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휴가철 유류세 면제를"
"90일 한시 경감" 의회 요청
여야 모두 부정 견해..난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은 22일(현지시간) 3개월간 연방 유류세를 면제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여름 휴가철 동안 유류세를 일시 면제해 치솟는 기름값을 억제하기 위한 시도다. 하지만 야당인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유류세 한시 면제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 견해가 많아 의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의회에 여행철인 향후 90일 동안 연방 유류세를 면제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미국석유연구소에 따르면 유류세는 1갤런(약 3.8ℓ)당 휘발유 18센트(약 234원), 경유 24센트(약 313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각 주에서 주 유류세 면제 또는 경감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촉구했다. AP통신은 바이든 정부는 유류세 면제분이 가격에 반영되면 약 3.6%의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유사들에 더 많은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제품으로 생산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앞서 그는 정유사들이 정제 시설을 충분히 가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에게 석유업계와 회의를 가질 것을 지시했다.
미국 내 기름값은 휘발유의 전국 평균 가격이 한때 사상 최초로 1갤런당 5달러(약 6513원)를 넘으면서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50%가량 치솟은 상태다. 이는 40년 만에 최악인 인플레이션 상황과 함께 미국인들의 생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입장에서 이 같은 고유가와 고물가를 억제하는 것이 최우선 국정 과제다.
하지만 연방 유류세 한시 면제를 위한 의회의 협조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과 전문가 집단 다수가 유류세 한시 면제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 내 석유 정제 능력 저하 등 외부적·구조적 요인이 개선되지 않는 한 유류세 한시 면제는 ‘언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민주당 일각에서도 유류세 면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팽배하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류세 면제에 따른 세수 결손에도 불구하고 유류세 세수로 집행해온 고속도로 개·보수 등 사업을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유사들을 향해 “18센트의 감세분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기를 촉구한다”면서 “지금은 부당이득을 챙길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류세 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유류세 면제 요청에 관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합의 지점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성명에서 “민주당이 유발시킨 인플레이션의 효과를 감추기 위해 비효율적인 속임수를 요청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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