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종이의 집' 분단현실 녹여 긴장감 높이고 캐릭터 변주
BTS·하회탈·유관순 초상 화폐 등 한국 색채 띤 요소도 눈길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빨간 점프수트 작업복에 하얀 하회탈을 쓴 강도단이 남북 공동경제구역에 있는 조폐국에 들이닥친다. 철두철미한 계획을 세운 강도단은 4조 원에 달하는 화폐를 찍어낼 시간을 끌기 위해 인질극을 펼치고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하나둘씩 터진다.
24일 베일을 벗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지난해 말 시즌5로 대장정을 마친 동명의 스페인 넷플릭스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다. 글로벌 흥행작이 'K-콘텐츠'로 재탄생한다는 점에서 전 세계 이목을 끈 이 드라마는 원작에 분단국가라는 한국의 현실을 덧입혔다.
한국판 '종이의 집'은 북한 평양에서 BTS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소녀(전종서 분)의 몸짓으로 시작한다. 남북한 주민들의 왕래가 자유로운 통일을 앞둔 한반도, 소녀는 코리안드림을 안고 남한으로 내려온다. 그러나 인력사무소의 횡포 등 현실에 좌절하고 북한에서 익힌 총을 다루는 기술로 도적이 된다. 그런 소녀에게 손을 내민 이는 함께 조폐국을 털자며 자신을 '교수'라고 밝힌 한 남자(유지태)다.
교수는 이 대담한 범죄를 계획한 천재 지략가로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닌 멤버들로 강도단을 모으는 인물이다. 그의 진두지휘 아래 강도단은 서로의 신분을 숨긴 채 세계 도시 이름으로 각자의 별명을 정하고, 사상 초유의 범죄에 가담한다.
강도단에는 북한 개천 강제수용소를 탈출한 베를린(박해수), 남한 최초 땅굴 은행털이범 모스크바(이원종), 길거리 싸움꾼 출신이자 모스크바의 아들 덴버(김지훈), 각종 위조 전문가이자 사기꾼인 나이로비(장윤주), 천재 해커 리우(이현우), 연변 조직에서 활동한 해결사 콤비 헬싱키(김지훈)와 오슬로(이규호)가 함께한다. BTS 춤을 추던 소녀는 도쿄란 이름으로 강도단에 합류한다.
전체적인 이야기 구성은 원작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굵직한 사건들만 놓고 보면 원작을 충실하게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다. 조폐국 밖에서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상황을 컨트롤하는 교수, 돌발 행동으로 경찰 총에 맞는 인질, 강도단 내의 분열 등 주된 설정이나 에피소드는 촘촘하게 짜인 원작을 따라간다.
'절대 누구도 죽으면 안 된다'는 교수의 신념은 세기의 강도질을 하는 강도단이 총으로 인질들을 위협해도 마치 선한 사람들인 것처럼 여겨지게 한다. 이는 '종이의 집'이 기존 범죄물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교수의 치밀한 계획과는 대조적으로 강도단 멤버들은 전혀 능숙해 보이지 않는다. 각자 능력은 출중한데, 돌발 상황 앞에서는 우물쭈물하고 인질들의 속임수에 쩔쩔매기까지 한다.
이런 강도단의 모습은 이들이 삼엄한 경비를 뚫고 조폐국을 점령할 수 있을지, 60명에 달하는 인질을 컨트롤할 수 있을지, 돈을 찍어내는 진짜 목적을 경찰에게 들키지 않을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한다.
그렇다고 조폐국을 점령한 강도단의 범죄가 느슨하게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계획에 없던 경찰과 대치하는 총격 장면, 교수의 신념을 무시하고 인질 한 명을 본보기로 처형하려는 베를린의 폭주 등은 험악한 분위기를 만든다.
여기에 한국판만의 관전 포인트도 있다. 분단국가 상황이 인질들 사이에 남한과 북한 출신의 대치 국면을 만들고, 강도단과 협상을 벌이는 남북합동 대응팀 내 불신과 견제란 갈등 요소를 던져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캐릭터 역시 원작과는 조금씩 다르게 변주한다.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는 도쿄로 원작에서는 자유분방한 점이 매력이지만, 한국판에선 자본주의 사회의 쓴맛을 경험한 북한 이주민이자 '인간으로서 바른 판단'을 고민하는 신중한 인물로 그려진다. 리우는 원작에선 평범한 집안의 아들이지만, 한국판에선 의사가 되길 강요받는 부잣집 아들이란 서사를 지닌다.
이 밖에 드라마의 첫 장면에 흘러나오는 BTS 노래와 원작의 살바도르 달리 가면 대신 등장한 하회탈, 남북 공동 화폐에 그려진 유관순 열사와 안중근 의사의 초상, 조폐국의 전통 한옥 지붕 등 한국적 색채가 강한 소재와 소품이 눈길을 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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