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에 놀란 직장인들 줄줄이 '마통 정리'
채권 금리 상승에 가파르게 올라
"급할 땐 편한데 유지 부담돼"
'빚투족'은 증시 하락에 더 울상
직장인들의 비상금 역할을 하고 있는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6%대에 진입했다. 예비비 용도로 마이너스통장을 유지하기엔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직장인들의 한탄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신용 1등급 차주(대출받은 사람)에게 적용하는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이날 기준 4.34~6.36%다. 일주일 전인 지난 16일만 해도 이들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4.22~5.94%로, 상단이 6% 아래에 있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스텝(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 등으로 채권 금리가 뛰면서 마이너스통장 금리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마이너스통장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1년물 금리는 지난달 말 2.659%에서 이달 22일 기준 3.229%로 올랐다. 금융채 6개월물 금리도 같은 기간 2.181%에서 2.546%로 상승했다.
마이너스통장을 갖고 있는 직장인들 사이에선 ‘금리가 올랐다’는 은행의 안내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는 경험담이 속출하고 있다.
직장인 최모씨는 “마이너스통장을 처음 만들었을 때는 금리가 3%대였는데 지금은 5%가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도 8000만원짜리 마이너스통장을 갖고 있다가 집을 구할 때 그 돈을 요긴하게 사용했던 적이 있다”며 “마이너스통장이 있으면 돈이 급히 필요할 때 편리하긴 하지만, 금리가 너무 부담스러운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마이너스통장에서 빌린 돈을 주식에 투자한 ‘빚투족’(빚내서 투자한 사람들)들은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 지수는 연초 대비 22.6% 하락했다. 주식으로 투자 수익을 내 마이너스통장 이자를 충당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테크와 관련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은행이 보낸 금리 안내 문자메시지를 서로 공유하며 “마이너스통장을 정리해야 할 것 같다”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미리 갚길 잘한 것 같다”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해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감소하고 있다. 이자 부담이 커지자 차주들이 상환을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31조7993억원으로, 전달 대비 6613억원 줄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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