개 있다면 저는 그중 80개 세계에서는 결혼하지 않고, 99개 세계에서는 아이를 낳지 않았을 겁니다”를 보고 이 작품집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결혼과 출산, 퇴직과 새로운 진로 모색 등 삼십대 여성들이 고민하고 선택하는 주제들이 엇갈린 시공간에서 다양하게 변주된 배경이다.
작품마다 조금씩 다른 삶이 펼쳐지면서도 일관되게 흐르는 건 만만치 않은 현실의 무게다. 성지는 꿈꾸던 배우가 됐지만 근사한 주인공은 요원하거나 악플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한 테이크를 갈 때마다 뭐라도 다르게 해보려고” 애쓰는 그의 분투는 “이 전화 한 통이 인생의 다음 장을 열어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오늘을 땀 흘리며 살아가는 친구들의 노력과 다르지 않다. 작가는 민주와 성지와 은하가, 그리고 책장을 넘기는 독자들이 “자신에게 최적인 우주를 향해 나아가기를 희망”한다고 썼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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