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탈' 가면 쓴 강도들, 4조원 털이 성공할까

박대의 2022. 6. 2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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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
스페인 인기 드라마 한국판
원작 조폐국 점령 설정에
통일 앞둔 한반도 배경 더해
초반 긴장감 떨어지지만
갈등 드러나며 흥미진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의 한국판 '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이 24일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총 8개월의 기간을 거쳐 지난해 11월 촬영을 마무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스페인 원작과 어떻게 다른 전개를 펼칠지 기대감을 모은 작품이다. 올해 초 넷플릭스의 주요 작품에서도 언급되면서 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 작품이다. 공개에 앞서 진행된 온라인 시사회를 통해 드라마를 미리 봤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한반도는 2026년 통일을 앞두고 화합의 분위기가 펼쳐진다. 아직 완전히 남북을 오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이미 북한 10대들의 귀에 꽂힌 이어폰에는 방탄소년단(BTS)의 노래가 흐르고 있다. 그동안 TV에서나 보던 남한의 문물을 실제로 느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남한행을 꿈꾸는 이들이 늘기 시작한다. 남한에서도 아직 개발되지 않은 북한의 땅을 새로운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에 휩싸인다. 통일을 향한 남북의 기대감은 둘 사이의 경제적 간극을 보완할 수 있는 '공동경제구역'이라는 새로운 공간을 만든다. 전에 없던 새로운 경제구역. 새 시대의 원만한 경제활동을 위해 마련된 이곳에서 새 국가에 통용될 화폐를 찍어내는 통일 조폐국은 마치 평화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남북 시민 모두가 자유롭게 오가는 이곳에 강도단이 들이닥치기 전까지.

안전을 위해 나이와 본명을 숨기고 세계 각지의 도시 이름을 따서 활동하는 8인의 강도 일당은 '교수'로 불리는 리더의 지휘 아래 질서 있게 움직인다. 남북한의 치안 책임자들이 그들과 협상에 나서지만 철저한 계획하에 움직이는 이들의 허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푼돈을 훔치면 잡혀가지만, 큰돈을 훔치면 세상을 바꾸기도 하고 영웅이 되기도 한다. 강도들은 단일 강도 역사상 최고액인 4조원을 빼내 영웅이 되려 한다. 그들이 조폐국을 점령한 후 새로 찍어낸 돈으로만. '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은 통일을 목전에 둔 한반도에서 사람들이 혼란을 겪는다는 사실적인 설정을 통해 허구를 펼친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원작의 '살바도르 달리' 가면을 한국 전통의 '하회탈'로 바꾼 점과 화폐 도안 속 인물로 안중근, 유관순 등 남북 공통의 위인을 넣는 등 한국적인 요소가 곳곳에 가미된 점도 볼거리로 꼽힌다.

강도들이 수십 명의 인질을 두고 역대 최고액의 현금을 갈취하는 위기 상황에서도 평온해 보이는 협상가들의 모습은 약간의 실망감을 안긴다. '반드시 인질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강도단의 철칙에 총칼의 위협이 없는 상황도 긴장감을 낮춘다. 그러나 드라마가 중반을 지나갈 시점부터 기대했던 긴장감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강도단과 협상단 사이에 두뇌 싸움이 치열해질수록, 조직 내부의 분열이 커질수록, 수동적으로 행동하던 인질들이 강도단의 눈을 피해 탈출을 모색할수록 보는 이들의 긴장감은 고조된다.

'교수' 유지태를 비롯해 박해수, 전종서, 이원종, 김지훈, 장윤주 등 각자 맡은 역할로 4조원을 훔치려는 강도들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재미를 준다. 반면 강도들의 일사불란함과 달리 남한 측 협상가 선우진(김윤진)과 북한 대위 차무진(김성오)이 대립하며 강도에게 맥을 못추는 상태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진다. 인질이면서 악당의 면모를 감추지 않는 조폐국장 박명훈(조영민)의 연기는 영화 '기생충'의 반전처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은 이번에 공개된 파트1 6부작에 이어 올해 하반기 파트2가 추가로 공개될 예정이다. 파트1에서 마무리되지 않은 결말이 어떻게 이어질지 기대된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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