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사상 최대 적자, 원인이 '탈원전'?
한덕수 총리 “원전 역할 있는데
신재생으로 급전환해 비용 압박”
문 정부 때 원전 비중 매년 증가세
올해 이용률, 박근혜 정부보다 높아
폭등한 연료비, 전기료 미반영 탓
“가격 결정, 독립 기구서 맡아야”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에 대해 정부가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 여부 결정을 앞두고 방만 경영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넘어 탈원전 정책 비판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전의 불어난 적자는 급등하는 연료비와 이를 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에 있는 만큼, 정치 쟁점화 대신 요금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원자력발전이나 석탄이 가진 기저전력으로서의 역할이 안 된 상태에서 신재생 위주로 가니 비용 요인이 굉장히 압박됐다”며 한전 적자 원인을 탈원전으로 돌렸다.
지난 20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전 스스로 왜 지난 5년간 한전이 이 모양이 됐는지 자성이 필요하다”며 자구 노력을 주문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탈원전 정책을 개혁 대상으로 지목한 것이다.
그러나 한 총리의 이 같은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표방했지만 국내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발전량 비중은 집권 첫해에 비해 늘었다.
지난해 전력거래량(53만7014GWh) 중 원전 비중은 28.0%(15만441GWh)에 달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당시 27.1%(14만1278GWh)보다 0.9%포인트 높은 수치다. 원전 비중은 2018년 23.7%로 낮아졌지만 그 뒤 해마다 늘어 2020년에는 29.6%까지 증가했다.
원전 이용률도 올해 들어 상승하는 추세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원전 이용률은 84.1%로 박근혜 정부 임기(2013~2016년) 평균 원전 이용률(81.4%)보다 높았다. 비록 4월에 76.8%로 낮아지긴 했으나 5월 들어 다시 82.0%로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다른 발전원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원전 비중은 늘었지만 한전이 발전사에 내는 전력도매가격은 kWh당 140.34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9.10원)보다 77.4% 상승했다. 이는 전력도매가격을 결정하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LNG 열량단가는 Gcal(기가칼로리)당 4만5636원에서 8만3338원으로 82.6% 올랐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지금 한전 적자는 연료비 급등이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말했다.
원전 업계 관계자들은 신한울 1·2호기 가동이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한전의 적자 폭이 줄어들었을 것이라 주장한다. 신한울 1호기는 2017년 4월, 2호기는 2018년 4월 가동 예정이었지만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연기됐다.
그러나 원전이 운영됐더라도 올 1분기 7조원이 넘는 적자를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더 많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지금 한전의 적자는 단순히 하나의 요인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며 “폭등하는 연료비와 이를 반영하지 못한 전기요금 체계에서 비롯된 측면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전기 생산에 들어간 연료비 변동분을 적기에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 작동은 멈춘 상태다.
문재인 정부에서 연료비를 요금에 반영하기 위해 이를 도입했지만 지난해 1분기에 kWh당 3원을 ‘인하’한 뒤 2·3분기에는 동결했고 4분기에는 다시 3원을 올렸다.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는 요금을 동결함에 따라 사실상 요금은 제자리걸음이다. 연료비 급등에 맞춰 전기요금을 올려야 할 때 올리지 못하면서 한전 적자는 누적됐다.
원가주의에 기반해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독립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산업부가 지난 21일 개최한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공청회’에서 “(전기요금 등의) 가격 결정에 있어서 독립 위원회가 필요하다”며 “금융통화위원회와 같은 독립적인 인력과 지위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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