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이 4명 데리고 와요.. 기업들 "A세대 고객 잡아라"

변희원 기자 2022. 6. 2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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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시장 바꾸는 4565 A세대 (下)
브랜드 충성도 높고 국산품 선호
작년 GV80 산 80%가 40대 이상

현대차는 최근 중년 이상의 충성 고객에게 특화된 디자인이나 기능을 도입하기 위한 공모전을 열었다. A세대, 즉 구매력 있고 자기 투자에 적극적인 중년(45~64세)을 잡기 위한 차원이다. 실제로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신규 등록(법인차 제외)된 그랜저와 GV80의 소유주 중 50대 이상의 비율이 각각 60.8%, 61.6%에 달했다. 40대까지 포함하면 두 차종 모두 그 비율이 80%를 훌쩍 넘는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MZ세대가 수입차나 공유 자동차를 선호하는 반면, 중년층 이상은 국산차의 상위 브랜드를 꾸준히 선택하고 있다”고 했다.

LG전자가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80대 인플루언서가 LG전자의 가전제품 작동법을 설명하는 동영상을 배포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LG전자도 지난해 냉장고와 TV를 구매한 50대 이상 고객이 각각 47%, 43%에 달했고, 특히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LG 시그니처’의 경우 고객 중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50% 이상이었다.

광고 모델도 A세대로 강한 구매력뿐만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A세대(45~65세)를 공략하기 위해 기업들은 이 세대에 영향력이 높은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를 광고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김혜수, 인플루언서 장명숙(밀라논나), 배우 윤여정은 각각 명품 온라인 쇼핑몰, 주류 회사, 패션 온라인 쇼핑몰의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발란·OB맥주·지그재그

◇2030보다 빠른 ‘입소문’

국내 기업들이 A세대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의 구매력이 크기도 하지만, 특히 국산 제품에 대한 의리가 강하고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특징 때문이다. 한번 형성된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쉽게 바꾸지 않기 때문에 충성 고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광고 기업 TBWA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물건을 구입할 때 같은 상표만 사는 편”이라고 응답한 A세대는 34.5%로 MZ세대(28.9%)보다 그 비율이 높았다. “외국 제품보다 국산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82%로 MZ세대(52.7%)보다 월등히 높았다.

10대와 MZ세대에 집중했던 온라인 패션 플랫폼도 A세대를 새로운 타깃으로 삼기 시작했다. 10~20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쇼핑몰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은 작년 6월 40대 이상 여성을 위한 패션 서비스 지그재그 플러스를 만들었다. 20~30대 남성 고객을 중심으로 성장한 무신사도 지난 5월 40대 이상을 겨냥한 온라인 쇼핑몰 ‘레이지나잇’을 출범했다. 무신사 측은 “중년층은 2030세대보다 구매력이 높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탈률이 낮기 때문에 연령대를 확장했다”고 했다.

A세대는 한번 이용한 구매처나 브랜드가 마음에 들면 2030세대보다 오래 애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10대와 MZ세대가 가성비와 유행에 민감하다면 A세대는 믿을 수 있는 브랜드와 품질을 원한다는 점을 공략한 것이다.

◇A세대를 위해 광고도, 모델도 바꿔라

A세대는 2030세대보다 입소문도 빠르다. 친구나 가족과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브랜드나 제품을 입거나 공유하는 영향력이 더 큰 것이다. 롯데그룹은 2024년 부산 기장군에 프리미엄 시니어 타운 브이엘(VL)을 선보이고 2025년에는 서울 마곡에도 782가구 규모의 시니어 타운을 조성하면서 사전 청약을 받았다. 호텔 롯데에 따르면 본래 1인 1청약이 기본이지만, 중년 이상의 부모들이 자녀를 설득해 온 가족이 청약에 등록하겠다고 온 이들도 여럿 있었다.

중년의 패션을 바꿔주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패션 스타트업 ‘더뉴그레이’도 인스타그램에서 A세대의 입소문으로 이름을 알린 경우다. 소셜미디어에 친숙한 A세대들 사이에서 더 뉴그레이가 제작한 중년 패션의 사진과 동영상이 돌자 뉴발란스, 미니(자동차), 캐논과 같은 유명 브랜드들이 이 업체와 협업해 A세대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펼쳤다.

기업들은 이런 A세대를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광고 내용과 모델도 바꾸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2월 이탈리아 화장품 산타 마리아 노벨라 홍보 영상의 모델로 52년생 유튜버 장명숙(밀라논나)씨를 선택했다. 장씨는 이탈리아 피렌체까지 가서 광고를 찍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측은 “나이를 잊은 외모와 철학을 보여주는 파급력 있는 유튜버인 장씨가 젊은 층부터 중·장년층까지 인기가 있기 때문에 그를 모델로 선택했다”고 했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은 50대 배우 김혜수를 광고 모델로 내세웠다. 발란 관계자는 “MZ세대들이 주 이용자였던 온라인 명품 시장 저변을 40대 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해 김혜수 배우를 광고에 등장시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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