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보배' 이유리, "화가 치민다고요? 대신 '마녀'가 돼 드릴게요"

최보윤 기자 2022. 6. 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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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첫 방송 TV조선 '마녀는 살아있다' 주연 이유리
불륜 저지른 남편 응징하기 위해 흑화해가는 아내 공마리役
연기 헬스·복싱·태권도.. 식스팩 완성
TV조선 새 드라마 ‘마녀는 살아있다’ 주연 공마리 역을 맡은 이유리는 “섬세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흑화’(黑化·독하고 냉혹하며 잔인하게 변하는 것)하는 것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고운호 기자

“전국의 시청자분들을 대신해 저희가 마녀가 돼드릴게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도, 가슴속에서 활화산처럼 열불이 나도 어금니 꽉 깨물고, 양손 꼭 쥐고 참고 사시는 분들 많잖아요. 사자후(獅子吼)부터 거친 몸싸움까지 종류별로 다 마련돼 있거든요. 대리만족하실 수 있게, 시원하고 화끈하게 보여드리겠습니다.”

흰색 민소매 셔츠 밖으로 가늘게 드러난 배우 이유리의 긴 팔에 이두근(팔 위쪽의 근육)이 선명하다. 맨살을 일부 드러낸 등엔 기립근(척추 양쪽에 길게 뻗은 근육)이 단단하게 받치고 있다.

이유리는 오는 25일 밤 9시 10분 첫 방송 되는 TV조선 드라마 ‘마녀는 살아있다’ 주인공 공마리 역을 위해 몸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가 맡은 공마리는 불륜을 저지르고도 오히려 뻔뻔하고 파렴치하게 나오는 남편 이낙구(정상훈 배우)를 응징하고 맞서는 역할. 2001년 데뷔 이후 작품을 위해 식스팩을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헬스는 기본, 복싱부터 태권도까지 격렬한 운동을 마다치 않았다. 22일 만난 그는 “이번 작품에 ‘미스터리 블랙코미디’라는 부제가 붙었는데, 그 정도가 아니라 액션·누아르·막장·스릴러까지 넘나든다”고 씨익 미소를 지었다. “상대 역을 맡은 정상훈 오빠의 에너지가 정말 대단하거든요. 한국의 ‘짐 캐리’잖아요. 저도 온갖 종류의 악역을 해봤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제 20년 연기 인생 통틀어 가장 큰 에너지를 쏟아낸 것 같아요. 목소리까지 바뀌었다니까요.(웃음)”

그동안 ‘노란복수초’(2012) ‘왔다 장보리’(2014) ‘아버지가 이상해’(2017) ‘거짓말의 거짓말’(2020) 등을 통해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이유리가 이번 작품에 더욱 공을 들인 배경엔 ‘스타 PD’ 김윤철(56) 감독과의 첫 작품이란 점도 작용했다. 김 감독은 1994년 인기 드라마 ‘짝’을 시작으로 ‘내 이름은 김삼순’(2005) ‘품위 있는 그녀’(2017) 등 숱한 화제작을 탄생시킨 주인공. 신예 박파란 작가의 대본을 바탕으로 각종 캐스팅 작업 등 3년간 공을 들여 드디어 막을 올리게 됐다. “작가님 대본의 힘이 워낙 강했고, 김윤철 감독님께서 짚어주시는 디테일에 제가 마치 신인 배우가 된 기분이었어요. 극한까지 자신을 내몰다 보면 어느 순간 한계를 뛰어넘어 갑자기 확장된 걸 느끼잖아요. 그땐 고통스러운데, 그 지점을 넘어서는 순간 에너지가 더욱 차오르더라고요. 저도 몰랐던 이유리를 발견해주시는데, 카타르시스가 오는 거예요. 배우한테 그만한 영광이 어딨어요. 새로운 이유리가 탄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성장에 고난은 필수죠!”

대본 속 문장 사이의 숨은 뜻을 읽으려 마치 판타지 영화를 찍듯 온갖 상상을 동원했다. 첫 회 잠깐 등장하는 클럽 장면 모습을 위해, 와킹(waacking·거침없이 회전하는 팔 동작과 풍부한 포즈가 특징인 춤의 한 종류) 댄스 선생을 모셔 나흘을 꼬박 새우며 연습했다. 대본엔 ‘클럽에 간 공마리, 물 뿌리며 미쳐간다’가 전부였다고. “때로는 만화 캐릭터처럼 과장된 모습도 있어서, ‘오버하는 것 같다’고 느끼실 수도 있어요. 저도 촬영하다가 가끔 쑥스럽고 부끄럽기까지 했거든요. 그때 상훈 오빠가 귓속말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해’라시는 거예요. 번뜩 깨달음이 왔죠. 이쯤 되면 이런 캐릭터도 한번 나와줘야 한다는 자신감마저 들었어요. 저희끼리 합이 어찌나 좋은지 벌써부터 ‘시즌2 하고 싶다’고 서로 외쳐요.”

매주 1회 총 12회 방송이라는 새로운 편성에 도전한 것도 제작진의 다양한 고려가 녹아있다. 사전 제작으로 이미 절반 이상 편집본을 완성한 상태. 하지만 이유리를 포함해 사랑·사람·돈에 배신당하며 점차 ‘마녀’로 변하는 이민영(채희수 역), 윤소이(양진아 역) 등 배우들의 진폭 큰 연기를 시청자에게 휘몰아치기보단 좀 더 곱씹을 만한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평범한 공마리가 ‘흑화’(黑化·독하고 냉혹하며 잔인하게 변하는 것)하는 방식도 여느 작품보다 섬세해요. 분노의 눈물 두 방울, 격분 세 방울, 울분 네 방울 같은 것들이 쌓이면서 화장도, 머리 모양도 바뀌거든요. 묵은 체증이 다 사라지듯 통쾌하고 때론 큰 웃음도 터지실 텐데, 그럴수록 저는 자꾸 눈물이 나더라고요. 전국의 수많은 공마리분들이 떠올라서요.”

짙은 색조 화장 뒤로 잠깐 그렁그렁하던 눈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늘 밝고 씩씩한 게 공마리의 장점인걸요. 이전과는 결이 다른 ‘걸크러시’를 맛보실 수 있을 거예요. 뜨거운 이번 여름, 저희 세 마녀들과 함께 속 시원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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