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교체로.. 충청·강원 각종 사업 '제동'
시민단체는 "존치합의 훼손하나"
오는 7월 취임할 충청과 강원 지역 신임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전임 단체장이 추진하던 주요 사업을 폐지하거나 대폭 수정할 뜻을 밝혀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범석 충북 청주시장 당선인은 지난 8일 “청주시 신청사를 건립하면서 존치할 예정이던 현 시청 본관 건물을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이 당선인은 “현재 설계된 신청사는 공간 배치나 시설 이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이고 주차장도 너무 작다”며 시청 본관 철거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이 당선인이 새 청사를 건립하며 본관 건물을 철거하겠다고 밝힌 것은 민·관 협치와 사회적 합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민과 관이 본관을 존치하기로 합의했던 만큼 본관을 철거하려면 일방적인 추진보다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23일 청주시에 따르면, 시는 당초 올해부터 2025년 하반기까지 2750억원을 들여 현 청사 일대를 포함한 2만8000㎡ 터에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의 신청사를 지을 계획이었다. 2018년 11월 청주시청사 건립특별위원회는 신청사 건립 시 기존 본관 건물을 남겨 시민쉼터로 활용하기로 했다. 당시 특위에는 녹색청주협의회,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충북청주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본관 존치 결정은 문화재청이 1965년 지어진 시청 본관에 대해 시에 문화재 등록을 권고한 점도 고려됐다. 본관은 아직 문화재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반면 청주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 “본관 건물의 가치가 높지 않다”며 철거를 요구했다.
이 당선인 측은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팀을 꾸려 비용과 효율, 시민 활용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철거 여부를 최종 확정하고 설계비를 줄이는 방안도 찾겠다”고 했다. 사업이 재검토되면서 신청사 완공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에선 허태정 현 시장이 추진하던 보문산 전망대 설치 사업이 잠정 보류됐다. 이장우 대전시장 당선인 인수위원회는 최근 대전시 관련 부서에 현재 설계가 추진되고 있는 ‘보문산 큰나무 전망대 사업’을 잠정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인수위는 “사업을 재검토하는 것은 관광 개발 파급 효과를 더 높여 대전의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앞서 대전시는 ‘도심의 허파’로 불리는 중구 보문산에 전망대·케이블카·모노레일 등 관광 인프라 확충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환경 훼손을 이유로 환경단체들이 반대하자, 시는 보문산에 48.5m 높이의 목조 전망대만 우선 건립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이에 대해 이 당선인 측은 “보문산에 목조 전망대만 지어선 관광 활성화 효과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잠정 중단시켰다”며 “관광을 더 활성화할 수 있도록 케이블카·모노레일 설치를 포함해 사업 전반에 대해 면밀하게 재검토한 뒤 추진 여부를 정할 방침”이라고 했다.
강원 강릉시에선 강릉국제영화제가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김홍규 강릉시장 당선인이 영화제 폐지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투입 예산에 비해 파급 효과가 적고 타 지역 영화제에 비해 경쟁력도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강릉국제영화제는 김한근 현 시장이 ‘강릉을 국제영화제의 도시로 만들겠다’며 지난 2019년부터 매년 개최해 왔다.
하지만 김홍규 당선인은 “다수 시민과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영화제 무용론을 제기했다”며 30억원 이상 투입하는 예산에 비해 파급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영화제 예산을 지역 문화예술인 지원에 쓰겠다는 입장이다.
이병선 속초시장 당선인은 동서고속철도 종착역이 될 노학동 일대 역사(驛舍) 지하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서고속철 종점 역사의 지하화는 김철수 현 시장의 주요 공약이었다. 춘천과 속초를 잇는 동서고속화철도는 2027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인 국가재정사업이다. 김 시장은 역사 지하화로 인한 사업비 증가와 착공 지연 우려 속에서도 “도심 단절과 경관 훼손이 예상된다”며 역사 지하화를 관철시키기 위한 용역도 추진했다.
하지만 이 당선인은 “혈세 2억원을 들여 용역도 했는데 지하화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며 “지하화로 동서고속화철도사업 총사업비가 15% 이상 증가하면 예비타당성조사를 다시 해야 해 자칫 사업 지연을 넘어 사업 무산을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최진혁 충남대 도시자치융합학과 교수는 “혈세 낭비를 줄이기 위한 사업 재검토는 바람직하지만 전임자 흔적 지우기에 그치지 않도록 객관적이고 면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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