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의 아프간, 강진에 속수무책.."도와달라" 국제 지원 호소

박용하 기자 2022. 6. 23.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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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최소 1000명 넘지만
접근성·자금 지원 제약에
의료진 등 전문 인력도 없어
간접 지원으론 대응 역부족
빈곤·기아에다 이젠 지진까지… 강진이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남동부 파크티카주의 한 병원에 22일(현지시간) 부상자가 누워 있다. 파크티카 | EPA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지진 사태에 대한 탈레반 정권의 대응 능력을 두고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쟁과 인권 탄압으로 자국민들조차 등을 돌리며 정권의 위기 대응 능력이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탈레반은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으나 접근성과 자금 지원에 대한 제약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강진에 따른 사망자가 22일 현재 10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산간 지역의 피해가 집계되지 않았으며, 잔해에 깔려 실종된 이들이 많아 사상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재산 피해도 심대하다. 라미즈 알라크바로브 유엔 인도주의 상주조정관은 이날 “거의 2000채의 주택이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탈레반 집권 과정에서 열악해진 아프간의 상황이 피해를 더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아프간은 전쟁과 가뭄, 경제난으로 지진 전에도 이미 수백만명이 빈곤과 기아에 직면한 상태였다.

탈레반 집권 이후 의료진 등 전문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 위기 대응 능력도 약화됐다. 국경없는의사회 측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많은 의료시설들에서 자원이 부족한 상태였으며 이번 재해로 피해 지역의 시설은 금방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수색과 구조 작업부터 문제다. 자연재해가 많은 아프간은 이에 대비하는 비상대응팀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탈레반 집권 이후 이 팀에는 소수의 비행기와 헬리콥터만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현장에 도착한 일부 구조대는 장비가 부족해 맨손으로 잔해를 뒤지며 구조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민은 BBC 방송에 “두 대의 헬리콥터가 도와주러 왔지만 시신을 옮기는 것 외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탈레반 측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그간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최고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자다는 이날 국제사회를 향해 “피해를 입은 아프간 사람들을 돕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다수의 국제구호단체들은 앞서 탈레반 재집권 이후 안전상의 문제로 아프간을 빠져나간 상태다.

국제사회 지원이 시작돼도 아프간과 피해 지역에 대한 접근이 원활할지는 미지수다. 피해 지역은 교통이 불편한 산간지대여서 구조대가 접근하기 어렵다. 인력과 장비의 통로가 돼야 하는 카불국제공항도 전쟁 이후 과거 수준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곳은 테러단체 공격 등 안전상의 우려도 있다.

현재 지진 복구를 위한 자금 확보에도 제한이 있다. 탈레반을 아프간의 공식 정부로 인정하지 않는 미국은 이들이 보유한 외화와 해외자산을 동결했으며, 국제기구들도 아프간 개발원조를 보류한 상태다. 서방은 탈레반의 손에 돈이 들어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아프간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 지원으로 한정했다. 구호단체들도 아프간에 직접 현금을 보내는 것을 꺼리고 있다.

외신들은 지진에 따른 긴급 구호활동이 인도적 지원으로 분류될 수 있다며 제재 면제의 원칙에 따라 각국이 일단 아프간 구호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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