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서 팔다리 잃은 웨버 대령… 성조기·태극기 품고 알링턴에 잠들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2. 6. 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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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알링턴 국립묘지서 안장식
의장대·마차·예포 등 최고 예우
고(故) 윌리엄 웨버 미 예비역 육군 대령

“남편은 피를 흘리며 희생한 한·미 군인들에 대해 널리 알리고 싶어 했고, 원하던 바를 이뤘습니다.”

22일(현지 시각)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6·25전쟁 영웅 고(故) 윌리엄 웨버(97) 미 예비역 육군 대령의 안장식(安葬式)이 열렸다. 부인 애널리 여사는 본지에 “그는 하늘에서 웃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 공수부대 대위로 6·25전쟁에 참전한 웨버 대령은 1951년 중공군의 수류탄과 박격포 공격에 팔과 다리를 잃는 상황에서도 강원도 원주 북쪽 324고지 전투를 이끌었다. 퇴역 후에는 6·25전쟁과 참전 군인의 무공을 미국 사회에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전후(戰後)부터 지난 4월 별세 직전까진 6·25전쟁 미군 전사자 3만6595명, 한국군 지원 부대(카투사) 전사자 7174명 등 총 4만3000여 명의 이름을 모두 새긴 ‘추모의 벽’을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공원 외곽에 참전 용사들 이름이 적힌 대리석 벽 100개를 세우는 방식으로 조성했다. 추모의 벽 준공은 막바지 단계로, 다음 달 27일 6·25전쟁 정전협정 기념일을 맞아 제막식을 거행한다.

안장식에 앞서 웨버 대령 유족은 워싱턴DC의 6·25 참전용사기념비공원에 건립된 ‘추모의 벽’ 현장을 찾았다. 웨버 대령이 “죽기 전 추모의 벽 현장을 직접 가보고 싶다”는 생전 유언에 따른 것이다. 휠체어에 탄 애널리 여사는 대리석에 새겨진 군인들 이름을 보면서 “이렇게 정성 들여서 만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너무 감사하고 뿌듯하다”고 했다. 가족은 추모의 벽 인근에 미리 가져온 장미꽃을 놓으면서 그를 기렸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에 열린 안장식에는 부인 애널리 여사와 손녀, 며느리들과 얼마 남지 않은 한국전 참전 용사들이 참석했다. 참전 용사 찰스 치플리씨는 “빌(웨버씨의 이름)은 피땀 흘려가며 한국을 지켰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현실을 바꾸고자 했고, 20년이 넘는 동안 그 길을 묵묵히 갔다”고 했다.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그는 한국전에서 피를 흘려가며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싸웠다”고 했다. 이날 안장식은 최고 예우 속에 진행됐다. 성조기로 감싼 웨버 대령의 관이 말 여섯 마리가 이끄는 옛 탄약 마차로 옮겨진 뒤 묘역으로 운구됐다. 웨버 대령을 기리는 예포 21발이 발사된 뒤, 관악대의 조곡이 국립묘지에 울려 퍼졌다. 이후 의장대 중 한 명이 웨버 대령의 관을 감쌌던 성조기를 고이 접어 애널리 여사에게 전달했다. 웨버 대령의 관에는 미국 국기인 성조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들어갔다. 이날 의장식에는 한국 정부를 대표해 조태용 주미 대사, 이경구 국방무관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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