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경제 전쟁 대장정'에서 승리하려면

입력 2022. 6. 2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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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장기화·긴축 등 '대외 리스크'
지정학적 위기 겹쳐 전세계 S공포
해외의존도 높은 韓 더 큰 취약성
대응 전략 신중하고 복합적이어야

정부의 경제 사령탑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 전쟁의 대장정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평시에 안보 부처 장관이 아닌 경제 장관이 ‘전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만큼 한국이 처한 상황이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미국 등 선진국의 긴축, 미·중 갈등의 지속 등은 세계 각국의 대외 리스크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와 경제위기가 결합하면서 세계는 서서히 글로벌 복합위기의 덫에 빠져들고 있다. 그리고 한국은 구조적으로 더 큰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
김석환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국제정치학
한국은 원자재, 투자 재원, 기술, 물류 등에서 해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또한 중국, 일본 등 경쟁국들과 비교해 이러한 부분에서 상대적 경쟁력도 약하다. 여기다 북한 핵문제 등 지정학적 안보 리스크도 크다. 때문에 이러한 위험에서 가장 약한 고리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지금까지 경제적 역동성을 유지해 온 비결 중 하나는 개방형 통상 국가로서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이었고 냉전 이후에 형성된 상호의존적 세계화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했기 때문이다. 즉 안보와 경제의 선순환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호의존과 평화공존의 기조가 30년 만에 완전히 바뀌고 있다. 통합과 협력, 경쟁과 공존보다는 대립과 갈등, 충돌과 전쟁이라는 진영적 경직성이 강화하고 있다. 특히 냉전기에도 동서 유럽을 관통하던 에너지의 흐름마저도 단절되거나 왜곡되는 상황이다. 신냉전 혹은 냉전 2.0 상황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 전쟁의 대장정’이라는 절박한 현실감은 타당하다. 하지만 현재 위기의 성격이 1998년, 2008년의 경제위기와 다르다는 것은 대응 전략이 달라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경제위기와 지정학적 위기가 겹친 글로벌 위기 상황은 경제적 해법이나 경제 공조만으로 해결되기가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쟁, 시리아 전쟁에서 보듯 경제적 악영향을 무릅쓰더라도 안보적 관점에서의 우선순위를 더 높게 평가하는 국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위기는 빠르게 수습되지 않을 경우 한 지역으로 끝나지 않는다. 1939년 유럽에서 시작된 지정학적 위기가 1945년까지 이어지며 유럽을 넘어 아시아로, 세계로 확산하는 과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유럽의 지정학적 위기가 장기화하자 일본은 그 틈을 타 아시아에서 지정학적 도전을 감행했고 이는 결국 더 큰 전쟁(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현재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야기할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처럼 유럽의 지정학적 위기가 지역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이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 중동에서 상황 타개를 노리는 이란과 주변 아랍국 및 이스라엘과의 충돌 가능성, 북한 핵문제의 해법과 연관한 한반도 및 동북아 위기 시나리오 등이 이러한 지정학적 위기의 지역적 확산 가능성이 있는 영역들이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하는 가운데 이런 식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지역적으로 확산하게 되면 이는 냉전 2.0이 아니라 세계대전 3.0(제3차 세계대전)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왜 우크라이나에서 외교가 실패하고 전쟁이 발생했는가?’를 다시 복기해 보고 그 속에서 교훈을 찾아 전쟁이 확산하지 않도록 평화를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세력 균형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이익의 균형을 이루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위기의 지역적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는 한국이 경쟁력과 안정성을 확보해야 할 전 분야에서 악영향을 미친다. 각 부문에서의 악영향이 복합적·연쇄적으로 발생하게 되면 그 파장은 ‘부분의 합’보다 ‘훨씬 더 커지게 될 것’이다. 최악의 ‘퍼펙트스톰’ 상황이 올 수 있다.

‘경제 전쟁의 대장정’이라는 부총리의 말은 한국이 직면한 상황의 엄중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위기가 심각하면 대응의 방식과 태도도 신중하고 복합적이어야 한다. 경제적인 측면만이 아닌 지정학적 측면도 고려해야 하며 리스크의 근본적 해법에 대한 도전의 용기를 결여해서는 안 된다.

김석환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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