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측 내년 최저임금 동결안 제시..시급 기준 '9160원 VS 1만890원'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와 같은 시급 9160원을 제시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은 23일 정부 세종 청사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6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할 것을 요구했다.
사용자위원들은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불하는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지급 능력이 높은 물가 등으로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이날 모두 발언에서 “임금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지급 능력”이라며 “업종별 구분 적용이 불가능해진 이상 내년 최저임금 수준은 반드시 현 수준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업종을 기준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유급 주휴수당을 감안하면 노동계 요구안은 (시급) 1만3000원을 넘게 된다”며 “소상공인·중소 영세기업에 문 닫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최저임금법에 예시된 4가지 결정 기준(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을 살펴볼 때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인상하기 어렵다”며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최저임금 인상률에 현저히 미치지 못해 인상 요인을 찾을 수 없다”고 동결 방침임을 시사했었다.
나아가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지급 능력은 이미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노동계가) 최저임금으로 가구생계비까지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어느 나라도 가구생계비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사용자위원인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도 “노동계에서는 현재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꾸리기 어려운 근로자가 많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마찬가지로 경영계로 현재 최저임금이 너무 버거운 영세기업이나 소상공인이 많다”고 거들었다.
앞서 노동계는 이틀 전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 최저임금(9160원)보다 1730원(18.9%) 오른 시간당 1만890원을 제시했었다.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도 “취약계층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절실하다”며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지구상의 대다수 나라가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했다”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우리나라 역시 불평등 양극화를 방지하고 하반기 경제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끌어올려야 한다”고도 했다.
노동계 최초 요구안과 관련해서는 “가구생계비를 핵심 결정 근거로 제시한 최저임금 노동자 가구의 현실적인 인상안”이라며 “사용자위원들도 2007년과 2017년을 제외하고는 15년째 삭감과 동결을 되풀이했는데, 올해 최초 요구안은 실질 인상안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다른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최저임금법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지급 능력을 지속해서 거론하며 여론을 호도하는 사용자위원들에게 유감을 표한다”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지급 능력의 어려움은 재벌 중심의 이윤 축적과 수직계열화된 구조적 문제”라고 일축했다.
더불어 “이에 대한 해결 노력 없이 업종별 차등 적용을 주장하고 최저임금 인상의 어려움을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제출한 최초 요구안을 놓고 그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박준식 최저임금위 위원장은 다음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수정 요구안을 제출해달라고 노사에 요청한 뒤 이날 전원회의를 끝냈다.
노사가 수정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하기로 했다. 보통 노사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은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해 그 범위 내에서 수정안을 내라고 요청한다.
7차 전원회의는 오는 28일 열린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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