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박해일 "'박찬욱식 이야기' 위해 연기 최대치 끌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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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을 칸 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이고 돌아온 배우 박해일(사진). 2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말 사이사이 신중하게 숨을 골랐다.
맞춤옷을 입은 듯한 박해일은 세밀한 연기로 화려한 필모그래피에 한 줄을 더했다.
박해일은 "해외 배우와 연기해 본 게 처음이다. 그분이 해 왔던 연기와 그분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했다. 만나기까지 고민들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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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에 '팁 달라' 문자도 보내"
‘헤어질 결심’에서 박해일은 “(사건의 실체를) 언제나 똑바로 보려” 하는 흔들림 없는 형사지만 서래(탕웨이)를 만난 후 휘몰아치는 감정에 빠진다. 맞춤옷을 입은 듯한 박해일은 세밀한 연기로 화려한 필모그래피에 한 줄을 더했다. 그는 “그동안 박찬욱 감독 작품이 객석으로 가서 감정에 스크래치를 내는 능동적 방식이었다면 이번엔 관객들이 해준과 서래 곁으로 다가와 그들의 표정과 눈빛을 읽게 하는 연출 방식이 배우로서 참 좋고 즐거웠다”며 “제가 할 수 있는 연기의 최대치를 끌어내서 일반적이지 않은, 박찬욱식의 이야기와 화학작용을 완성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0년이 넘는 연기경력을 갖춘 박해일이지만 이번 영화는 ‘처음’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박 감독 작품에 처음 출연했고, 칸 레드카펫도 처음 밟았다. 촬영을 앞두고 긴장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첫 촬영 날 봉준호 감독에게 ‘박찬욱 감독에게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지 팁 좀 달라’고 메시지를 남겼더니 ‘진정한 마스터시지. 거장이시다. 네가 무슨 연기를 해도 다 받아 줄 거야. 걱정하지 말고 재미있게 촬영해’라고 답이 왔다. 그 말에서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고 떠올렸다.
언어 장벽을 넘어 해외 배우(탕웨이)와 호흡을 맞춘 것도 처음이다. 박해일은 “해외 배우와 연기해 본 게 처음이다. 그분이 해 왔던 연기와 그분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했다. 만나기까지 고민들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곧 첫 만남을 떠올리며 “탕웨이가 집으로 초대했는데, 전원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는 모습을 가장 먼저 보게 됐다. 의상이나 헤어스타일도 전혀 꾸미지 않은 자연적인 모습을 보여 주며, 편안하게 맞아 줬다”며 “모든 걸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과정인 것 같아 긴장감이 한층 덜어졌다. 탕웨이와 함께 감정의 휘몰아친 굴레를 이겨 내야 하는 숙제가 있었는데 첫 단추부터 좋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3년간 출연작 개봉이 줄줄이 미뤄졌던 박해일은 ‘헤어질 결심’을 시작으로 다음 달 ‘한산: 용의 출현’까지 연이어 관객들을 만난다. “이제 좀 제 일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첫 시작이 ‘헤어질 결심’이 됐는데, 배우로서 소중한 경험을 한 작품입니다. 무엇보다도 관객과의 만남이 가장 설레고 긴장되네요.”
권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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