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잘나갔던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어쩌다 檢 무덤 됐나? [이슈+]
'요직 직전 보직'에서 '사직 권고' 의미로 추락
2002년 이용호 게이트 시작으로 '檢 무덤' 전락
법무부 인사 '칼춤'..검찰 안팎선 정권 따른 유탄 인사 비판도
23일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전날 있었던 검찰 인사와 관련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전 정권에 맞서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는데, 이번엔 친문 성향의 검사들이 모두 이 자리를 꿰찼다”며 “사실상 검찰을 나가라는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22일 법무부 인사를 살펴보면 과거 문재인 정권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하며 요직을 차지했던 검사들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2020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전국 특별 수사를 지휘했던 신성식(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은 지난달 수원지검장에서 광주고검 차장으로 좌천된 데 이어 이번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옮겼다. 신 검사장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징계 청구에 관여했던 이종근(28기) 대구고검 차장을 비롯해 추미애 전 장관의 대학 후배 고경순(28기) 춘천지검장, 최성필(28기) 대검 과학수사부장, 김양수(29기) 부산고검 차장도 법무연수원으로 갔다. 지난달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 난 이성윤(23기)·심재철(27기)·이정현(27기) 검사장까지 합치면 법무연수원에 모인 친문 검사들만 8명이다.
심지어 검찰 내 대표적인 친문 검사로 꼽혔던 김관정(26기) 수원고검장, 지난달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된 이정수(26기)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사표가 수리돼 검찰을 떠났다.
이번 검찰 인사는 사실상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대통령실과 한 장관이 주도했던 게 일반의 평가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어느 정도 지난 정권의 색채가 강한 검사들의 좌천은 예상했지만 이렇게 모두 좌천시킬지는 몰랐다”며 “그만큼 현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의 전 정권에 대한 반감이 큰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권력자들을 위한 보직, 어쩌다 무덤으로
현재는 검사들의 무덤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자리는 원래 권력자들을 위한 보직이었다.
1986년 11월 당시 권력 실세였던 박철언 전 의원을 검사장으로 승진시킨 뒤 마땅한 자리가 없자 전두환 정권은 법무연수원에 연구위원이란 검사장급 보직을 처음 만들었다. 박 전 의원은 청와대를 오가며 현직 검사장이란 명예와 정권의 실세로서 권력을 동시에 누렸다.
그 뒤에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검사장급 고위 검사가 거치는 자리로 활용됐다. 2003년 노무현 정부는 송광수 검찰총장 내정자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냈다.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한 배려 차원에서다.
그 뒤로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검사장들의 승진 코스로 여겨졌다. 김병화 전 인천지검장은 2008년 3월 검사장 승진 직전까지 연구위원으로 근무했고 김강욱 전 대전고검장도 2012년 연구위원으로 근무하다 검사장으로 승진해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2년 김대중 정부의 대표적인 권력형 비리사건인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됐던 김대웅 전 광주고검장이 현직 검사장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법무부는 그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보냈다. 비위에 연루된 고위 검사들을 현업에서 손 떼게 하는 데 연구위원 인사만 한 카드가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뇌물로 받았다는 의혹 등을 받던 진경준 검사장은 수사가 시작되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검찰 현업에서 배제됐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평생 수사만 해온 검사에게는 나가라는 의미가 크다”며 “정권마다 사실상 사퇴를 종용하는 이런 조치는 사라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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