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고비마다 함께한 스승 조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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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별세한 조순(1928∼2022) 전 경제부총리는 '조순학파'를 형성할 정도로 많은 제자를 배출했다.
국무총리와 서울대 총장을 역임한 제자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대표적이다.
정운찬 이사장이 최근 펴낸 '나의 스승, 나의 인생'은 스승 조순 전 부총리와의 인연, 그의 가르침을 따라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담은 회고록이다.
미국 유학 후 서울대에 부임한 조 전 부총리는 지성과 인품을 두루 갖춘 어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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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 전 부총리 55년 인연 회고
23일 별세한 조순(1928∼2022) 전 경제부총리는 ‘조순학파’를 형성할 정도로 많은 제자를 배출했다. 국무총리와 서울대 총장을 역임한 제자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인연은 1967년 서울대 강의실부터 55년간 이어져 왔다.
정운찬 이사장이 최근 펴낸 ‘나의 스승, 나의 인생’은 스승 조순 전 부총리와의 인연, 그의 가르침을 따라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담은 회고록이다. 정 이사장은 조순 선생에 대해 ‘학문적 깊이에 인간적 매력을 더한 학자’라고 썼다. 인생의 고비마다 선생이 함께 있어주었기에 학자로서, 인간으로서 더 크게 성장하고 더 넓은 세상에서 힘껏 도약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미국 유학 후 서울대에 부임한 조 전 부총리는 지성과 인품을 두루 갖춘 어른이었다. 당시 대학가는 부정선거 이슈가 몰아쳤고, 곳곳에서 시위가 열렸다. 이같은 분위기에 휩쓸려 1학년 경제원론 시간에 수요공급 곡선을 그려본 적이 없다고도 고백한다.
하지만 조순 당시 교수의 강의는 달랐다. 한국어, 영어는 물론 독일어, 한시까지 막힘 없었다. 강의가 끝나면 칠판은 왼쪽 꼭대기부터 오른쪽 하단까지 세계 각국의 현란한 언어로 채워졌고, 정 이사장은 칠판을 지우며 선생의 가르침을 되새겼다. 당시 조 전 부총리가 강의한 케인즈의 일반이론은 서울대 경제학과의 학문적 수준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고, 그는 ‘한국의 케인즈’로 불렸다. 4학점짜리 경제학 특강에는 학부 4년 과정의 경제학 이론이 거의 다 들어가 있었다고 한다.
조 전 부총리는 한국은행을 다니던 저자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미국 유학길에 오르도록 권유했고, 컬럼비아대에서 교편을 잡은 그를 서울대로 초빙했다. 이어 1974년 케인즈 경제학을 본격적으로 다룬 교과서 ‘경제학원론’을 함께 펴냈다.
조 전 부총리는 상아탑에 머물던 저자가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지식인으로 거듭나도록 이끈 장본인이다. 정 이사장이 신문 기고를 게을리하자 조 전 부총리는 “남들이 하기 어려운 공부를 했으면, 사회로부터 혜택을 입은 것이 아닌가. 그러면 마땅히 그에 맞는 봉사를 해야 하네. 사회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비판도 하고, 정책에 대해서도 시시비비를 가려서 대안을 제시하게”라고 충고했다. 조 전 부총리는 1986년 신군부의 폭정이 거듭됐던 당시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독려하며 선언문을 고쳐 주기도 했다. 정 이사장은 서울대 총장을 그만둔 뒤 ‘동반성장연구소’를 설립하고 공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몰두했다. ‘동반성장’의 화두 또한 스승 조 전 부총리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다.
무엇보다 젊었을 적 한 경제학도의 강의 노트가 냉철한 시각과 따뜻한 마음을 가졌던 조순 선생을 더욱 그립게 만든다. “경제학은 선택에 관한 학문이다. 얻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것이 있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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